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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종이책

[서평] 프리 - 크리스 앤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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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프리
저자 - 크리스 앤더슨

출판 - 랜덤하우스
분량 - 406
ISBN- 978892553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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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테일 경제학으로 널리 알려진 저자의 두 번째 책입니다. 역시나 기대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이런 류의 책들 가운데 기억에 남는 저자로는 크리스 앤더슨과 가이 가와사키 정도이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류의 책이라고 규정짓기가 쉽지는 않지만, IT와 관련한 기술적이지 않은 서적이라고 구분해야 할런가요 ?

롱테일 경제학을 통해서, 디지털 사회의 극명한 속성을 파헤친 저자의 놀라운 식견을 엿볼 수 있었는데, 프리(Free)라는 책을 통해서 다시 한번, 현대 인터넷 서비스 시장을 탁월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과연, 수많은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 또는 디지털 관련 업체들이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해내고 있으며 또한 어떻게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지를 이보다 더 적절하게 설명하고 있는 책은 없다고 판단됩니다. 그만큼 저자의 탁월한 식견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롱테일 경제학을 통해서, 매우 적은 가격과 판매량을 가지는 매우 많은 디지털 상품들이 롱테일을 형성하면서 시장 자체를 바꾸거나 흔들을 수 있는 역할을 어떻게 수행해내는가를 살펴보았다면, 아예 공짜인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서, 각 기업들이 어떤 수익을 바라볼 수 있는지 역시 매우 놀라운 이야기였습니다. 막연한 비젼과 목표가 아닌 아주 디테일하게 소비자와 시장을 파고들어야만 하는 매우 치열하고 복잡한 공간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흥미로운 것은 상당량의 분량을 할애하면서 설명한 구글의 이야기들인데, 이전의 구글 스토리라는 책에서 살펴볼 수 없었던 실무적 관점이 놀라웠습니다. 창립자들의 이야기가 기업의 성장 역사를 디테일하게 살펴본다든지 등의 만만한 이야기들과 '사악하지 말자'는 구글의 슬로건과 활동을 통해 막연히 좋은 기업으로 포장하고 있는 구글 스토리의 내용에 비해서, 왜 구글이 지메일이라는 시장에 접근했는지, 왜 구글이 재생에너지 시장을 지원하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는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크다 하겠습니다. 또한, 구글의 경쟁력과 서비스 운영 능력 등에 대한 올바른 시선을 갖게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외에 한국산 서비스나 게임에 대한 내용 들도 소개되고 있으며 (메이플 스토리 같은), 주된 이야기들이 미국이나 서양의 사례들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시장에 대한 이야기들인지라, 매우 흥미롭다고 하겠습니다. 디지털 상품이나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이나 공짜 상품을 통해 어떤 수익을 기대하는 기업들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라 하겠습니다. 아니 그냥 IT 관련된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사례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파울로 코엘료의 사례더군요. 독자들에게 무료로 책을 보급하기 위해 자신을 사칭한 블로그를 본인이 만들어서 본인의 글을 무단배포한 이야기는 한 마디로 충격이었습니다. (이미 알고 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물질세계의 '원자'경제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제품의 가격이 점점 비싸지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디지털 세계의 '비트'경제에서는 제품의 가격이 점점 싸진다. 한마디로 원자 경제는 인플레이션을 보이는 반면, 비트 경제는 디플레이션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p35)

경제학자들은 그러한 모델들을 '양면시장'이라 부른다. 서로를 지원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두 부류의 사용자 그룹이 있기 때문이다. 즉 광고주들은 미디어가 소비자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해주고 있고, 반대로 소비자들은 광고주들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궁극적으로 대가를 지불하고 있지만, 그러한 대가 지불은 간접적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다. 즉 마케팅 비용으로 인해 보다 비싸진 상품을 통해 간접적으로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미디어 시장 밖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신용카드, 운영체제용 개발도구 같은 비미디어 시장 말이다. 각각의 경우 소비자들이 기본 상품을 공짜로 느낄 만큼 비용이 분산되어 있거나 감춰져 있다. (p52-53)

1960년대 말, 보스턴컨설팅그룹은 기술 산업을 관찰하다가 학습곡선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빠르게 상황이 개선되는 것을 발견했다. 학습곡선이 주로 인간의 학습에 초점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규모가 증가할수록 그 효과도 커질 것처럼 보였다. 즉 제품이 보다 대량으로 생산될 경우 생산량이 배가 될 때마다 비용이 예측 가능한 비율(10퍼센트에서 25퍼센트)로 계속 감소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근로자 개개인의 학습'뿐 아니라 (관리의 효율화에서 공급사슬의 최적화에 이르는) '조직의 학습'을 포괄하기 위해 이것을 '경험곡선'이라 불렀다.
그러나 1970년대 초에 반도체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경험곡선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이야기했던 최고 선(25퍼센트)까지 트랜지스터 가격이 떨어졌고, 그러한 가격 하락 움직임은 멈출 줄을 몰랐다. (중략) 분명 경험곡선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진행되고 있었다. (중략)
물질보다 아이디어로 이루어진 제품들이 많을수록 가격은 보다 빨리 떨어질 것이다. 이것이 디지털 세계에 공짜를 초래하고 있는 풍요의 뿌리이다. 오늘날 우리가 '무어의 법칙'이라 간단히 부르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디지털 상품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정보가 주 요소가 되어 있는 모든 산업이 이와 같은 복합적인 학습곡선을 따름에 따라 가격은 하락하고 성과는 급격히 향상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중략)
표준학습 및 경험곡선뿐 아니라 (학습곡선과 빈번한 새로운 발명의 결합을 뜻하는) 일명 '복합 학습곡선' 역시 이러한 현상을 주도했다. (p134-139)

풍부한 정보는 공짜이길 원하고, 희소한 정보는 비싸지길 원한다.
여기서는 '풍부한 정보'와 '희소한' 정보의 한계비용 구조가 이용되고 있다. 즉 낮은 한계비용으로 복제되고 배급될 수 있는 정보는 공짜이길 원하는 반면, 높은 한계비용을 지닌 정보는 비싸지길 원한다는 것이다. (p157)

오늘날 구글에는 36개 이상의 데이터 센터가 있다. 이러한 데이터 센터들은 대개 북서태평양의 수력발전소 근처같이 전력이 저렴한 곳에 자리잡고 있고, 이곳에서는 약 50만 대의 서버들이 돌아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구글 입장에서 전력은 미터기로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한 자원이 아니다. 사실 애널리스트들은 컴퓨터 구입비보다(컴퓨터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그 컴퓨터에 쓰이는) 전기료가 더 비싸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구글은 재생에너지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탄소 발생도 적고, 값도 더 저렴한 에너지 자원 개발에 힘쓰고 있다. (중략)
다른 기업들이 데이터 비용을 아무리 낮춰도 구글은 그들보다 더 낮은 비용으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고, '규모의 경제' 덕에 향후 그 비용은 더 빠른 속도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 구글은 규모의 힘을 바탕으로 하드웨어, 대역폭, 심지어 전력에서도 가장 유리한 협상을 할 수 있다. (p193-194)

구글이 공짜를 기본으로 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짜가 가장 큰 시장에 닿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자 다수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슈미트는 이것을 구글의 '맥스 전략'이라고 부른다. 그는 이 전략이 정보 시장을 규정짓게 되리라 예상한다. 맥스 전략의 논리는 매우 간단하다. 즉 "당신이 무엇을 만들든 그것을 가능한 최대한 공급하라. 다시 말해 배급에 소요되는 한계비용이 0이므로 가능한 많이 공급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얘기다. (p194-195)

다행히 이것은 구글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문제이다. 운 좋게도 그들은 웹 이용률만큼 빠른 속도로 (검색 및 광고 시장에서 지속적인 시장 점유율 증가에 힘입어 웹 이용율보다 더 빠른 속도로) 수익율을 향상시킬 방법을 찾아냈다. 구글의 성장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은 웹의 성장속도뿐이다. 그러므로 (무료 무선접속에서 무선 저장 서비스에 이르는) 구글의 상품들 대부분이 인터넷 이용 확대를 주목적 혹은 부목적으로 설계된 것이다. (p196-197)

구글의 경우 주력 사업이 흑자를 내고 있고, 방대한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모든 일을 보다 적은 비용으로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구글은 이미 닦아놓은 발판 위에 신상품을 개발하기 때문에 보다 쉽게 신상품을 출시 때에도 신상품을 보다 쉽게 '이륙'시킬 수 있다. 구글은 완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시제품부터 소개하여 그것이 정말 대량으로 공급할 가치가 있는 상품인지 신속히 판단할 수 있다. (중략) 구글의 경우 실패에 따른 비용 부담이 적기 때문에 리스크가 높은 새로운 무엇인가도 두려움 없이 시도한다. (p199)

브리태니커가 백과사전 판매로 직접적으로 올린 수익, 그리고 백과사전 소유주들의 향상된 생산성의 합으로 브리태니커가 창출한 가치를 계산할 수 있다. 무료이고, 방대하고, 이용하기 쉽고, 다수에게 보다 유용한 위키피디아는 브리태니커보다 훨씬 더 많은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그러나 위키피디아는 그러한 서비스로부터 직접적인 수익을 올리지는 않고, 브리태니커로부터 많은 수익만 빼앗고 있다. 다시 말해 위키피디아는 우리가 측정할 수 없는 가치(우리의 집단적인 지식)는 크게 증대시키고 있지만, 우리가 측정할 수 있는 가치(즉 직접적인 수익)는 감소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공짜 비즈니스 모델이 하는 일이다. 10억 달러 산업을 100만 달러 산업으로 바꾸어놓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보이는 것과 달리) 일반적으로 그러한 부는 증발하지 않는다. 다만 측정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재분배될 뿐이다. (p206-207)

기술 발달이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고, 우리는 모두 그에 적응해야 한다. 음악 산업이 이해해야 하는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발전이 아티스트들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음반을 구매하든 불법복제하든, 젊은 팬들은 변함없이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팬들이다. 콘서트는 그들로 북적거린다. 음악 산업은 아티스트를 360도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콘서트에서 문화 상품에 이르는 다각적인 방법으로 수입을 극대화해야 한다. (p248)

하지만 서점의 진열공간이 줄어들고, 신문의 서평란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세계에서 작가들은 독자 확보에 도움이 될 모든 방법을 시도해보길 원한다. 출판업자인 팀 오레일리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작가의 적은 해적 행위가 아니라 무명성이다." 공짜는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가장 많은 독자에게 가 닿을 수 있는 방법이다. 그리고 무료 도서가 효과가 있다면 일부 이용자들은 보다 '고급' 버전을 구입할 것이다. 실물 서적을 선호하는 한 독자들은 계속 돈을 내고 그것을 구입할 것이다. (p252-253)

인터뷰에서 코엘료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독자들이 책의 내용을 일부 읽고 나면, 나중에 그 책을 사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궁극적인 목표는 독자들이 자신의 책을 읽는 것이다. 돈은 그 다음 문제이다."


가이 가와사키의 새 책도 나온 것 같은데 한번 읽어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