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01. 종이책

[서평] 정관의 치 - 멍셴스

제목 - 정관의 치
저자 - 멍셴스
출판 - 에버리치 홀딩스
분량 - 430
ISBN- 9788992708296


우리 민족의 역사 가운데, 가장 융성했던 시기를 꼽으라면, 아마도 대부분 광개토대왕이나 장수왕 시절의 고구려를 꼽을 것이나, 가장 훌륭한 성군을 꼽으라면 아마도 세종대왕 정도를 꼽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느 민족이던지 현존하는 민족이라면, 자신들의 역사를 찾고 기술하고, 자랑하기 마련일 겁니다. 현존하는 가장 우월한 민족으로 일컫자면, 아마도 예전에도 그랬고, 현재도 역시 중국-한족을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미국이나 서유럽들의 현재 시기를 리딩하는 국가나 사회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민족이란 관점에서 본다면 중국인들을 넘어서기에 한계가 많습니다. 잘 살펴보면 인류 유사 이래로, 중국을 넘어서는 민족은 시기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가 일본과 중국을 무시하거나 얕잡아 보는 경향도 없지 않지만, 그럴 수도 없거니와 그래서도 안되지 않나 싶습니다. 알량한 자존심이 생존을 지켜주는 것은 아니니까요.. 중화사대주의라고 폄하할 것만은 아니리라 봅니다. 현실은 현실인 만큼..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갈라진 민족 입장에서, 하나의 중국을 견제하거나 상대하기에 현실적으로 버거운 것도 사실이구요. 그만큼의 힘도 넉넉치 않습니다.

과연 그럼 중국인들은 그들의 역사 가운데서, 어떤 시대를 그리워하고, 어떤 군주를 칭송할까라는 의문을 품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두말 없이 당 태종을 언급합니다. 시대를 통일한 군주들도 많지만 - 한고조나 진시황과 같은 - 힘없는 백성들 입장에서는 나라가 안정되고, 융성하며, 먹고 사는게 풍요로운 시대를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의 대한민국이 그나마 목에 힘을 줄 수 있는 이유는 땅이 넓어서도 아니고, 큰 세력을 이뤄서인 것도 아닙니다. 역사사상 그래도 먹고 사는데 부족함 없는 - 북한에 비해 상대적으로도 - 시기를 구가하기 때문입니다. 당 태종은 우리 역사에서도 매우 친숙한 인물입니다. 고구려 정벌에 나섰다가 패한 중국의 황제, 양만춘의 안시성에서 한 눈을 잃은 애꾸 황제 - 물론 야사입니다. - 그리 강성한 제국의 황제가 우리 민족을 침범했다가 보란듯이 패전한 과정을 통해,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용도로 많이 이용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결국 고구려는 당나라에 복속되어 버린다는 점에 아쉬움이 큽니다.

당 태종은 우리에게도 친숙합니다만, 중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통치를 했다고 칭송을 받는 군주입니다. 그가 다스렸던 시기를 소위 '정관의 치'라는 이름으로 명명하고 존경할 정도의 시기라고 합니다. 수많은 영웅호걸이 등장하는 시기를 지나 결국 백성들에게 안정된 생활을 부여했던 황제, 마치 조선의 태종과 같이 형제를 죽이고 황제로 등극하는 소설같은 시나리오를 통해 권력을 획득하지만, 가장 안정된 통치를 했다는 황제, 이 책은 당나라가 수나라를 뒤집고 중원의 주인이 되어가는 시기부터, 당 태종 이세민이 세상을 다스리던 시기까지의 이야기를 현재의 관점에서 기술하고 있습니다. 과연 나라를 통치한다는 것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새삼 느끼게 하는 글들입니다. 아무리 피로써 세상을 움켜쥐었는지는 모르지만, 결국 백성들에게 어떤 군주로 다가가야 하는가를 알게 합니다.

당 태종 시기의 현명한 재상 위징의 '양군'에 관련된 이야기나, 당 태종이 아들을 훈육하는 방식을 보면, 아 이래서 그렇게 존경받는 군주이고, 또 그 시대가 칭송을 받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작금의 시기는 물론 왕이나 황제에게 통치당하는 시대는 아니지만, 결국 국가권력이 어떻게 국민들에게 다가가야 하는 가를 새삼 느끼게 합니다. 수천년이 지났지만, 그 시대를 그립게 하는 이유가 생기더군요.

그의 발언은 유문장에게 아주 치명적이었다. 그것은 전통 사상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인재관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이다. 전통 인재관에 의하면 인재는 재능과 덕, 두 가지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 한 사람의 됨됨이를 평가할 때는 재능과 덕을 얼마나 지녔는지 봐야 한다. 재능과 덕이 뛰어난 사람은 최고의 인재다. 그렇다면 가장 나쁜 인재상은 무엇일까? 바로 탁월한 재능을 지녔지만 덕성이 부족한 사람이다. 그 이유는 뭘까? 재능과 덕 모두 모자란 사람은 악행을 저지를 수 없으니 위험이 적다. 덕망이 높고 재능이 떨어지는 사람 역시 악행을 저지를 리 만무하니 이 역시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바로 재능은 있되 덕이 모자라는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은 도덕관념이 모호하기 때문에 쉽게 악행을 저지를 수 있으며 그 규모 역시 보통 사람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98쪽)
또 지도자는 부하들과 생사고락을 함께 해야 한다. 이는 아랫사람들의 적극성을 이끌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재능을 발휘하게 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좋은 것은 모두 자기가 갖고 힘든 일은 모두 부하들에게 시키는 사람은 절대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지도자는 권력이 아닌 권위를 갖추어야 하는데 그 권위는 아랫사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책임감이 없는 윗사람은 그저 윗사람일 뿐이지 진정한 지도자는 아니다. 이세민의 부하들은 왜 그렇게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이세민과 함께 참전하고자 했을까? 그것은 사병에서 시작한 이세민이 자신들과 생사고락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127쪽)
"수 양제는 얼마나 많은 토목 공사를 일으켰습니까? 장성을 쌓는다, 궁궐을 보수한다, 운하를 만든다, 매일매일 무리한 공사를 했던 수나라는 결국 망하고 말았습니다. 그 궁전들은 다 어디에 있습니까? 지금 모두 이용하고 있기는 합니까? 그러니 황제께서는 부디 백성들의 재물을 아끼고 근검절약하셔야 합니다." (263쪽)
정관6년 (혹은 2년), 위징이 황제에게 절을 올리며 말했다.
"소신은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치며 언제나 바른 것을 행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결코 폐하를 속이거나 배반하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아무쪼록 저를 양신으로 만드시되 충신이 되기를 바라지는 마십시오."
그러자 태종이 물었다.
"양신과 충신은 무엇이 다른가?"
위징이 대답하기를,
"양신은 후세에 아름다운 이름을 남기고, 군주가 거룩한 천자가 될 수 있도록 도우며, 자손만대까지 복록을 누립니다. 하지만 충신은 자신은 물론 일가족 모두가 몰살당하고, 군주는 폭군이 되며, 국가도 가문도 모두 멸망하여 오로지 자신만 충신의 이름을 후세에 남깁니다."
태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모쪼록 그 말을 꼭 지키도록 하라. 짐 역시 국라를 바르게 다스릴 계획을 잊지 않을 것이다."
(286~287쪽)
태종은 좋은 황제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소양을 무엇이라고 생각했을까? 일찍이 태종은 대신들에게 태자 교육법을 소개한 적이 있다. 태자가 밥을 먹을 때, 황제는 농사에 대해 물어보았다. 태자가 모른다고 대답하자 그는 봄에는 어떻게 씨를 뿌리고, 여름에는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설명해주었다. 그러면 태자는 수확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식량이 얼마나 귀중한 것이지 깨달아 백성들의 것을 아끼게 될 테니 말이다. 농번기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런 때 함부로 백성들을 동원하면 농사를 망쳐 결국 먹을 것이 없어진다는 것도 이야기해주었다. 이렇게 태자에게 농사 시기와 농업 발전의 중요성을 가르친 것이다. 태자가 말을 탈 때 황제는 말에 대해 아느냐고 질문했다. 이번에도 모른다고 대답하자 황제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말은 너를 태워 길을 갈 수 있다. 그러니 너는 말의 힘을 아껴야 한다. 절대 한 번에 그 힘을 다 쓰게 해서는 안된다. 백성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항상 그들의 힘을 아껴야 한다."
태자가 배를 탈 때 황제는 어김없이 배에 대해 아냐고 물었다. "잘 모르겠습니다"라는 태자의 대답에 황제가 입을 열었다.
"백성은 물이요, 황제는 배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전복시킬 수도 있다. 그러니 배를 무사히 저어가고 싶다면 항상 물을 신경써야 한다. 네 배가 뒤집히지 않도록 말이다."
어느 날 굽은 나무 아래 서 있는 태자의 모습을 본 황제가 말했다."
"이 나무가 굽었다고 얕보지 말거라. 그 길이만 본다면 충분히 곧아질 수 있다. 날 때부터 완벽한 황제는 없다. 반드시 실수가 있게 마련인 것이다. 하지만 신하들의 올바른 의견을 수렴하고 그것을 교훈 삼아야 잘못을 고칠 수 있다. 너는 반드시 이렇게 나라를 다스려야 할 것이다." (417~418쪽)

본 게시물은 도서를 읽고, 개인적인 소감과 비평을 기록하고자 하는 비영리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해당 글이 저자 또는 관련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고자 하는 의사는 없으며, 만일 그런 부분이 존재한다면 자체적으로 수정, 블라인드, 삭제 처리하겠으니 상세히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01. 종이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평] 인생 - 위화  (0) 2010.11.29
[서평] 신하순 미술가족의 유럽여행  (0) 2010.11.18
[서평] 슬랙 - 톰 드마르코  (0) 2010.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