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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종이책

[서평] 하하미술관 - 김홍기

제목 - 하하미술관
저자 - 김홍기
출판 - 미래인
분량 - 245쪽
ISBN -9788983945129

집에서 추천받은 책입니다. 이런 경우가 많지는 않은데, 참 좋은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다음에서 블로거로 활동하기도 하고, 패션이나 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는 저자가 미술작품/미술치료 등의 테마와 함께 잔잔하게 써간 에세이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시나 글을 잘 쓰는 분들은 차이가 있어서 동일한 상황, 배경 하에서도 참 많은 내용들을 생각하게 하는구나 싶습니다.

http://blog.daum.net/film-art

특히나, 이 책은 우리가 쉽게(?) 접하기가 어려운 - 상황이 어렵다기 보다는 웬지 낯설거나 용기가 나지 않아서 - 미술 작품들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소개된 대부분의 작품들은 어찌보면 매우 친숙하고 재미난 것들이 많습니다. 갤러리를 자주 찾는 저자가 한 작가의 작품들을 나열하고, 저자의 일상이나 감상과 매핑하면서 풀어가고 있는데, 이는 미술치료에서 말하는 여러가지 기법이 가미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 글을 읽어가면서 사실 그런 느낌은 거의 없습니다. 잔잔하고 매우 평범한 결론, 교훈적인 결론으로 이끌어 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미술작품과 저자의 글솜씨 등으로 인해 책을 쭈욱 쉼없이 읽게하는 매력인 듯 합니다.

크게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미술작품에 대한 낯설음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다는 점 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책입니다. 우수 청소년 도서로 선정되어 있기도 합니다만, 건조하고 팍팍한 직장인들에게도 충분히 의미있는 책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스웨터를 제대로 입어본 사람은 압니다. 인간의 체온으로 덥혀진 따스한 공기가 몸의 구석구석을 순환하도록 외부의 아픔과 상처를 차단하는 것은 균일하게 배열된 올들의 힘인 것을, 한 올 한 올이 마치 벽돌 하나하나를 쌓아 집을 건축하듯, 오랜 시간을 통해 포개져 만들어진다는 것을. 인간의 몸을 유연하게 감싸며 적당히 늘어난 스웨터엔 삶의 여백이 숨쉬고, 그 속에 상처를 껴안는 따스한 공기가 머문다는 기본적인 생의 진실을 말입니다. (29~30쪽)

어린시절부터 작은 상자에 소중한 것들을 담아두곤 했습니다. 친구가 보내준 성탄 엽서나 선물, 편지, 함께 찍은 사진 등등. 삶은 추억이란 열매를 섭취하고 새로운 기억을 위해 버려야 할 것들을 추스르는 과정입니다. 행복한 기억은 지속적으로 우리를 격려하지만, 잊고 싶은 기억은 반복적으로 마음속 깊이 투과되어 상처를 냅니다. 상처(Scar)와 별(Star)은 단 하나의 철자로 인해 차이가 드러납니다. 상처가 숙성되어 향기가 날 때, 저 하늘에서 우리를 보호하고 비추는 별이 되는 것이지요. (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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