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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종이책

[서평] Born To Run - 크리스토퍼 맥두걸

제목 - Born To Run
저자 - 크리스토퍼 맥두걸

출판 - 페이퍼로드
분량 - 408
ISBN- 9788992920391


굉장히 흥미로운 책입니다. 인류역사상 가장 멀리 그리고 가장 빠르게 달리는 원시부족에 대한 이야기.. 42.195킬로미터로 대표되는 극한의 마라톤 경기보다 훨씬 더 어렵고 긴 코스를 달리는 울트라러닝에 대안 이야기들.. 사슴을 사냥하는 데, 사슴이 지칠 때까지 추격해서 사냥을 하는 현존 인류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 저자는 한술 더 떠서 인류는 달리기 위해 태너났고, 달리기에 가장 적합한 신체구조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와의 결정적 차이가 바로 오래 달리는 능력이라는 흥미로운 주장 등등..

책을 여는 순간부터 거의 쉼없이 읽어제낀 것 같습니다. 북아메리카 멕시코의 코퍼 캐니언이라는 협곡 지형에 사는 타라우마라라는 원시부족의 달리는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합니다. 짧게는 80킬로에서 길게는 수백킬로를 몇날 며칠을 쉼없이 달리면서도 다치거나 상하지 않는다는 점.. 처음 읽을 때에는 이게 사람인가 싶습니다만, 읽어가면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달리는 인간에 대한 과학적인 해석이 충분히 제공되고 있으며, 사실인지를 확인할 역량은 없습니다만.. 타당성이 없지 않은 주장이라는 점에 고객가 끄덕여지기도 합니다.

책에는 표지를 제외하고 아무런 삽화나 사진이 없기에, 오히려 구글에서 좀 찾아보았더니 타라우마라족에 대한 사진이나 그들이 신는 샌들(달리는 데 사용하는) 사진 등이 있더군요. 나이키라는 굴지의 스포츠 회사가 기능성 운동화를 만들어내면서 사람들의 발/다리 질환이 늘어났다는 점 역시도 흥미롭습니다. (약간은 음모론스러운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의심을 충분히 할만하다고도 생각됩니다.)



아마도 이 책을 읽고나면, 운동화에 대한 관점이나 신발에 대한 일련의 고정관념을 상당부분 바꿀 수 있을거라 판단됩니다. 수백킬로미터를 달리는 것으로 경쟁하는 울트라러너들의 삶과, 경주에 대한 이야기는 하루에 몇분 걷지 안는 또는 걸어야 지하철역과 사무실 정도를 왔다갔다하는 한국사회 샐러리맨에게 걷기 또는 달리기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는데에 충분한 기회가 된다고 봅니다. 저 역시도 그랬으니까요..



실화를 기준으로 한 책입니다만, 충분히 소설에서 느끼는 적절한 긴장감과 스토리의 구성이 괜찮습니다.


몸에 관한 것은 거의 알아냈다. 이제 뇌에 관한 것을 밝혀낼 차례이다. 사람들이 이런 일을 하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인간의 몸이 타고난 주자였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가? 굳이 먼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도 우리는 타고난 주자인 때가 있었다. 기억하는가? 어렸을 때 항상 천천히 달리라고 어른들이 외치는 소리를 들어야 하지 않았는가? 어릴 때는 무슨 놀이든 전속력을 다 했고, 깡통을 찰 때도 미친 듯이 달려 나갔다.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옆집 안마당으로 쳐들어갔다. 무엇을 하든 기록을 세우는 데 열중했고, 생애 마지막 기회인 것처럼 달렸다. (134-135쪽)
"둘째로 중요한 것은" 카바요가 말했다. "달리기가 쉽다고 생각하는 거야. 가볍고 빠르게 얼마든지 달릴 수 있다고 생각해. 당신은 쉽게 출발할 수 있어. 앞에 놓인 게 이것뿐이라면 이것도 나쁘지 않은 거니까. 가볍게 달려. 힘들이지 말고. 언덕이 얼마나 높은지, 갈 길이 얼마나 먼지 생각하지마. 그렇게 오랫동안 연습하면 내가 연습하고 있다는 것도 있게 돼. 그러면 아주 순조롭게 달릴 수 있어. 그러면 그 다음은 걱정할 필요가 없지. 쉽고 가볍고 순조롭게 달리면 빨리 달리게 되니까." (160쪽)
에릭은 내게 버지니아에 가서 켄 마이어크의 제자가 될 것을 권했다. 나름 원시부족으로 변신시키기 위해서였다. 켄 마이어크는 운동생리학자이며 3종 경기 세계 챔피언이다. 그는 근이영양증(근육이 점차 힘을 잃어가는 선천성 난치질환)을 앓고 있기 떄문에 달리기 할때 극도의 경제성을 추구해여 했다. "나는 신에게 유머 감각이 있다는 살아 있는 증거이다." 켄은 종종 이런 농담을 했다. "어렸을 때 나는 과체중에 하수족을 앓는 아이였고, 아버지 제리는 스포츠광이었다. 비만인 나보다 느린 아이들은 한 명도 없었다."
농구를 할 때, 켄은 코트를 달릴 수 없었으므로 3접 슛과 결정적인 훅 슛을 연습했다. 미식축구를 할 때는 쿼터백을 뒤쫒거나 세이프티를 피할 수 없었지만, 인체의 각도와 공격 진로를 연구해서 만만찮은 레프트 태클이 되었다. 테니스 할 때는 코트를 가로질러 오는 공을 앞질러 달릴 수 없었으므로, 무시무시한 서브와 리시브를 개발했다. "나는 상대방보다 빨리 달릴 수 없지만 더 깊이 생각할 수는 있다."라고 그는 말했다. "나는 상대방의 약점을 찾아내어 나의 강점으로 만들었다." (292쪽)
코피 조 비질이 기질에 대해서 느낀 것, 브램블이 그의 문화인류학 모델들에게서 추론한 것, 스콧에게는 그것이 있었다. 그는 살아오는 내내 알고 있었다. 우리가 경주하는 이유가 다른 사람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스콧은 알고 있었다. 스콧은 친구들과 함께 미네소타 숲 속을 달릴 때부터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배웠다. 그때 그는 잘 달리지 못했고 지금처럼 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친구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데서 기쁨을 느꼈다. 보통 주자들은 아이팟을 크게 틀거나 올림픽 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군중의 함성을 상상하며 피로를 잊으려고 하지만, 스콧은 더 간단한 방법을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 대해 생각하면 자신을 잊기가 쉬었다. (3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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