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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종이책

[서평] 도가니 - 공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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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도가니
저자 - 공지영

출판 - 창비
분량 - 294P
ISBN- 978893643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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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나오면 별 생각없이 사서 읽는 작가 중의 한 사람. 공지영. 아마도 그녀가 낸 많은 책들을 읽었지 않나 싶다. 그 내용들이 모두 기억나거나, 그 책들마다 어떤 비평을 할 능력은 못되지만, 그녀의 책을 통해서 어쩌면 일면 위안을 일면 동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일종의 핑계를 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근래에 나온 작가 공지영씨의 책들은 주로 가족에 대한 책들이 아니었나 싶다. 가족이란 주제가 주는 친밀감은 예외가 없어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적절한 수준 이상의 인기를 끌기도 한다. 물론 그녀가 말하는 가족애가 주는 사실성과 남다른 감동이 독자들을 충분히 자극하고, 또 깨우치게 하기도 한다. 물론 그 글들 가운데 적절한 시대정신과 사회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여전히 주된 주제는 가족과 사랑과 그리고 서민과 모 그런 것이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지 않을까 싶다.

그녀의 글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는 것은, 작가의 글쓰는 재주 뿐만 아니라, 작가가 선택하는 주제와 묘사와 이야기들이 우리 삶과 그리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소재와 접근이라는 점, 어쩌면 현대 한국사회의 대중들이 남모르게 겪고 있는 어쩌면 보편화된 하지만 그대로 드러내기에는 부담이 있는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도 어쩌면 그런 것들 때문에 작가 공지영씨의 책을 스스럼없이 사고 읽고 하는 것이 아닐까 ?

이번 신간 [도가니]는 그런 측면에서 사실 좀 충격이었다. 그녀가 근래에 언급하던 주제에서 확 벗어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으며, 어쩌면 책 전반부를 읽어가면서 등장인물에 대한 강도높은 짜증과 적대감이 유발되었다는 - 이런 감정은 일종의 격정적인 분노로 발전되기도 한다. - 점과 주인공인 강인호와 서유진의 삶이란 것이 참 우울하지만 현실적이라는 점, 장애인 학교에서 일어난 믿을 수 없는 사건을 둘러싼 기득권층의 접근과 행태 등이 불과 몇년 사이에 매일같이 겪는 일을 기억되게 한다는 점 등등등... 소설이 주는 스토리에 집중하다가도 왜 작가 공지영은 지금 이 시점에 이런 글을 썼을까라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마도 작가가 느끼기에도 현 한국사회가 갖는 현실이 참 어이없어 보였나부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통해서라도 몇몇(??) 기득권자들의 너무나도 사실적인 행태를 낱낱이 소개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의아했던 부분중의 하나는, 카톨릭 교인인 작가가 바람직하지 않은 기독교인들의 행동을 너무나도 비판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기독교 및 기독교인들이 모두 그렇다는 의미는 아니다.) 혹시나 종교적인 측면에서의 관점 변화가 있었던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기기도 했으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그렇지는 않았으리라 판단된다.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은 종교적 편견과 집단 이기주의적인 행위에 대한 적절한 지적과 비판이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작가는 글 후기에서 어떤 사실을 근거로 이 소설이 이루어졌는가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즉,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되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에 근거한다는 점과, 소설에 묘사된 많은 일들이 상당부분 현실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임은 사람을 참 우울하게 하기도 한다. 권선징악적 스토리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이 소설의 결말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결론 역시 너무나도 사실적이라는 것이 현재 우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작가는 역시나 그 안에서도 소중하게 자라나는 희망을 잊지 않고 부여한다. 상처 입은 영혼들이 그 상처를 극복하고 어떻게 밝게 성장할 수 있는가를.. 작가는 역시나 현실성있게 그려낸다.

글을 쉼없이 읽고 나서, 한숨을 쉴 수 밖에 없는 것은 나뿐만은 아닐거라 생각된다.

잠이 너무 안 와 바닷가에 있어. 갯벌 너머로 푸르스름하게 새벽이 오네. 세계가 거짓말을 하는 날들이 있고 세계가 진실을 말하는 날들이 있지. 잔인하고 집요한 진실. 혹시 깨어 있으면 여기로 좀 와주지 않을래? (P142)
- 책 전반부에 언급된 많은 사실과 사건들은 이 한 문장으로 정리되어 주인공에게 이입된다. 사건의 진실을 알게된 주인공 또는 독자는 바로 이 느낌일 거라 생각된다. 안개, 소주, 잔인하고 집요한 진실...

정의는, 깊은 땅속에 묻혀 있던 부드러운 흙이 깊은 쟁기질에 얼굴을 내밀듯 솟아나서 세상은 그래도 살 만하다는 오래된 전설을 확신시켜주는 듯했다. (P148)
- 우리가 믿고 싶고, 또 믿어야 하는 것을 작가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세상은 그래도 살 만하다는 오래된 진실 아니 희망..

진실이 가지는 유일한 단점은 그것이 몹시 게으르다는 것이다. 진실은 언제나 자신만이 진실이라는 교만 때문에 날것 그대로의 몸뚱이를 내놓고 어떤 치장도 설득도 하려 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진실은 가끔 생뚱맞고 대개 비논리적이며 자주 불편하다. 진실 아닌 것들이 부단히 노력하며 모순된 점을 가리고 분을 바르며 부지런을 떠는 동안 진실은 그저 누워서 감이 입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세상 도처에서 진실이라는 것이 외면당하는 데도 실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면 있는 것이다. (P165)
- 진실이라는 키워드를 정말 골때리게 아니 너무나도 솔직하게 표현한다면 바로 위의 문장일 것이다.

가진 자가 가진 것을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에너지는, 가지지 못한 자가 그것을 빼앗고 싶어하는 에너지의 두 배라고 한다. 가진 자는 가진 것의 쾌락과 가지지 못한 것의 공포를 둘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진 자들이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거짓말의 합창은 그러니까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포함하고 있어서 맑은 하늘에 천둥과 번개를 부를 정도의 힘을 충분히 가진 것이었다. (P246~247)
- 기득권층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가장 솔직한 이유를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난 개인적으로 공지영씨가 이런 글들을 더욱 더 많이 썼으면 싶다. 아프지만 알아야 하는 진실을 드러내고, 그 안에서 어렵지만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그런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