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01. 종이책

[서평] 길을 열다 - 마쓰시다 고노스케

본 게시물은 도서를 읽고, 개인적인 소감과 비평을 기록하고자 하는 비영리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해당 글이 저자 또는 관련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고자 하는 의사는 없으며, 만일 그런 부분이 존재한다면 자체적으로 수정, 블라인드, 삭제 처리하겠으니 상세히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

제목 - 길을 열다
저자 - 마쓰시다 고노스케

출판 - 청림출판
분량 - 243
ISBN- 9788935207794

---

요즈음 맘 적으로다가 매우 어수선하기에 읽던 책을 잠시 접고 골라 잡은 책입니다. 나보다 훌륭한 사람의 글을 읽으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좀 해볼 요량이었습니다. 일본의 유명한 기업인 마쓰시다 전기의 창립자인 마쓰시다 고노스케는 아마도 일본 기업주들 가운데 가장 추앙(?)받는 사람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과연 그런 사람들은 어떤 삶의 태도를 유지하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일기도 했지요.

마음이 어수선해서인지, 사실 어떤 책을 잡더라도 그리 눈에 잘 들어오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저런 상황이 전개되면서 몸과 마음이 피곤한 상태에서의 독서는 그저 어느 정도는 시간 때우기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또한, 달리 할 일이 없기에 습관적으로 활자들을 읽어내려간다고나 할까..

이 책을 접하면서 기대했던 것은 어쩌면 마쓰시다전기라는 기업의 창업주로서의 적절한 스토리들이나, 사건들을 통한 교훈들일 것이다라고 예측했습니다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일종의 잠언집이나 묵언록 또는 마치 채근담이나, 도덕 교과서와도 같은 아주 착한 문구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그래서인가 너무 착해서 그리 큰 감동을 가져오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더군요. 스토리의 전개나 아이디어를 얻고자 하는 분이라면 읽지 않는게 좋겠다라는 생각입니다. 다만, 오랜 시간을 통해 검증된 교훈적인 내용들을 얻고자 한다면 읽어볼만도 하겠습니다.

제 상태가 그래서인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약간은 실망스러운 책이었으며, 읽어가는데 길지 않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진도가 잘 빠지지 않는 착한 얘기들의 반복으로만 느껴집니다. 혹시나 나중에 마음이 좀더 차분해진다면 다시 읽어보기도 해야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저 그런 느낌입니다.

사람이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무척 많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성실함과 열정이다. 지식도 중요하고 재능도 필요하지만 이런 것들은 사실 조금 부족해도 일이 안 될 정도는 아니다. 즉 지식이 조금 부족하고 재능이 떨어지더라도 '어떻게든 이 일을 완성하겠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일은 마무리하겠다.'는 성실함과 열의가 넘친다면 반드시 훌륭한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법이다.
그 사람의 손으로 직접 할 수 없더라도 그 사람의 성실한 열의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 되어 자연스레 주위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자석이 철을 끌어당기듯이 생각지 못한 주위 사람들의 힘을 끌어당기는 것이다. 그 지점에 일이 이루어지고,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일이 완성되어 간다. (65-66쪽)

반면 똑똑하진 않지만 바보 같다 싶을 정도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은 일하는 데 있어 흔들림이 없다.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아무리 시시한 것처럼 보이는 일조차 그 사람에게는 소중한 일이라 온 몸과 마음을 다해 정진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그 사람이 지니고 있는 지혜는 최상의 형태로 발휘되어 일에 활용된다.
좋은 생각과 지혜는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것도 역시 노력해야만 얻을 수 있다. 언제나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태도에서부터 생각지도 못했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디어란 인간의 열의, 노력에 대한 신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74-75쪽)

이렇게 인간이 지니고 있는 소위 '감', 즉 직감이라고 하는 것은 과학적 이론 이상으로 정확성을 가진다. 사실 우리는 직감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비과학적이고 애매한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 직감이라는 것이 지속적인 연습, 즉 수련에 수련을 거듭함으로써 생겨난 것이라면 그것은 과학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까지 판단할 수 있는 정확성을 가져다준다. 다시 말해 직감이란 반복적인 연습에 의해 만들어지는 힘이다. (83-84쪽)

봄이 되면 꽃이 피고 가을이 되면 낙엽이 진다. 풀, 나무, 야채, 과일 모두 싹이 움터야 할 때 싹을 내고, 열매 맺을 때가 되면 열매를 맺는다. 그리고 낙엽이 져야 할 때는 낙엽으로 진다. 자연의 순리를 따르며 조용히 흘러가는 태도이다.
여기에는 아무런 사심도 야심도 없다. 마음을 비운 무심의 상태이다. 때문에 자연은 아름답고 질서정연하다.
문제는 사람이다. 사람은 자연처럼 순리를 따르지 않는다. 무심의 상태가 아니라 마음이 복잡하기에 잠시만 방심하면 사심으로 가득 찬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평정심을 잃고 자연의 섭리를 보지 못하게 된다. 결국 그릇된 길을 선택하고, 나아갈 때와 물러서야 할 때를 구분하지 못한다. 질서가 흔들리는 건 물론이다.
(중략)
무릇 사람의 힘으로는 아무리 해도 되지 않는 일이 있는가 하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일도 있는 법이다. 될 만한 일은 손대지 않고 가만히 놔두어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만 되지 않을 일은 아무리 애써도 되지 않는다.
(중략)
될 일은 방도를 찾지 않아도 되게 마련이다. 너무 무리할 필요도 없고 고민할 필요도 없다. 특별한 방법도 필요 없다. 그저 정직하고 바른 태도로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정성과 진심을 담아 원리를 거스르지 않는 지혜를 짜내고 궁리를 하고 끊임없이 정진하면 일은 성사된다. 그리고 이렇게 하여 일을 이루어냈을 때라야 모든 사람이 서로 편안해지고 기쁨이 넘치게 된다. (119-121쪽)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웬만하면 다치지 않는다. 오히려 잘보이는 사람이 돌에 걸려 넘어지든지, 무언가에 부딪히거나 하여 자주 다치곤 한다. 보인다는 이유로 신경을 쓰지 않고 방심하고, 거침없이 행동하기 때문이다.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손으로 더듬어가면서 걷는다. 한 걸을 한 걸음이 신중하고 겸허하다. 한발을 내딛을 때마다 그 발걸음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반면 눈이 보이는 사람에게서 이런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찾아보기는 어려운 일이다.
살면서 생각지 못한 상처를 입고 싶지 않다면, 세상에서 실패하고 싶지 않다면 눈이 보이지 않는 이들의 조심스런 걸음걸이를 배워야 한다.
우리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세상'이라고 말하면서도 너무 쉽게 심사숙고하지 않은 채 거침없이 걸어가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아야 한다. (206-20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