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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Writings

디지털라이즈

작금에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또는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분야는 아마도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영역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곰곰이 - 꾸벅 꾸벅 졸면서 - 생각을 해보니.. 결국은 우리 주변의 많은 형식과 내용들이 디지털라이즈(Digitalize)되어가는 상황이다라고 해석됩니다. 어떤 기업의 광고에서는 알파라이즈라는 용어를 만들어내서 이를 이용하기도 합니다만..

아날로그니 디지털이니 등등에 관한 화두야 워낙에 오래된(?) 이야기이니 그닥 새로울 것도 없겠으나, 지금의 상황은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을 조그마한 모바일 기기를 통해서 해소하려는 노력의 총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보는 책과 신문, 내가 내는 지불수단, 내가 보는 영화와 듣는 음악, 내가 노는 게임 등등을 손바닥 안에서 운영하려고하는 시도들..

이런 과정을 감히 전반적인 디지털라이즈라고 한다고 할 때.. 과연 무엇이 좋아지고 무엇을 얻는 것이며, 무엇을 잃는 것인지를 한번 생각을 해봅니다.

디지털라이즈가 주는 매력은 그 신속함과 편리함으로 대표될 수 있겠습니다. 손가락 하나로 또는 몇 번의 입력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많은 것들을 해소해주는 시대, 매우 빨리 그리고 매우 간편하게 원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는 기반과 도구를 아주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제공한다는 점은 그야말로 첨단기술이 가져다주는 마술과 같은 힘이라 하겠습니다.

대신 이런 세상에서 우리가 조금씩 잃어가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무거움과 진지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목표하는 무언가를 달성하거나 얻기 위해서 시간과 자원을 소모하면서 겪게 되는 경험과 노력의 과정을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요..? 새로 발행되는 우표를 사기 위해, 우체국 앞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의 추억과 경험, 백판을 구하기 위해 시내 뒷골목을 헤매던 사람의 기억, 서점을 뒤져 원하는 책을 사고, 포장을 하며, 밑줄을 긋던 경험을 통해서 우표나 음악이나, 책 등의 컨텐츠가 아닌 컨텐츠를 얻기 위해 일어났어야 하는 아날로그적 경험들을 잃고 있는 것일 겁니다. 그렇다고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을 테구요.

다만, 이와 같이 신속하고 편리하게 발전한 세상 속에서도 여전히 경험과 기억과 추억으로 대표될 수 있는 진지함과 무거움이 또 다른 방식으로 - 오히려 디지탈화된 방식으로 - 전달되거나 겪게 되는 그런 일들이 분명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무수히 넓어지고 다양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관계들 전체의 무게는 결과적으로 과거나 현재나 결국 한 사람이 지녀야 하는 무게를 넘어설 수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생기게 마련이듯 어딘가 매우 가벼워졌다면, 그 어딘가는 다시 무거워져야 할 거란 생각을 해봅니다.

과연 그게 어디이며, 무엇인가가 뚜렷해지지 않는 현재가 조금 먹먹하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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