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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종이책

[서평] 씽크 이노베이션 - 노나카 이쿠지로, 가쓰미 아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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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씽크 이노베이션
저자 - 노나카 이쿠지로, 가쓰미 아키라

출판 - 북스넛
분량 - P400
ISBN- 9788991186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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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카라는 학자는 참 많이도 인용되는 학자인데, 이제서야 한 번 읽어보았다는 점에서 후회 또는 반성이 됩니다. 지식경영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늘상 회자되는 학자인데.. 사내 자료실에 있기에 전년도에 빌렸습니다만, 한참이 지나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기대했던 것보다는 상당히 괜찮은 내용을 담고 있다고 생각되는군요.

요즈음에는 워낙 경영 서적들이 많고, 이런 저런 기업 사례들이 굉장히 많이 제공되기 때문데 어쩌면, 그저그런 얘기겠구나 싶어 식상할 법도 한데, 이 책은 그런 선입관을 바꿔주더군요. 저자가 꾸준히 발굴하고 있는 기업의 스토리들을 담고 있는데, 주로 일본기업들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그리 문화적 차이가 없어서인지, 제공되는 사례들이 상당히 괜찮습니다. 특히나 포장마차 같은 이야기는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입니다. 그리고 시간적으로나 거리상으로나 매우 먼 이야기들이 아닌지라, 굉장히 친숙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또한,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된 이야기들이 기업의 혁신에 관련된 사례들이고, 그런 실무적인 혁신 사례들이 상세히 언급되고 있다는 측면과 저자가 그 이야기들에서 곱씹어내어 정제한 교훈들이 쏙쏙 들어온다고나 할까요..? 더불어, 오륙도나 사오정으로 일컬어지는 중간관리자 아니 중간층 - 책에서는 미들매니지먼트로 표현됩니다 - 의 이노베이션 활동이나 역할을 중요하게 언급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언급되고 있는 많은 사례들에서도 보이듯이, 저자는 현장과 이노베이터의 주관, 심지어는 마키아벨리적 정치력을 요구하고 있으며, 강력한 실행력이 바로 이노베이터의 조건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장을 살아가는 직장인들이 바로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는 것들이기에 쉽게 이해가 되고 수긍이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노나카 교수의 다른 책들도 한번 읽어보려 합니다. 예시하고 있는 사례가 주는 교훈이 크고, 저자의 이야기가 현장에 근접한 매우 실무적인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참 괜찮지 않나 싶고, 내 취향에도 맞는다 싶습니다.

'양'이 아닌 '질'로의 전환, '연속'이 아닌 '비연속'의 허용, '비슷한 물'에서의 경쟁이 아닌 '다른 물'로의 도약, 현재의 '연장'이 아닌 새로운 '미래창조'...... 그런 이노베이션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 그들을 이노베이터라고 부른다. (p9)

진정한 이노베이터의 본질
- 진선미의 이상 추구와 정치력
- 문맥의 공유와 무대 형성 능력
- 본질을 꿰뚫는 직관력
- 논리를 초월한 '주관의 힘' (p40-49)

"사람은 논리만 가지고는 여간해서 납득하지 않아요. 포장마차를 집단으로 영업하려면 전업으로 할 사람들이 필요했으나 그런 상황에서는 전혀 모여들 것 같지 않았어요. 강행한다면 반드시 실패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내 고장 가꾸기였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을 꾀하는 데 있었습니다. 고향 땅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려는 이를 많이 모으려면 정보 공개와 선전밖에 없었지요. 그래서 1년간은 철저하게 홍보 활동에만 집중하자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p89)

"마술은 현실 속에 있을 수 없다고 생각되는 것을 눈앞에 보여주어 손님을 감동시킵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만 보이는 것 속에도 요령이 있지요. 손님이 볼 때 차이가 없어 보이는 것도 연기하는 쪽에서 얼마든지 묘안을 짜낼 여지가 있어요. 무언가를 목표로 할 때, 도중에 무리라고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이 방법이 안 된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 실현될 때까지 계속 생각할 것인가. 그런 의미에서는 기타노 포장마차도 드디어 요령을 찾아낸 하나의 마술인 셈입니다." (p92)

일의 추진 방법에는 논리실증주의에 기초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이며 논리분석적인 접근법과, 비전이나 강한 사고에 바탕을 둔 주관적이며 실천적인 접근법이 있다. 이론인가 실천인가? 논리분석인가 직관인가? 객관인가 주관인가? (p125)

이 사례를 통한 지적 방법론의 가장 큰 특징은 현장주의에 철저하며, 상당히 실천을 중시하고 있는 점에 있다. 실천부터 시작한 뒤 지속적으로 경험적 지식이나 신체적 지식 같은 암묵적 지식을 축적해가는 과정에서 가설을 세우고 이론화하여 형식적 지식을 만들어간다. 현장에서의 실천을 중시하고 직접경험을 축적해가는 능력과 그것을 개념적으로 전환해가는 능력을 동시에 지닌 사람을 특히 '지적 운동가 intellectual muscle'라고 부른다.
이 지적 운동가의 특징은 현장에서 실천을 하는 방식에 있다. 그들은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겸허함'을 지님으로써 사고를 개발시켜둔다. 이 겸허함이야말로 지적 운동가의 본질이며, 풍부한 지식의 축적을 가능하게 한다. (p126-127)

미국 MIT의 저명한 경영학자이자 철학자이며 교육학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도널드 숀 교수는 저서 [전문가의 지혜 - 반성적 실천가는 행동하면서 생각한다]에서 새로운 프로페셔널 상으로 '반성적 실천가 reflective practitioner'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복잡하고 불확실성이 높은 현실에 대해 기존의 이론이나 기술을 도구적으로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적 합리성'이나 그에 바탕을 둔 '기술적 숙련자'가 아니라, '행동하면서 성찰 reflecting in action'할 수 있는 반성적 실천가로의 전환을 설명하며 실천과 경허함으로 사고를 개방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전하고 있다. (p128)

시장의 진실을 알고 싶거나 혹은 문제의 배후에 있는 본질을 파악하고 싶다면, 조사연구나 기존의 이론 등에 만족하지 말고 현장으로 걸음을 옮겨 실천부터 시작할 일이다. 현장에서 실천할 때는 아무 준비없이 뛰어들어서는 곤란하며, 자기 나름대로의 가설이나 문제의식을 갖고 동시에 겸허함을 지녀야 비로소 진실과 본질이 보이게 된다. 실천에는 수많은 어려움과 씁쓸한 실패도 동반되지만, 심신 양면으로 어려운 전장 체험을 할수록 경험적 지식은 부풀게 된다. 이러한 직접경험을 바탕에 둘 때 비로소 문제를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해결책을 강구하는 능력을 얻게 된다. 그것이 지적 운동가이다. (p130)

"저는 럭비부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백 명 정도 되는 부원 중 15명만 정규 선수로 뽑혔어요. 정규 선수와 비정규 선수의 능력은 종이 한 장 차이였으나 그 종이 한 장 차이로 승부가 갈렸죠. 일의 성공과 실패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딘가 미심쩍은 곳이 있지만 스스로와 타협한 뒤 나중에 '그 부분을 소홀히 하지 않았더라면'하고 후회하고 싶지 않았어요. 종이 한 장 차이기 때문에 타협하지 않는 것입니다." (p143)

지식사회에서는 '만드는 일'의 바람직한 모습도 바뀐다. 요구되는 것은 '양'으로 측정할 수 있는 사물 자체가 아니라 '질'을 따지는 지식이 얼마나 그 속에 녹아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 '질'은 만드는 쪽이 만들어낸 문맥(의미)에 의해 좌우된다. 구매하는 쪽은 그 문맥에 공감했을 때 가치를 느낀다. 지식사회에서의 '만드는 일'은 단순히 '사물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스토리를 지닌 '이벤트 만들기'가 요구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p151-152)

우리는 현실에 대해 두 가지 관점을 갖고 있다. 한 가지는 객관적인 관점이다. 그곳에는 어떤 시장이 있으며 어떤 고객이 몇 명 있는가라는 '바깥쪽'에서 보았을 때 보이는 사실을 중시하고, 시장은 인간의 주관적인 생각이나 가치관으로부터 독립된 실재라고 생각하는 외부인의 관점이다.
객관적으로 보는 현실의 가장 큰 특징은, 데이터를 통한 측정이 가능하여 과학적이며 분석적인 접근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중략)
반면에 주관적인 관점은 현실이 '자신에게 어떻게 보이는가? It seems to me~'의 의미를 따지는 세계이며, 입구에 있는 것은 그 자신의 생각이다. 자신은 무엇을 위해 살며, 무엇을 위해 일하며,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생각으로부터 시작한다. 그 생각을 지니고 현장에 가서 직접 경험하며, 고객과 같은 체험을 하거나 대화를 거듭하면서 내부인 insider 으로서 '안쪽'에서 시장의 현실을 본다. 이때 중요한 것은 '경쟁의 수준은 몇 %'라는 분석적 데이터가 아니라, 시장의 의미가 그 자신에게 어떻게 보이는가 하는 것이다. (p264-265)

특히 오늘날의 미들 매니지먼트 층은 분석의 세계에 지나치게 파고들어 가서 직접경험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버리고 있다. 시장을 안쪽에서 보고,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분석적 인식으로 얻어지는 정보는 경험적 지각과 비교하여 압도적으로 적다. 지각은 미묘하고 미세한 변화조차 직관할 수 있기 때문에 지각만큼 풍부한 정보가 얻어지는 세계는 없다고 한다. 필요한 것은 다시 한 번 현장에서 직접체험을 거듭하고 지각을 연마하며 주관의 힘을 회복하는 일이다. (p272)

"문제는 엔지니어의 만족과 고객의 만족 사이의 차이에 있었어요. 팀원들이 변명을 시작하면 저는 그것을 가로막고, 만일 자네들이 이 차를 구입한다면 어떻겠는가? 사용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 이런 장치가 있으면 기쁘지 않겠나? 차를 즐기는 고객의 마음을 지나치게 경시하는 것은 아닌가? 그렇게 거듭 반복하여 이야기했죠. 고객은 2백 몇십만엔이란 거금을 지불해. 돈에 합당한 것을 제공하는 것이 엔지니어의 양심이 아닌가? 마지막에는 이것이 그들의 입을 막는 말이었어요." (p279)

지식 창조를 위한 매니지먼트의 방식에는 톱다운도 바텀업도 아닌 제3의 방법으로서 '미들업다운'이 있다. 팀의 리더를 담당하는 중간매니저가 조직 내 종횡으로 지식의 흐름이 교차하는 연결점에 서서 경영층과 일선 직원들을 끌어들여 이노베이션을 일으켜간다. 중간 매니저를 지식창조 프로세스의 중심에 위치시켜 역동적인 역할을 맡게 하는 것이 미들업다운의 사고방식이다. (p288)
- 중간관리자의 현명한 역할을 기대하고 유도하는 것이 기업의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알 수 있습니다.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은 자신의 것을 모든 사람의 것으로 치환하는 프로세스입니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언어화하여 전하고, 상대도 그것에 귀를 기울인다. 공유에는 성의 있는 대화가 필수적이며, 그것을 위해 불필요한 벽을 모두 허문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것은 외부 사용자들과의 정보 공유인데, 사내에서조차 정보를 공유할 수 없는 회사가 외부에 대해 아무리 정보를 공개하더라도 사용자와의 공유 따위는 이루어질 수 없어요. 정당한 의견이 통하는 조직을 만듦으로써 비로소 사용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법이죠." (p305)

하테나에서는 인사 면에서도 독자적인 시도에 착수하고 있다. 직원을 채용할 때는 응시자가 계속 써온 블로그를 중시한다. 한두 시간 만에 쓴 이력서보다 1년 이상 계속하여 일상적인 일들이나 생각들을 엮은 블로그 쪽에 훨씬 인격이 잘 나타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면접때 함께 카드게임 등을 즐기면서 조그만 반응으로부터 특성을 살피기도 하지만, 블로그가 재미있는 사람과의 면접에서 실망한 예는 없었다고 한다. (p311)
- 저도 한번 해볼려고 합니다. 사람을 판단하는 순간은 매우 짧지만, 누적된 정보를 통할 수 있다면 보다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매니지먼트란 본래 '경험 craft/experience', '통찰/직관 art/insight', '분석 science/analysis' 이 세 가지를 적절히 배합한 것이어야 한다. 분석에 지나치게 치우친 매니지먼트 교육은 관료적인 '계산형' 매니지먼트를 기르기 쉽다. 반면에 경영대학원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예술가처럼 굴면 '영웅형' 매니지먼트를 행하는 경향이 있다. 그 어느 쪽도 진절머리가 난다. 책임 있는 지위에는 영웅요 관료도 필요 없다. 필요한 것은 균형감각을 지닌 헌신적인 인재이다. 다시 말해 '관여형 engaging' 매니지먼트를 실천할 수 있는 인물이다." (p339)

물론 미래를 향한 가설을 내세우려면 과거를 깊이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과거의 데이타에 사로잡히면 사고가 얼어붙어버린다. 앞에서 본 민츠버그 교수도 "(과거의) 데이터는 상세한 부분을 무시하고, 복잡한 현실을 주로 최근의 숫자로 단순화하기 쉽다."라고 지적하고, 과거의 데이터에 속박되는 것을 '관료적인 계산형 매니지먼트'라고 부르며 비판한다. 수치데이터는 그것만으로는 어떻게 그 수치가 나왔는가 하는 개별적이며 구체적인 문맥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내일의 고객 니즈에 관해 가설을 세우고 그 결과를 검증함으로써 비로소 그 데이터는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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