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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종이책

[서평] 중국에서 온 편지 - 장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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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중국에서 온 편지
저자 - 장정일

출판 - 작가정신
분량 - 106P
ISBN- 897288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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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이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오히려 책보다는 약간은 야한 영화의 원작자로 더 알고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아래에 언급된 책 - 밑줄 긋는 여자 - 에 나온 여러 책들 가운데, 장정일씨의 글들이 여럿 있었는데, 그 중에서 한권 골라본 책이다. 생각보다는 매우 짧은 글이었고, 내용 자체도 널리 알려진 내용이기에 접근하기에 그리 큰 문제는 없었다. 동양사에서 그 누구보다는 많은 관심과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 꼽으라면 그 No 1,2 를 다툴 사람으로 진시황을 들 수 있겠다. 이 책은 중국 최초의 통일 국가(?)를 이룬 진시황의 이야기를 장남 부소의 관점에서 작가의 해석을 겻들여 구성한 책이다. 짧은 글이고, 낯설지 않은 스토리이기에 별반 달리 언급할 내용은 없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몇몇 가지를 꼽으라면.. 사마천의 사기를 다시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 그 시대적 상황과 정황에 따라서 인물을 이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 우리가 해석하고 싶은 식으로만 세상과 사회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라는 생각, 아니면 너무 자극적인 스토리만을 선호하고, 그 이면에 숨어있는 배경과 이유에 대해서는 너무 안일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에 관한 점들이다. 아래 발췌한 글에도 잠시 언급되어 있으나, 진시황이 분서갱유를 일으킨 이유는..? 진나라가 법가를 숭상한 이유는..? 동양에서 특히 중국/한국/일본에서 유가가 어떤 이유에서 발전해왔는지 그 근본적인 원인은..? 등등은 참 생각해볼 문제라고 보여진다. 짧은 글이었지만, 그런 측면에서는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나름 매력이 있는 책이다.


국가가 인민의 자발적이고 내면적인 복종을 끌어내기 위해 원령감시적인 통치술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을 사마천은 일찍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대저 예라는 것은 아직 일이 일어나기 전에 금지하는 것이고 법이란 일이 일어난 후에 시행되는 것입니다. 범의 효용은 쉽게 볼 수 있지만 예의 금지하는 도리는 알기 어렵습니다라고 했지요. 사마천은 법이 아닌 예의 원형감시적 성격을 잘 파악하고 있었던 거지요. 황제와 승상은 그걸 알지 못했습니다. 유가의 순기능과 유교적 가치를 통치기구 국가의 원리로 빌어온 것은 진제국 이후에 들어선 한제국이지요. 아니, 한제국 이후의 모든 중국의 제국은 백성을 조지는 방법으로 두번째 방법을 택했고 유교는 중국의 통치이념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중국 역사 속에서 진시황 - 이사 시스템의 역사적 아이러니는 바로 이 부분에 있는 거지요. 천하통일을 위해서 유가는 적절치 않았고 법가에 의해서만 통일이 가능했다는 것, 그리고 진제국이 마련해놓은 강력한 법 전통과 안정된 전제정치를 기반으로 문화정책이 꽃피웠던 거지요. (P38)

- 그렇다. 맞다. 결국 상황에 따라서, 지배자는 지배자에게 필요한 사상과 철학을 취사선택하는 것 아니겠는가 ? 유가/유교/유학은 그런 의미에서 정말이지 파워풀한 철학이라 아니할 수 없다. 지금 내 머리 속에도 그리고 내 몸에 배인 행동에도 유구한 역사를 통해 성장한 유가적 행동양식이 내 의지와 달리 지배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흠...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