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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종이책

[서평] 아프리카 트렉 - 알렉상드르 푸생, 소냐 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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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아프리카 트렉
저자 - 알렉상드르 푸생, 소냐 푸생

출판 - 푸르메
분량 - 567
ISBN- 978899265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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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진 사람들이다. 정말 멋진 책이기도 하고, 멋진 아니 존경스러운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새천년을 맞이하면서 1월 1일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희망봉에서 킬리만자로까지 온전히 도보로만 여행(?)한 프랑스 부부의 가감없는 이야기는 참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나무사이(http://namu42@textcube.com)님의 블로그에서 소개된 글을 보고 읽게 되었는데, 정말이지 후회가 없습니다. 제법 긴 글이고 빡빡한 구성이지만, 두 부부의 원칙을 지키는 도보 여행은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온전히 도보로만, 그리고 길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에게만 의지해서 수천킬로를 걷는 것도 어렵고 험난한 일이거니와, 무수한 종족들, 숲과 밀림들, 산과 호수들, 정글과 동물들이 주는 위험 사이에서 원칙에 입각하여 꿋꿋이 걷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세상을 어찌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를 배우게 됩니다.

그런 모험을 감행할 용기가 없는 저와 같은 독자에게 전달되는 간접적인 경험이지만, 그 경험을 통해서라도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이리도 크니, 당사자들은 어떠했을까 싶습니다. 파란만장한 다른 스토리들에 비해 이 책을 통해 접하게 되는 이야기들은 모두, 아프리카의 현실이며, 아프리카를 사는 사람들의 일상입니다. 아쉽고, 어둡고, 어렵고, 무서운 이야기들이 없지 않지만, 그것이 바로 현실이고, 실상이라는 점을 직시할 때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용기와 기회가 생기는 것이라 생각해봅니다.

종족분쟁, 살인과 AIDS, 근친상간 등으로 얼룩직 이야기들 속에서 저자들은 얼마 안된느 짐 보퉁이만을 들고, 음식과 숙소도 없이, 만나는 사람들에 의지해서 수천 킬로미터를 여행할 수 있었다는 것은 어렵고 험난한 사회이지만, 여전히 사람들과의 관계나 만남이 얼마나 의지할 수 있는 것이고, 또 의지해야만 하는 것인지를 알게 합니다. 결국, 문제는 사람이며,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것임을 또 다시 배우게 됩니다.

다만, 저자의 목표지점이 희망봉에서 예루살렘이었으나, 글에는 킬리만자로까지만 언급되어 있는 바, 과연 이후에 저자들은 어떻게 된 것인지도 매우 궁금해지더군요. (아시는 분..???)

정말 멋진 책입니다. 꼭 읽어들 보셨으면 합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에겐 물품을 점검하고, 화학섬유로 된 싸구려 양말을 오랜 전통의 모직 양말로 바꾸고, 나일론 천과 가죽 끈을 꿰매 배낭을 수선하고, 칫솔을 반으로 자르고, 지퍼를 끈으로 바꾸어 달아 곳곳에서 무게를 더는 값진 기회였다. 하중을 줄이기 위해 짐을 버리는 기술을 발휘했던 것이다.
결국, 8킬로그램의 배낭 두 개에는 1.5리터의 플라스틱 물병 하나, 3.5킬로그램의 장비(카메라, 카세트, 배터리, 이메일을 수신할 수 있는 전화기), 5백그램의 슬리핑 백, 작은 돗자리, 각자에게 필요한 티셔츠와 잠옷바지, 팬티 두 장, 갈아 신을 신발 한 켤레가 채워졌다. 이것이 전부였다. 이조차도 많았다.
그밖의 부차적인 물건들로는 깃털처럼 가벼운 모피, 낙하산 천으로 된 우비, 접이식 지팡이가 있었다. 그리고 여행노트, 세면도구 주머니, 최소 구급약, 이마에 다는 작은 전등, 피리가 남은 무게를 채웠다. 짐을 최대한 가볍게 만들면서도 필요한 것을 전부 최소한으로 챙겼다! 주목할 점은 갈아입을 옷과 음식이 없다는 점이다. (25쪽)

"티베트에서 멋진 속담을 배웠는데, 선생님한테 아주 잘 맞는 얘기입니다. '정상에 도착하더라도 계속 오르라......'" (39쪽)

이렇게 나침반도 없이 운명, 신, 혹은 우연에 모든 걸 맡기고서 여행을 할 때는 방향을, 목표를 지킬 줄 알아야 한다. 또한 사소한 일들과 화해할 줄도 알아야 한다. 불교 속담이 말하듯 그런 사소한 것들이 모든 걸 바꿔 놓기 때문이다.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가 영구적인 결과를 낳는다."
오른쪽으로 갈까, 아니면 왼쪽으로 갈까? 이 집의 문을 두드릴까, 아니면 저 집의 문을 두드릴까? 이에 따라 우리 여행의 운명이 달라진다는 걸 알았다. 그것은 인생과 과감하게 맞서는 일과도 같았다. 우연한 만남들을 수집하고, 천사들과 노니는 것이다. 우리가 걷는 건 이런 흥분을 느끼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98쪽)

우리는 원칙을 확인하게 해주는 예외적인 순간과 만나는 걸 좋아한다. 그것은 법에 대한 작은 위반이요, 현실이 이론에 가하는 조롱이요, 모든 가능성의 싹이자, 삶이 자유롭고 몽상적임을 말해주는 익살스런 증거이기 때문이다. (185쪽)

여행을 계속해 나갈수록 사람들과 만나려면 걸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점점 더 깨닫게 되었다. 걷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가 쏟은 땀의 양과 도착해서 느끼는 보상 사이에는 직적접인 관계가, 일종의 내재적이고 비합리적이며 비밀스런 법칙이 있는 것 같았다. (242쪽)

"아침에 일어날 때면 전 이렇게 생각한답니다. '오늘은 내 남은 생의 첫날이다.'" (243쪽)

그것은 우리의 약점이자 강점이었다.
우리의 다리에 던지는 겸허의 교훈. 우리의 다리는 자만심이나 의지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인들의 순박하고도 자연스런 환대 덕에 나아가는 것이다. 그들 집에 우리는 매일 지치고 목마른 상태가 되어 도착한다. 그들이 없다면, 이 겸허한 연대의 끈이 없다면 우리는 단 이틀도 걷지 못했을 것이다. 재정적 지원? 우리에게 그런 건 없다. 구세주는? 하루에 적어도 한 명은 있다. 누구보다 검소하고 누구보다 가난하지만 마음만큼은 부유한 아프리카 농부가 친히 나섰다. 이것이 우리의 생존이다. 이것이 우리 일상의 몫이다. 이것이 우리의 보물이다. (336쪽)

우리는 현재를 산다. 강렬하게! 따라서 나는 매일 쓴다. 자전거를 타고 일년 동안 세계를 돌며 그랬듯이, 히말라야에서 6개월을 보내며 그랬듯이. 나는 아직까지 소설을 쓰지는 않았다. 삶이 훨씬 더 소설 같기 때문이다! 나를 고무시키는 것은 현실이다. 현실의 살과 깊이와 아름다움과 신비다. 내 이야기 속에서 나는 걷기의 염전 일꾼이다. 현재의 소금을 수확하고, 땅의 소금을 수확한다. 그것이 땀과 뒤섞여 있을지라도, 그것이 피와 뒤섞여 있을지라도, 그것이 눈물과 뒤섞여 있을지라도 그것은 언제나 행복의 짠맛을 준다. (391쪽)

사람들은 정확한 길을 가리키지 않고 북쪽 방향이라고만 일러주었다. 그건 우리도 아는 것이었다. 사실 아프리카에서 길을 찾는 방법은 매우 간단했다. 가장 쉽고 가장 자연스러운 경사면을 따라가기만 하면 분명히 찾던 길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일반 원칙이었다. 짐작컨대, 우리는 북쪽을 향해 비탈길을 걷고 있으니 틀림없이 어떤 지도에도 표시되어 있지 않은 오솔길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렇듯 걷는다는 건 믿음의 행위였다. 필요한 건 과학이 아니라 바로 직관이었다. (482쪽)

한 노인이 내게 물었다.
"그런데 왜 걷는 거요?"
"여러분들을 만나려고 걷지요."
노인은 웃었다.
"그렇게 많이 걷는 게 가능한 거요? 그리고 사자들은 어떡하고?"
"네, 가능합니다. 여러분들은 매일같이 우리가 하는 일을 하고 있잖습니까. 사자들 사이에서요. 다만 여러분들은 저녁이 되면 출발점으로 돌아오지만, 우리는 매일 새로운 출발을 할 뿐이지요." (5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