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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종이책

[서평] 슬랙 - 톰 드마르코

제목 - 슬랙
저자 - 톰 드마르코
출판 - 인사이트
분량 - 306
ISBN- 9788991268746


간만에 IT 관련 서적을 읽은 듯 합니다. 인문학 서적이나, 경영/경제 관련 서적들을 계속 읽다가 말입니다. 하는 일이 어쨌든 IT 관련 영역이니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책은 [데드라인], [피플웨어] 등으로 저명한 저자의 또 다른 책입니다. 인상깊은 것은 역자가 이 바닥에서 매우 유명한 블로거인 류한석님이라는 점입니다. 가끔 그 분의 블로그를 구독해서 보고 있는데, 생각해볼 내용들이 많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보는 각도도 틀리고, 관점도 틀리겠지만, IT 종사자로서 역자의 블로그는 구독해 보는 것이 맞다는 입장입니다. 류한석님의 블로그 명칭이 피플웨어인데, 책에서도 밝혔지만 저자 톰 드마르코의 영향이라고 하는군요.

요즈음 들어, 제목이 한 단어 영자로 된 책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넛지, 스눕, 프리, 스틱, 리들.. 등등.. 아마도 Naming 의 유행인가 봅니다. 재미난 것은 제가 영어실력이 딸려서이기도 하겠지만, 늘상 쓰는 단어는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즉, 저자가 주장하는 의견에 적합한 단어를 찾고 이를 일종의 브랜드로 만들어내는 듯 한 것이지요. 이제는 책도 특정 상품이기도 하거니와, 소비자에게 적절하고 기억날만한 자극을 주어야 하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특정 단어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원 단어가 가지는 뜻이 희석되는 경향도 존재하기는 합니다. 마치 키보드 자판에 리턴, 엔터, 에스케이프, 펑션, 알트, 컨트롤 키가 무엇하는 것인지는 알지만, 원 뜻은 깜빡 깜빡하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언급하는 슬랙은 좀더 풀이하자면, 일종의 버퍼 또는 여유같은 것입니다. 어떤 일을 하든 어떤 문제 상황에 처하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공을 들여야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적절한 버퍼가 마련되어 있어야 하고, 이 버퍼를 통해서 또 다른 개선이나 접근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즉,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지식근로자에게 주어질 수 있는 일말의 여유를 제거할 경우, 급변하는 환경 하에서 신속하게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나 유연성들도 같이 제거되는 바, 궁극적으로 기업 및 조직의 성장에 이롭지 않다는 것입니다. 글을 읽어가면서 분명 저자의 의견에 깊이 동감하게 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런 관점은 적정 수준의 여력을 갖춘 기업이나 조직에서 적용가능하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모든 조직이 아예 여유가 없는 것은 아니겠으나, 생존가능성을 확보하고 또 임직원들을 적절하게 부양할 수 있는 비교적 안정적인 인프라를 확보하기 전까지는 결코 쉽지는 않은 일일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분명 저자의 견해가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말입니다.

마치, 공부를 열심히 해야 좋은 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는 원칙적인 의견에 분명 동감하지만, 생각보다 성적이 안나온다면.... 머 이런 것이죠. 시간은 흘러가고, 입시는 다가왔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성적이 오르지 않고, 재수를 하기에는 여의치 않은 상황 하에서는 어찌되었던 내 성적에 적합한 곳으로 진학을 결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 물론, 이 상황에 대한 궁극적익 책임은 학생에게 있겠으나.. 결과적으로 인간이란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는 존재인지라, 뒤늦게 뉘우치고, 현재의 생존을 위해 분투할 수 밖에 그런 상황.. 결과적으로 다음 기회를 노려야한다는 식으로....

물론, 세상 일들이라는 게 책처럼 되는 것도 아니고, 책 대로 한다고 일이 그렇게 흘러가는 것은 아닐 겁니다. 결국, 간접경험으로서의 책 내용을 현실에 적용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기에, 내 상황과 조건에 맞게 매우 현명하게 처신하고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구요.

슬랙에서 저자는 보다 현명한 성장과 발전을 위한, 적절한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여유, 버퍼, 슬랙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조직의 각 영역에서 필요한 만큼 효과적으로 그리고 단계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며, 책에서도 언급되어 있듯이, 잘 계획된 변화관리를 동반해야 할 듯합니다.

저는 원래 개인적으로 '최적화'라는 단어를 매우 좋아해왔습니다. 사실 기억나는 유틸리티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게 Norton Speedisk 였을 정도로 말입니다. 이제는 조금 슬랙을 주어야 하겠습니다. 그냥 최적화가 아니고, 적절한 슬랙이 포함된 최적화여야 한다는 것이지요. 즉, 파편화된 디스크를 최적화하기 위해서라도, 여유 공간이 확보되어야 있어야 작업이 가능한 것처럼 말입니다.

오랜만에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글들이었습니다. IT 종사자들이라면 한번쯤 꼭 읽어보셨으면 하고, 이를 자신이 처한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한번쯤 고민해봤으면 합니다. 물론, 책 대로 조직에 적용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는 전제 하에 말입니다.


내 방식대로 표현하면, 이미 부분적인 점유율을 갖고 있는 시장에서 여러분의 존재를 확대하거나 넓히는 경우 여러분은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이다. 여러분의 존재감이 없고 존재감을 만들 내재 역량조차 없는 시장에 돈을 써서 시장에 들어가는 경우 여러분은 다른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73-74쪽)

스프린팅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관리자는 영웅이 된다. 그런 관리자는 최적의 타이밍을 파악하는 능력, 짧은 시간 동안 무엇을 얻을 수 있고 무엇을 얻을 수 없는지에 대한 완전한 이해력 (만약 납기를 월요일에 맞출 수 없거나 프로젝트가 아예 취소되어 버린다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모든 사람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지도자로서의 타고난 재능을 갖추고 있더. 무엇보다도 그런 관리자는 엄청난 신뢰가 축적되어 있어야 한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특별한 초과근무를 요구 받는 것이 정말 예외적인 상황이며, 그러한 노력이 의미 없이 소진되거나 정기적으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101쪽)

물론 두 가지를 모두 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만약 둘 중에서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여러분은 어떤 것을 택하겠는가? 효율인가, 아니면 효과인가? 사실 이것은 매우 쉬운 질문이다. 효과적이지만 효율적이지 못한 조직은(비록 빠르지 않을지라도) 목표를 향해 착실하게 나아간다. 목표에 대해 얼마만큼의 진도를 보이는가는 효율의 문제이다. 효율적이지만 효과적이지 못한 조직은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런 상태에서는 더 최적화가 될수록 즉, 효율이 커질수록 목표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182-183쪽)

다음은 보험 비즈니에서의 리스크에 관란 몇 가지 설명이다.
1. 리스크는 본질적으로 나쁜 것이 아니다. (리스크야말로 여러분이 비즈니스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이유 그 자체이다.)
2. 리스크는 어떠한 경우라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여러분이 어떻게 하더라도 나쁜 사건이 발생하면 여전히 약간의 손실이 있을 것이다.)
3. 리스크 관리에는 얼마간의 비용이 발생한다. (리스크를 전가하기 위한 추가 정책을 만들어야 하고, 리스크 중 일부를 분담하는 조건으로 파트너 회사에게 지불해야 할 비용도 있을 것이다.)
4. 리스크가 실현되지 않을 경우, 리스크 관리는 부가 비용이 된다. (리스크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면, 연간 보험료 수익에서 리스크 관리 비용이 그만큼 차감된다.)
5. 이러한 원리는 단지 하나의 리스크가 아니라 전체 포트폴리오에 적용되어야 한다.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말을 기억하라. 1년 동안 포트폴리에서 그 어떤 리스크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267-2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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