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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종이책

[서평] 진화를 넘어 차별화로 - 좌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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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진화를 넘어 차별화로
저자 - 좌승희

출판 - 지평
분량 - P320
ISBN- 978899325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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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에 읽은 경제학 서적이지만, 전반적으로 크게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복잡계라는 이론을 기반으로 경제가 어떻게 발전하는가에 대한 저자의 주장과 이론을 기술한 다소간 학술적인 서적이라 하겠습니다. 전체적으로 충분히 이론적이고 학술적인 내용인지라, 문외한인 독자 입장에서 가타부타 따질수는 없습니다만, 저자의 주장이 제 생각과는 크게 다르기에 읽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다고나 할까요 ?

다만, 복잡계라는 이론에 대해서 좀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나, 진화론이 경제학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충분한 자극이 되기는 했습니다. 저자는 이론적 근거에 따라 경제를 발전시키고 성장시키기 위한 혁신의 중요성과 그 혁신을 이루게 하기 위한 불균형의 타당성을 주장합니다. 즉, 실물 세계가 불균형한 것은 매우 당연한 것이고, 그 불균형을 극복하거나 해소하기 위한 부단한 활동을 통해서 발전이나 성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듯 합니다. (맞나?)

하지만, 실물세계라는 것은 이론으로 커버되기에는 무리한 부분일 것이라는 점, 이론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 실세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아픔과 고통을 단순히 이론으로 뭉개어서는 안된다는 점, 이론적으로 불평등과 불균형이 성장 동력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불평등과 불균형을 지향해서는 안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좀더 빨리 성장할 수 없더라도, 함께 성장해야 하는 것이 타당한 것이 아닐까요..?

(제 오해이거나, 또는 적절한 숙독이 아니었는지도 모르지만) 성장지향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고는 있으나,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결과를 두고, 이론을 맞춰간 것은 아닌가라는 오해를 하게 합니다. 그만큼 그 내용이 읽는이에게 불편함을 제공한다는 것이지요. 현 세계에서 경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또 경제성장과 발전이 개개인 또는 사회나 국가에 얼마나 중요한 영역인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불평등과 불균형을 당연시하는 식의 글을 읽기에는 제 자신의 속이 넘 좁지 않나 싶습니다. 이론적 근거는 부족하겠지만, 심정적으로 찬성하기 어렵다고나 할까요?

세상 일이라는게 이론과 기준과 원칙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협조와 이해와 인정의 과정을 통해서 많은 것들이 이뤄진다고 생각하기에...

우리는 아래의 10가지의 발전현상을 경제발저의 10가지 정형화된 현상이라 부르고자 한다.
첫째, 경제발전의 아주 보편적인 현상은 성공해서 남보다 앞서가는 혁신자들이, 그것이 개인이 됐든, 지역이 됐든, 기업이 됐든, 사회의 롤 모델로서 국가, 사회, 경제, 지역, 산업 및 기업, 학계의 발전을 이끈다는 사실이다. 이들 혁신하고 세상의 롤 모델이 되는 주체들이 상대적, 절대적으로 더 많고 적음이 발전하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이다. (중략)
둘째, 발전은 대단히 불균형적 현상(lopsided phenomena)인 것으로 보인다. 경제력의 집중과 집적, 기업성장의 불균등, 지역발전의 거점화, 개인 성공의 불균등, 산업발전과 대학 발전의 불균등 등등, 경제발전은 성공하는 주체에게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자원과 경제력이 집중되는 과정이다. (중략)
셋째, 경제발전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두드러지지만 정부의 개입이 항상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중략)
넷째, 발전에 있어 조직의 역할이 중요했다. (중략) 인류의 탄생 이래 인류의 경제사회생활이 꾸준히 향상되어 왔지만 경제발전현상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의 눈에 띄는 경제도약에는 정부나 기업 등 조직이 항상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중략)
다섯째, 경제발전과정에서 기업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중략)
여섯째, 국가 전체의 이념성향이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략)
일곱째, 국가의 정치체제가 민주주의라고 해서 다 발전을 가져오지는 않으며, 비민주적이라고 해서 다 정체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중략)
여덟째, 20세기 후진국 개발경험에 따르면, 국민들의 미래 자기 향상을 위한 발전의 정신과 노력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무조건적 지원은 발전을 이루어내지 못했다. 발전의 정신과 노력을 유도해낼 수 있는 인센티브구조를 구축함이 없이 발전은 불가능하다. (중략)
아홉째, 경제적 도약과 선진화는 19세기적 현상이지 20세기적 현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중략)
끝으로 성공하는 나라의 경우 예외 없이 소위 훌륭한 리더십의 역할이 컸다. (p33-37)

그렇다면 복잡계는 어떤 특성을 가지는가? 우선 부분 부분이 합하여 부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거시적 질서를 만들어 내는 창발 현상이 복잡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창발현상의 원인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복잡계는 열린계로서 외부와의 계속적인 접촉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흡수함으로써만 엔트로피(무질서)의 증가를 압도하는 새로운 복잡한 질서를 창출해낼 수 있다. 그러나 외부와의 접촉이 선형적이라면 부분의 합은 전체와 같아질 수밖에 없고 새로운 질서의 창발은 어렵게 된다. 따라서 창발현상의 핵심은 외부와의 접촉이 비선형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중략)
이러한 비선형적 만남을 일컬어 이제는 친숙한 용어가 된 시너지의 창출과 공유과정이라 한다. 그래서 복잡계의 제일의 특징은 열린계로서 외부와의 비선형적 접촉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함으로써 부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거시적 질서를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p44-45)

요약하면 복잡계란 열린계를 일컫는 말이다. 복잡계란 수많은 구성요소들이 서로 비선형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각각의 또는 부분 부분의 형태 또는 질서와는 다른 차원의 새로운 거시적 질서를 만들어 내는 열린계(체제, 시스템)이다. 다른 차원의 새로운 거시적 질서를 창발현상(emergent pattern, behaviour)이라 한다. 복잡계는 간단히 창발현상을 보이는 시스템이라 부르기도 한다. 복잡계 경제학은 바로 경제계야말로 바로 이러한 열린 복잡계의 전형으로서, 열린 불균형시스템(open disequilibrium system)이라고 보는 관점이다.
"경제는 닫힌 균형시스템이 아니라 열린 불균형시스템이며, 보다 구체적으로는 복잡적응시스템이다." - Eric Beinhocker, The Origin of Wealth, 70쪽
(p48-49)

다시 말해 내생적 변화의 주체 중에서도 발전친화적인 변화 주체를 선별하여 우대함으로써 무작위적인 진화의 과정을, 목적을 갖는 의도적인 발전과정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고 본다. 외생적 선택을 통해, 사라질 위험에 노출된 많은 변화의 주체 중에서 발전친화적인 주체를 선택하여 우대함으로써 진화의 역동성과 동시에 진화의 발전성을 같이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진화과정에서 변화를 시발하지만 궁극적으로 무단복제의 대상이 되는 진화적 변화의 주체들 중에서 발전친화적인 주체들을 식별해서, 선택하고, 우대함으로써 진화과정에서 등장하는 유익하지만 취약한 진화.발전의 싹을 더 다양하게 더 강하게 키워나갈 수 있다는 것이 신 발전원리의 핵심 아이디어이다. (p62-63)

물론 완벽하게 평등하고 균형된 조화사회란 존재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불균형을 통한 균형", 즉 불균형에 대응하여 또 다른 불균형을 만들어 냄으로써 균형을 이루는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신 발전원리가 "성장과 분배, 효율과 형평, 혹은 불균형과 균형"이라는 오래된 경제학 논쟁에 대해 제시하는 해법임은 이미 앞에서 충분히 논의한 바와 같다. (p165)

오히려 동아시아 및 인도의 사례와 아르헨티나를 위시한 라틴 아메리카 여러 나라의 반례를 통해 알 수 있었던 사실은, 정치체제는 그 민주화의 정도라기보다는 체제의 안정성 여부가 경제발전과 보다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정치체제의 안정성 자체가 경제발전의 충분조건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안정된 정치체제가 바탕이 되어야 경제주체들 간 게임의 규칙 - 즉 스스로 돕는 자에게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가게 하는 발전의 원리이자 이를 실현하는 구체적인 제도들 - 을 확립하기 위한 국가의 강력한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다. (p172)


복잡계와 관련된 책은 한번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충분히 의미있는 또 재미있는 이론이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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