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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전자책

[서평] 멸치, 천년의 금서, 은교, 개밥바라기별

이북을 이용해서 요즈음 읽었던 소설들입니다. 이북이라는 놈이, 의외로 소설을 읽기에 아주 맞춤입니다. 이론서나 매뉴얼, 경영/경제 서적보다는 인문학적인 서적들이 확실이 맞는 것 같습니다. 물론, 책을 넘기는 맛은 없지만, 좌우측 페이지를 번갈아 보지 않고, 한쪽만 계속 보기 때문에 좁은 출근길에서 제법 유용하게 활용되더군요.


제목 - 멸치
저자 - 김주영
출판 - 문이당
ISBN - 897456306183810

[객주]나 [홍어]로 유명한 작가 김주영의 또 다른 소설입니다. 개인적인 소견이기는 하지만, 한국적 정취가 묻어난 배경이나 환경을 많이 느낄 수 있으며, 홍어에서도 그렇지만, 이 책에서도 눈, 시골, 집 나간 아버지나 또는 어머니, 아버지의 외도 등이 공통적으로 나타납니다. 어찌 보면 홍어와 약간 배치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결국 비슷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홍어나 멸치 모두 그리 많지 않은 등장인물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홍어에서는 초반에 홍어가 등장하는 반면, 멸치에서는 마지막 부분에 멸치가 살짝 나옵니다. 다만, 홍어에서는 아버지의 별명이 홍어였던 반면에, 멸치에서는 그런 상관성이 그리 뚜렷하지는 않습니다. 왜 멸치라는 제목을 붙였는지는 한 번 읽어서는 잘 이해가 안되기는 합니다. 책 초반부에 다음과 같이 멸치의 습성을 언급한 글이 있을 뿐입니다.

사소한 어류인 멸치도 엄연한 척추동물이다. 산란으로 번식하지만, 알을 밴 멸치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고래가 멸치를 사냥하는데, 고래를 만난 멸치 떼는 질주를 멈추고 폭죽처럼 흩어졌다가 전열을 가다듬고 의연히 수중 발레를 벌인다. 그리고 물결을 이룬다. 목숨이 담보되고 말았는데도 비굴하거나 추악하지 않고 포식자를 향하여 매혹적인 군무를 보여 주는 어류는 멸치뿐이다. 물결을 이룬 아름다운 춤사위에매료된 고래는 더욱 충동적으로 멸치를 사냥한다. 그러므로 멸치는 제일 작지만 고래보다 크고 의젖하며, 강직하고 담대한 어족이다. 그리고 내장까지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몸체로 일생을 살면서도 알을 밴 흔적만은 감추는 은둔자의 삶을 산다.


제목 - 천년의 금서
저자 - 김진명
출판 - 새움출판사
ISBN - 97889885370103810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작가 김진명의 소설입니다. 저자의 작품들이 대부분 애국적 성향을 갖는다는 점을 전제한다면, 이 책 역시도 우리가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소위 5천년 역사라고 일컫는 한민족의 근원을 그 이전으로 파고들어가는 내용이랄까요 ? 우리가 국사에서 배우고 있는 내용들의 대부분은 결국 일제강점/근대화 등을 거치면서 상당 부분 왜곡되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며, 5천년 동안 중원의 간접적/직접적 영향권 하에 있었다는 일종의 저항심리나, 자존심 같은 부분을 자극하는 글입니다. 사실, 역사에 관해 관심은 많지만 깊이는 없는 일반인들에게 있어서 중국이나 일본보다 우리가 훨씬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싶다는 또는 실제로 그럴 것이라는  점은 결국 현재 우리가 갖는 상황에 대한 반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현재와 미래를 보다 건강하게 생존하기 위해 어찌 보면, 찬란한고 유구한 역사 또는 추억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제목 - 은교
저자 - 박범신
출판 - 문학동네
ISBN - 978895461110708810

개인적으로 책보다는 TV에서 몇번 본 적 있는 유명작가 박범신씨의 최근 소설입니다. 사실, 유명작가라는 표현이 적합할런지는 모르지만, 어쨌거나 얼굴을 먼저 알고, 글을 읽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데, 이 책이 그런 상황이더군요. 책의 주된 스토리는 작가와 제가, 그리고 한 소녀에 얽힌 이야기로 구성됩니다. 잘 생각해보면 소재가 약간은 불순한(?) 관계나 내용들이지만, 읽다 보면 그리 큰 부담이나 저항감은 없어지더군요. 다만, 우리가 흔히 드라마난 영화에서 접할 수 있는 정도의 내용이랄까 그렇습니다. 저자는 인간의 욕망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하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만, 그저 한낮 독자인 저로서는 그리 큰 느낌 없이 읽어갔다는 생각이며, 드라마 한편을 책으로 봤다는 정도라고 할까 그렇습니다.

제목 - 개밥바라기별
저자 - 황석영
출판 - 문학동네
ISBN - 978895460641703810

오른쪽에 이문열, 왼쪽에 황석영으로 구분될 수 있을까요 ? 한국 사회의 발전과 함께 이 분들의 소설도 그 궤적을 같이 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장길산]이나, [무기의 그늘] 정도는 읽었나 봅니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한국에 그리 흔하지 않은 성장소설의 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좌충우돌하는 청년, 소년 시기의 사람들이 월남 파병에 앞서 돌아보는 형식을 가집니다. 어떤 면에서는 저자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고 있지는 않나 싶습니다. 그대로 80년대로 옮겨도 맞아떨어지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월남 파병과 함께 시작하는 이야기인 무기의 그늘 이전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생각도 들구요. 무어라 평할 수준의 독자가 아닌지라 글 자체를 논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읽어가면서 나는 어떻게  살아왔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정도의 매력이 있습니다. 원래 성장소설이라는 것이 그런 것인가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당시에는 명문고교의 어린 '신사들의 모음'을 서로가 대단하게 여겼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세상 어느 사회에나 있는 엘리트 놀이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은 좌절하거나 아니면 살아남아서 요 모양의 산업사회를 이끌어갈 사회 지도층이 되었다. 그들은 그맘때에 벌써 세계문학전집이나 사상전집 따위를 모조리 읽어치우고 어른들도 읽기 힘든 사회과학이나 철학책들을 읽고 의젖하게 비평을 하며 토론을 주고받기도 했다.
그들은 사창가를 가거나 어두운 대폿집을 드나들며 퇴폐의 흉내도 냈지만 어느 길로 가는 것이 지도자가 되는 길인가도 잘 알았다. 절대로 자기 자신을 정말 방기하지는 않았다. 인호나 나처럼 온몸을 던지는 일은 곁에서 지켜보기에는 신나는 모험이었지만 그들 자신은 끝내는 신중한 충고를 하며 한 걸음 비켜났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매력 가운데 으뜸인 것은 역시 자기 존재와 생각을 서투르게 드러내지 않는 점이었다. 또한 밖으로 드러낼 때도 일부러 그것을 보편적인 사물에의 비유나 실제적인 것으로 바꾸어 표현했다. (61%)

대위가 중얼거리자 나는 두리번거렸다. 그가 손가락으로 저물어버린 서쪽 하늘을 가리켰다.
저기...... 개밥바라기 보이지?
비어있는 서쪽 하늘에 지고 있는 초승달 옆에 밝은 별 하나가 떠 있었다. 그가 덧붙였다.
잘 나갈 때는 샛별. 저렇게 우리처럼 쏠리고 몰릴 때면 개밥바라기.
나는 어쩐지 쓸쓸하고 예쁜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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