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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종이책

[서평] 칠레의 밤 - 로베르토 볼라뇨

제목 - 칠레의 밤
저자 - 로베르토 볼라뇨
출판 - 열린책들
분량 - 168쪽
ISBN -9788932910321

아마도 2010년에 가장 화두가 되었던 나라 중 하나가 칠레이리라 생각됩니다. 수백/수천 미터 지하 광산에 갖힌 광부들을 극적으로 구조한 사건은 정말 감동적인 드라마였을 겁니다. 그러면서 칠레라는 나라에 대한 호감도 증폭되었을 테구요. 구조된 사람들이 광부가 아니라, 부자들이었다면 그런 감동을 주지는 못했겠지요.

세상에서 가장 길쭉한 나라, 어쩌다가 저런 형태의 국토를 갖게되었을까라는 의문은 아마도 중고등학교 사회과부도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요 ? 워낙 길쭉하다 보니, 적절하게 통치가 될지도 의문이구요. 적도에서 남극까지라.. 신기하기도 합니다.

그와 더불어, 아옌데, 피노체트, 네루다와 같은 인물들이 그리 낯설지 않은 이유는, 근현대사를 통틀어 가장 이슈가 많은 국가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일 겁니다. 의회 선거를 통해, 독재를 물리친 나라, 다시 시작된 군부독채, 신자유주의 경제 실험이 되었던 나라, 한국과 처음으로 FTA를 맺은 국가, 칠레산 와인, 월드컵 등등..매우 먼 나라이고, 우리와는 상당히 다른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웬지 친근함이 없지 않은 나라.. 적어도 제게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런 친근감 때문에 이 책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작가에 대해서도 모르고, 소설의 내용에 대해서도 모르지만, 무작정 잡게 된 책입니다. 그리 큰 감동이나 느낌을 준 것은 아니지만, 저자는 소위 문학가 (작가, 비평가 등) 들에 대해서 매우 직접적인 비판을 날립니다. 그 배경에 칠레의 고난한 역사가 숨어있기도 합니다. 솔직하지 않은 문학가, 순수를 가장한 문학가, 문학가로서의 명예나 권위에 기댄 자들을 정면에서 비꼬고 비판하는 식의 글입니다. 후기를 보면, 이 작가가 원래 좀 그렇다고 하는군요. 이 문제는 사실 칠레라는 국가만의 문제는 아닐테고, 어느 나라 어느 문화권에서도 공히 공감될 수 있는 부분이리라 봅니다. 멀리 보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사례만 보더라도.. 일제 치하에서 권력에 굽힌 자들이 얼마나 많았었는지.. 중요한 것은 그들은 참으로 Smart 한 사람들이었다는 점이고,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지도층에 속했었다는 점이고, 문학이든 역사든 그 영역에서 충분히 큰 역할을 했었던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칠레 광산에서 구조된 이들이 광부들이기에 감동을 줄 수 있었던 것처럼, 결국 세상에 감동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은 민초들일 겁니다. 다만, 그런 감동을 줄 수 있는 일이 없었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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