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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종이책

[서평] 밤의 피크닉 - 온다 리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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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밤의 피크닉
저자 - 온다 리쿠

출판 - 북폴리오
분량 - 364
ISBN- 9788937830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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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이던가, 심심풀이로 나의 독서 취향 같은 것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로 나온게 [우아하고 속 깊은 서안해양성] 이라는 취향이었고 - 대부분의 이런 설문에는 나쁜 얘기로 결론을 내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 추천하는 저자가 은희경, 생텍쥐베리, 온다 리쿠라는 결론이더군요. 재미있는 것은 각 저자의 글들은 1권 정도나 읽어봤을까요 ? 그리 친밀하지는 않았다는 점이죠. 결론적으로 저는 제 취향이 아닌 책들만을 읽고 있었던 겁니다. 흠..

아래 URL에 아직 그 서비스가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 해보시길 바랍니다. 나름 재미있습니다.

http://book.idsolution.co.kr/index.php?mode=home

사내 독서경영의 일환으로 독서릴레이나 필독서 읽기 등이 진행되는데, 이 결과를 공유하였더니, 동료가 책을 하나 선물해주었는데, 바로 이 책이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온다 리쿠가 누군지도 몰랐던 참이지요. 1월달에 얻은 책을 이제서야 읽었으니, 꽤나 게으르다고나 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소설은 재미가 있어야 읽는 맛이 납니다. 즉, 빠져들어가는 스토리가 전제가 되어야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이 책도 역시 그런 재미가 있습니다. 한번 손에 들고 나서는 그대로 끝까지 읽고 싶은 욕심이 드는 책입니다. 다만, 제게 주어지는 시간이 연속적이지 않기에 어쩔 수 없습니다만..

다카고와 도오루라는 한 아버지의 이복남매 - 같은 학교, 같은 학년, 같은 반, 그리고 고3, 이 학교에서는 수학여행 대신에 보행제라는 1박2일간의 80km 를 걷는 이벤트를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두 주인공이 갖고 있는 갈등을 드러내고, 풀어가는 그리고 그 주변의 친구들, 친구들이 갖고 있는 스토리들이 절묘하게 엮이면서 읽는이에게 그 시절을 생각나게 합니다. 읽는 이 입장에서는 나는 과연 그 시절에 어땠으며, 지금 그 시절을 어떻게 추억하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저자 온다리쿠는 미스터리, SF 물을 쓰는 작가라고 합니다만, 일종의 마치 성장 드라마의 시즌1을 보고있는 듯한 가볍지만 경솔하지 않은 그리고 나쁘지 않은 결론으로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읽는자를 편안하게 해줍니다. 즉, 부담없이 좋은 글을 읽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죠. 어딘가 밋밋하거나 뒷맛이 깔끔하지 않은 여운을 남기는 경우도 많지만, 이 책의 경우에는 매우 산뜻하고 경쾌한 느낌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연 저자의 다른 책들은 어떨지 궁금해 집니다.

"아뿔사?"
"응, '아뿔사, 타이밍이 늦었다.'야. 어째서 이 책을 좀더 옛날, 초등학교 때 읽지 않았을까 몹시 후회했어. 적어도 중학생 때에라도 읽었더라면, 10대의 첫머리에서 읽어두어야 했어. 그랬더라면 분명 이 책은 정말 소중한 책이 되어, 지금의 나를 만들기 위해 뭔가가 되어주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분해서 견딜 수 없어졌어. 사촌형은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주었던 게 아니었어. 우리 남매의 나이며 흥미 대상을 생각해서, 그 때에 어울리는 책을 골라주었던 거야. 사촌형이 책을 주었을 때 바로 읽었더라면, 사촌형이 골라준 차례대로 순순히 읽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그만큼 분했던 일은 최근에 없었던 것 같아."
"오."
도오루는 의외라고 생각했다. 시노부는 과거의 일에 연연하지 않는 타입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말이지, 타이밍이야."
시노부는 나직하게 이야기를 계속했다.
"네가 빨리 훌륭한 어른이 되어 하루라도 빨리 어머니에게 효도하고 싶다. 홀로서기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는 건 알아. 굳이 잡음을 차단하고 얼른 계단을 다 올라가고 싶은 마음은 아프리만큼 알지만 말이야. 물론 너의 그런 점, 나는 존경하기도 해. 하지만 잡음 역시 너를 만드는 거야. 잡음은 시끄럽지만 역시 들어두어야 할 때가 있는 거야. 네게는 소음으로밖에 들리지 않겠지만, 이 잡음이 들리는 건 지금뿐이니까 나중에 테이프를 되감아 들으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들리지 않아. 너, 언젠가 분명히 그때 들어두었더라면 좋았을걸 하고 후회할 날이 올 거라 생각해."
(155-156쪽)

"오호, 내 자신도 모르는 재능을 발견했군...... 대체로 우리 같은 어린아이들의 부드러움이란 건 플러스 부드러움이잖아. 뭔가 해준다거나 문자 그대로 뭔가 준다거나. 그러나 너희들 경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주는 부드러움이야. 그런 게 어른이라고 생각해."
(196쪽)


온다 리쿠의 다른 책 가운데 추천할 만한 게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