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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종이책

[서평] 알도와 떠도는 사원 - 김용규, 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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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알도와 떠도는 사원
저자 - 김용규, 김성규

출판 - 웅진지식하우스
분량 - 479P
ISBN- 9788901062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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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중 한분인 김용규 님의 다른 책 -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 - 을 읽었는데, 이 분이 쓴 다른 책도 함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선뜻 구매한 책이다. 저자의 약력이 말해주듯이 철학을 전공하고, 또 그와 관련된 책을 집필하는 분이다. 일상에서 철학이라고 하면, 매우 낯설고 어색한 부분이 없지 않으나, 좀더 편안하게 접할 수 있는 류의 책 저술에 힘쓰는 분인 듯하다.

이 책은 쉽게 말하면 해리포터류의 읽기 쉬운 판타지 소설이다. 다만, 줄거리의 상당 부분을 철학사상들의 발전 및 소개에 할애하고 있다. 다양한 스토리와 묘사를 통해, 일반인들도 손쉽게 이론들을 접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다 보니, 어찌보면 소설이 주어야 하는 일종의 긴장감이나 기대감같은 것들을 유지하는 데에는 그리 성공하지는 못한 것 같다. 워낙 영화나 만화 등을 통해 다양한 어드벤처 및 판타지 영역을 접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이 소설 자체가 주는 그 무엇은 그리 넉넉치는 못한 듯하다.

다만, 한창 많은 것들을 익히고 배우는 학생들이 읽어보기에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을 해보기는 했다. 딱딱한 교과서나 참고서를 통해서 어느 시대 어떤 철학자가 있었고, 이 사람들이 어떤 내용을 언급했으며, 그게 어떤 의미인지를 외우고 섭렵해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충분히 재미있게 참고할만하고 읽어볼만한 글이 아닐까 싶다. 그 레벨이 중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는 내가 무어라 하기는 어렵지만, 직장인들이나 연배가 되신 분들이 읽기에는 너무 자극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자극적이지 못해서 문제라는 얘기가 아니라, 너무나도 충격적인 자극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는 그리 재미있게 다가서지 못할 것 같다는 예상이라는 것이다.)

사실 나 역시도 이 책을 장거리 출장을 가는 길에 읽기 시작했으며, 빠른 속도로 읽어갈 수 있었다. 서양 사상/철학을 주로 소개하고 있지만, 많은 현대과학적인 이론과 일부 동양사상들에 대해서도 언급되어 있으며, 그런 이야기들은 책이 출간된 이후에 많은 사건들을 통해서 검증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저자의 탁월한 식견을 일부 엿볼 수 있었다는 것도 재미있었다.

수많은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소설의 줄거리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몇몇 구절을 뽑아보았다.


"네. 선생님은 인간 이성은 완전한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셨어요. 그것이 빛인 것은 분명하지만 언제나 어둠과 함께 다니기 때문에 항상 스스로를  경계해야만 하는 것이래요. 마치 다이달로스가 이카로스에게 '너무 높이 날지도 너무 낮게 날지도 말고 그 중간을 날라.'고 충고한 것처럼요. 오늘날 우리의 이성은 추락한 '이카로스의 날개'와 같다고 하셨어요. 고대 그리스에서 싹트고 꽃피웠다가 중세 천 년 동안 탑 속에 갇히고, 근대에 와서 비로소 눈부신 비상을 하였지만 너무 높이도 너무 낮게도 날지 말고 그 중간을 날라는 충고를 망각하고 너무 높이 날아 오른 나머지 신의 자리에 올라앉았다가 결국 추락했다는 거에요. 그러면서도 여전히 한편으로는 또 한 번의 화려한 비상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하는....... 따라서 이카로스 날개의 문제는 신이 되려다 추락한 인간 이성의 문제인 동시에 막 비상하다가 추락하고 있는 근대화의 문제이기도 하대요." (P46~47)

- 중용이라는 것이다. 너무 나대지도 말 것이며, 너무 빼지도 말자는 의미.. 사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긴 하다. 하지만, 늘 유념해야 하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야콥 폰 윅스퀼 박사라면...... '동물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행동의 범위만큼 자신의 주위 환경으로부터 대상물을 구분할 수 있다.'라고 주장한 사람 아닌가요?"
(중략)
"그럴 거야. 하지만 그리 어려운 말은 아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예를 들어, 파리와 개 그리고 사람은 같은 실내 공간에 있다고 하더라도 각자 인식하는 것이 다르다. 파리는 천장에 매달린 전등불과 식탁 위에 놓인 음식을 같은 것으로 파악하지. 그리고 그것을 제외한 모든 것을 오지 장애물로만 인식한단다. 우습지? 반면에 개는 음식과 음료수, 그리고 그가 올라가 앉을 수 있는 의자를 각각 구분하고 그 밖의 모든 것, 예를 들어 책꽂이, 옷장, 책상, 벽 등은 똑같은 장애물로 파악할 뿐이야. 이 모든 것을 각각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인간만이 전등불, 음식, 음료, 의자, 소파, 책꽂이, 옷장, 책상, 벽, 문 등을 서로 구분할 수 있다는 거야!
조금 전에 네가 말한 대로 모든 생물체는 자신이 행동할 수 있는 만큼만 주위 대상을 파악하기 때문에 그런 거야. 따라서 만일 인간보다 더 많은 행동을 할 수 있는 생물체가 존재한다면 그는 우리와 똑같은 실내에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파악하는 것보다 더 다양한 대상들을 파악할 수 있겠지. 이렇듯 모든 동물이 자신의 행위능력에 따라 각각 다른 세계를 구성해서 살고 있다고 확신한 윅스퀼 박사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파악되는 하나의 객관적 세계한 존재하지 않고 각각의 생물체가 구성하는 다양한 '환경 세계'만이 존재한다고 주장했지."
(P95~96) 급진적 구성주의

- 급진적 구성주의. 결국 인식할 수 있는 선에서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며, 그 선에서 공간이 형성된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물리적인 실체 자체의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지 않을까 ? 물리적 실체를 각각의 개체가 인식하는 수준과 범위를 통해서, 환경과 관념이 형성된다는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장하다, 알도! 네가 수자타를 구해냈구나. 너는 행동으로 깨달음을 이루어냈어. 너도 이젠 깨달은 사람이 되었다. 깨달음이란 특정의 지식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사상의 체계를 말하는 것은 더욱 아니지. 그것은 단지 삶에 대해, 세상에 대해, 그리고 너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 대해 네가 가질 수 있는 특정의 태도를 가리키는 거야. 어젯밤 네가 보여준 바로 그런 아름다운 삶의 태도 말이다." (P450)

- 아주 동양적인 언급이다. 지식과 지혜는 다른 것이고, 많이 아는 것과 잘 아는 것의 차이,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의 차이...

지식인이 되기 위한 첫걸음은 '보편적 주제'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한다. '보편적 주제'란 고대로부터 오늘날까지 인류의 삶에 부단히 문제시되어 온 문제들이다. 예컨대 자연과 인간, 자유와 평등, 개인과 사회, 진리와 거짓, 선과 악,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이기주의와 이타주의, 사랑과 희생, 행복과 가치, 삶과 죽음의 문제 등은 고대의 문제이자 오늘의 문제이며, 우리 모두가 함께 당면하고 있는 보편적 문제인 것이다. (P478)

- 결국 저자가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이다. 보편적 주제에 대한 관심과 또 그 문제에 접근하려는 의지와.. 머 그런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