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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종이책

[서평] 거의 모든 것의 미래 - 데이비드 오웰

제목 - 거의 모든 것의 미래
저자 - 데이비드 오웰
출판 - 리더스북
분량 - 224
ISBN- 9788979145809


2011년 새해군요.. 신묘년인데, 올해 참 신묘한 일들이 많았으면 합니다. 이 책은 위드블로그(http://withblog.net)에서 리뷰용으로 제공받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게으름 때문에 납기를 못맞추고 이제서야 글을 읽고 서평을 쓰게 되었습니다. 책을 제공해주신 위드블로그나 출판사에 죄송한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이 책은 주로 과학적 예측이라는 테마를 둘러싼 이야기들입니다. 가장 친근한 것으로는 기상예보 같은 것이 있습니다. 매일 매일 듣는 예보/예측임에도 불구하고, 100% 신뢰받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 ? 과연 세상을 망할 것인가 아니면 번영할 것인가 ? 화석연료의 고갈에 따른 위기는 ?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는 ? 생물다양성에 대한 위기는 ? 등등 근래에 많이 이야기되는 위기론이나 그 근거들에 대한 과학적 해석이랄까요 ?

요즈음 즐겨보는 것 중의 하나가 방송 3사에서 제작한 각종 다큐멘터리들인데, 예를 들어 북극의 눈물, 아마존의 눈물, 툰드라, 아프리카의 눈물, 아무르 등등 우리나라 방송사에서 제작된 다큐멘터리들이 제법 볼만합니다. 그 내용 가운데 대부분 포함된 것이 사라져가는 무엇에 대한 이야기들입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나 생물다양성의 감소 등이 결과적으로 인간에 의해 초래된 것이고, 그로 인한 위기를 경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과연 각종 현상들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인지 또는 그 예측 모형들은 타당한 것인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흥미로운 것인데,현재까지 출현된 대부분의 모형들이 과거 데이타에 근거하게 되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적절한 변수를 끼워넣으며, 그 변수들이 정밀해짐에 따라 과거에 있었던 일들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가능해지는 반면, 그 모형의 다양하고, 정교한 변수들 덕분에 오히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더욱 더 힘들다는 결론이 일어납니다. 즉, 어느 변수가 얼마 만큼 작동하느냐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고, 그 변수의 작동에 따라서 미래 예측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더군요.. 사실,우리가 있었던 일들에 기반해 다가올 일들을 예상할 수 밖에 없기에, 일어나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더군요.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책의 전반부가 거의 과학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이며, 이 내용 수준이나 전개 방식은 그대로 교과서로 옮겨서 중고등학생들에게 읽혀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는 점입니다. 상당히 잘 정리가 되어 있어서 저 역시도 읽어가면서, 다시 한번 공부를 하는 느낌이었고, 스토리를 탄탄하게 연결해 두어 매끄럽게 이해가 됩니다.

과학 전반에 대한 관심이 있고, 왜 기상청이 슈퍼컴을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예보가 잘 틀리는지를 이해하고 싶은 분들에게 강추합니다.


아마 그는 우주를 근원적인 동력을 지닌 계라고 본 최초의 과학자였을 것이다. 좋은 이론은 그저 자료를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도 알게 해준다. 그것은 일종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질서를 탐구하는 행위는 곧 의미를 탐구하는 행위다. 케플러가 파악한 하나의 보편적인 힘은 뉴턴의 중력법칙의 선조 격이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르네상스 화가들이 종교화의 필수요소였던 수정 같은 후광을 걷어내고 역동성과 운동성이라는 새로운 감각을 부여한 것처럼, 케플러도 수정구에 든 행성이라는 고대 개념을 깨뜨리고 행성이 역동적인 힘으로 추진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1605년에 보낸 한 편지에서 그는 이렇게 썼다. "내 목적은 우주라는 기계가 신이 생명을 불어넣은 존재와 비슷한 것이 아니라 시계와 비슷한 것임을 보여주려는 데 있습니다." (101쪽)
물은 미시 수준에서 일어나는 단순한 상호작용이 복잡한 거시적 특성을 빚어내는 물질의 한 예다. 고등학교 과학시간에 보았던 막대와 공을 이용한 물분자 모형을 떠올려보자. 수소 원자 두 개가 산소 원자 하나에 연결된 모형 말이다. 물분자는 전기분극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웃 분자들과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한다. 그래서 분자의 특성만으로는 결코 추론할 수 없는 복잡한 행동이 빚어진다. 작가 더글러스 쿠플랜드의 말을 빌리자면, "당신은 H2O를 보고서 눈, 빙하, 진눈깨비, 지진, 해일, 안개 같은 것들을 예측할 수 없다." (158쪽)
이것은 결정론적이고 객관적인 과학에 내재된 근본적인 위험을 지적한다. 진부하고 지나치게 공식에 충실한 영화처럼, 그러한 과학은 세계를 예측 가능한 대상으로 상상하고 제시한다. 삶의 수수께끼나 마법이나 놀라움 따위는 전혀 없다. 생물과 사물의 중요한 차이점은 예측 가능성이다. 우리는 돌을 차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안다. 하지만 벌을 찰싹 때리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자연을 객관화함으로써 우리는 자연을 죽이고 탈신화화한다. 아폴론의 화살이 피톤의 몸뚱이를 꿴 것처럼 확실하게. 아리스토텔레스 세계관의 빈곤함과 '불변성'을 반박하는 갈릴레이의 논증은 거꾸로 자신을 공격할 수 있다. 정신의학자 R.D. 레잉이 이렇게 썼듯이 말이다. "갈릴레이의 체계는 우리에게 죽은 세계를 제공한다. 장면과 소리와 맛과 촉감과 냄새를 내치며, 아울러 그후로 심미적이고 윤리적인 감수성, 가치, 특질, 정신, 의식, 영혼도 사라졌다. 한 가지 결과는 과학자들이 우리의 날씨, 경제, 심지어 몸까지도 낙하하는 돌처럼 예측 가능해야 한다고 믿게 되었다는 것이다. (163쪽)
현실세계의 계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 있다고 보지 않을 대상(예컨대 날씨)조차도 계산 불가능하게 보인다. 다음 제2부에서 살펴볼 것처럼.
- 예측 모형은 방정식 집합에 토대를 둔다. - 세부사항을 제외한 하향접근법을 이용하여 대기, 생물, 또는 경제 시스템을 모사하려는 이런 시도는 수학적 분석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 그러나 계 자체는 방정식으로 환원될 수 없다. - 그것은 국소 규칙에 토대를 두며, 전체적인 '창발적' 특성은 계산할 수 없다.
- 이런 계의 모형은 매개변수의 변화에 민감한 경향이 있다. - 모형은 과거 자료에 맞게 조정될 수 있지만, 그것이 곧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 더 많은 자료와 더 큰 컴퓨터가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 세부사항을 덧붙이면 얻는 보상이 줄어들곤 한다. 모르는 매개변수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 때로 통계적 방법이 유용할 수 있다. - 그러나 통계적 방법은 가끔 모호한 상관관계에 토대를 두고, 미래가 과거와 비슷하다는 데 의존하며, 인과적 설명을 제공하지 않는다.
- 단순한 모령도 때로 예측에 쓰일 수 있다. - 이것은 대개 정확한 예보보다는 주관적인 의견이나 경고의 형태를 취한다.
(164-165쪽)
아폴론은 피타고라스를 낳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케플러를 낳고 케플러는 갈릴레이를 낳고 갈릴레이는 뉴턴을 낳고 뉴턴은 아인슈타인을 낳았다. 물론 정말로 그랬을 것 같지는 않다. 중요한 것은 맥락이다. 이 사람들, 반신반인들, 혹은 신들은 어느 누구도 진공상태에서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동료, 사회, 가족, 아내가 있었다. (남편은 없었다. 랠프 에이브러햄의 표현에 따르며, 신탁의 성 전환은 역전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처럼 단순한 용어로 그 이야기를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체계화하고,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단, 우리가 방향을 돌려서 미래를 예측하려 시도할 때에는 이와 같은 선형의 인과적 방법이 반드시 들어맞는다고 할 수는 없다. (165쪽)
원격상관(teleconnection)
엘니뇨는 지금은 흔히 극단적인 날씨와 연관을 짓곤 하지만, 그 명칭은 원래 페루 해안에서 일어나는 온화한 사건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바닷물이 따뜻해지는 현상 말이다. 예부터 엘니뇨가 찾아오면 풍년이 든다고 전해졌다. "바다가 온갖 생물로 가득해지고 육지는 더욱 그러하다. 무엇보다도 사막이 정원이 된다. (중략) 퍼붓는 비에 토양이 흠뻑 젖어서 몇 주 사이에 온 나라가 풍성한 초원으로 뒤덮인다. 가축의 수가 두 배로 불어나고, 다른해에는 경작이 불가능해 보였던 곳에서도 면화가 자랄 수 있다." (참고문헌, Murphy 1926). 그곳 사람들은 이 난류를 '남자아이' 또는 '아기 예수'라는 뜻의 엘니뇨라고 불렀다. 이 현상이 대개 크리스마스 직후에 찾아오기 때문이었다. (정반대 상황이 오늘날 '여자아이'라는 뜻의 '라니냐'로 불린다.)
어쩐지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소설에 등장하는 장면 같다. 사막에 마법처럼 꽃이 흐드러지게 핀다는, 오로지 한 지역에서만 일어나는 사건인 양 들리니까, 그 현상이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종종 파괴적이기도 한 사건들과 연관이 있음이 드러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사실 엘니뇨는 남아메리카와 인도/오스트레일리아 사이의 기압이 시소를 타듯 요동치는, 남방진동이라는 현상을 포함하는 지구 전체의 기상패턴 중 바다 부분에 속한다. 남방진동은 1923년 길버트 워커 경이 인도관측소의 소장으로 있을 때 처음 보고했다. 그는 아마존 우림의 가뭄에서 인도의 몬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일으키는 ENSO(ElNino-Southern Oscillation)라는 대양/대기 현상을 발견한 것이다.
ENSO는 서로 무관해 보이는 사건들이 더 큰 패턴의 일부일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기후학자들은 그것을 원격상관(서로 멀리 떨어진 지역의 기상과 해양의 변동이 상호관련을 갖게 되는 것-역주)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원인과 결과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며, 바다와 대기를 하나의 계로 다루어야 함을 뜻한다. (182~183쪽)
천체가 중력법칙 같은 명령에 기꺼이 복종하고 방정식으로 천체의 모형을 만들 수 있는 반면, 날씨와 경제 같은 계들은 더 무정부주의적인 듯하다. 그들이 복종하는 규칙들은 본질적으로 지구적이기보다는 국지적이고 사회적이다. 그 결과 이 세 예측분야에서 과학자들은 똑같은 문제에 직면한다. 토대를 이루는 계 자체는 계산 불가능하므로 모형들은 모형오차를 도입하는 매개변수화에 의존한다. 모형이 다듬어질수록 미지의 매개변수는 늘어난다. 그런 모형을 특징짓는 여러 되먹임 고리들들은 매개변수화를 할 때 아주 작은 오차에도 모형을 민감하게 만든다. 그 결과 모형은 아주 유연해지고 과거 자료에 맞게 조정할 수 있지만, 정확한 미래 예측은 요원한 일로 남게 된다. 모형은 계 자체의 현재  기능을  이해하는 도구로서 가장 유용할 때가 많다. (338쪽)
하지만...... 케플러가 스승인 메스틀린에게 점성술 예측에 관해 조언을 해달라고 물었을 때, 스승은 그에게 말했다. 재앙만 예측하라고. 그것은 빠르든 늦든 실현되게 마련이고. 그렇다, 재앙이다. (438쪽)
"미래를 확실하게 예측할 수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적어도 수학모형과 컴퓨터 그래프 시뮬레이션으로 우리의 인지과정을 훈련시킴으로써 현재의 이해도를 높이고 미래의 생존 가능성을 강화할 수 있다." (4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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