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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종이책

[서평] 넛지 - 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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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넛지
저자 - 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

출판 - 리더스북
분량 - 426P
ISBN- 978890109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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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도에 제법 관심을 끌었고, 많이 팔리기도 한 경제학 서적이다. 그런데, 이 책을 과연 경제학 서적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심리학 서적이라 해야할지 사실 잘 모르겠다. 다만, 언급되어 있는 많은 예시들이 경제학적인 측면이 많은지라 아마도 경제학 서적으로 구분되고 있지 않나 싶다. 아마도 출발은 사람들이 현재를 살면서 마주치게 되는 많은 결정/선택의 상황에서 어떤 결정들을 내리는 가에 대한 심리학적인 분석으로부터이지 않나 싶다.

약간 요약하자면, 많은 이들이 매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듯 하지만, 처한 환경과 제공된 보기에 따라 매우 비합리적이거나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곤 하는 데 이는 결국 결정을 유도하는 - 바람직한 것이던, 아니던 간에 - 그 무엇인가에 매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를 '넛지'라는 키워드를 통해 묘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카페테리아식 식당에 음식이 배열된 순서나, 편의점에 상품들이 배치된 순서, 대통령 후보들의 기호들은 모두 아무 상관이 없는 듯 하지만 결국 의사결정을 하는 고객이나 투표인에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사실,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일련의 심리학 서적들이나 마케팅 서적들에서 상당히 많이 언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이 책은 순전히 이와 같은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할 수 있는 선택안의 설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즉, 각종 제도와 절차, 방안들을 제시하고 설계하는 이들은 충분히 이와 같은 넛지 효과를 잘 판단해서 의사결정자들에게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한다.

책의 중심 내용이 넛지라는 점에서는 매우 흥미로웠다. 사실 이런 효과를 모르고 있지는 않았지만, 이 영역을 하나의 경제학적인 영역으로까지 발전시킨 저자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질 뿐이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을 다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본질적으로 제도와 체계, 절차가 바람직한 지 여부가 선행되어야 하는 측면이며, 그 다음 그 제도와, 체계와, 절차의 상세를 결정짓는 것은 아닐까..??

매우 흥미로운 주제로부터 시작하였기에 초반에는 책이 수월하게 읽히는 반면, 중후반부로 갈 수록 제공되고 있는 예시가 너무 편중되다 보니, 괜히 촛점이 흐려지는 효과가 나타나는 듯 하다.. <- 어쩌면 이 역시도 저자의 선택 설계가 아닌지 의심해보며...

결국 넛지는 책임지지 않으려는(?) 이들의 매우 효과적인 하지만 매우 소극적인 활동으로 해석될 수도 있음에 참 유의해야 할 것 같다.



넛지는 선택 설계자가 취하는 하나의 방식으로서, 사람들에게 어떤 선택을 금지하거나 그들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는 것이다. 넛지 형태의 간섭은 쉽게 피할 수 있는 동시에 그렇게 하는 데 비용도 적게 들어야 한다. 넛지는 명령이나 지시가 아니다. 과일을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놓는 것은 넛지다. 그러나 정크푸드를 금지하는 것은 넛지가 아니다. (P21)
- 이는 잘못 해석하거나, 좀 깊이 생각해보면 책임을 회피한다는 느낌도 갖게 된다. 매우 소극적인 활동으로만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갖는다.


인간들은 분명 레밍쥐(lemming: 주로 북아메리카와 유라시아의 북쪽에서 서식하는 소형 설치류로, 3-4년 만에 한 번씩 개체군 '폭발' 현상이 일어나면 스스로 절벽에서 뛰어내려 집단 자살을 함으로써 개체수를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 옮긴이) 와는 다르다. 그러나 타인의 말이나 행동에 쉽게 영향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P90)
- 예전에 즐겨하던 레밍스라는 게임의 원리를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의 일종으로, 우리는 이를 RECAP이라고 칭한다. '기록하라(Record)', '평가하라(Evaluate)', '대체 가격과 비교하라(Compare Alternative Prices)'를 줄여 만든 두문자이다. (P153)
- 이와 같은 RECAP은 꼭 넛지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자원을 관리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모든 행위에 항상 따라붙어야 한다고 본다. 다만, 이게 항상 게을러서 잘 안되는 경향을 갖는다.

사회과학 연구에 따르며, 선택안들이 많을수록 그리고/또는 보다 많은 차원으로 다양해질수록 사람들이 단순화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택 설계를 위한 함축적 암시들이 상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안들의 개수가 많아지고 복잡해질수록 선택 설계자들은 보다 많은 것을 생각하고 처리해야 하며 (바람직한 쪽으로든 그렇지 못한 쪽으로든) 선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크게 높아진다. (P156)
- 여하튼, 사람이 삶을 산다는 것은 결국 결정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이 책의 주제는 매우 유용하기는 하다.

이 문제에 대해 [넛지]는 자유주의적 개입주의 (혹은 자유주의적 온정주의)라는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사람들이 고정된 선호체계를 갖지 못하고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사람들이 어떠한 맥락에서 현실을 바라보는지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면, 약간의 맥락의 변화만으로도 사람들의 상황판단에 영향을 미쳐 그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제안이다. 저자들은 이러한 정책적 개입은 사람들의 행동 자체를 규제하거나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변화를 통해 사람들이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게 하고 그러한 해석 아래에서 자신이 스스로 선택을 내리게 되므로 여전히 자유주의적인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개입을 '넛지'라고 묘사한다. 옆사람의 팔을 잡아끌어서 어떤 행동을 하게 하는 게 아니라, 단지 팔꿈치로 툭 치면서 넌지시 어떤 행동을 유도한다는 의미이다. (P424)
- 이 책의 주요 줄거리를 잘 요약해둔 옮긴이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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