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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종이책

[서평] 화폐전쟁 - 쑹홍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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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화폐전쟁
저자 - 쑹홍빙

출판 - 랜덤하우스
분량 - 511P
ISBN- 9788925521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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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금년에 가장 널리 읽힌 경제서적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미네르바, 시골의사와 함께 경제라는 분야를 매우 근접하게 만든 장본인이 아닐까 싶죠. 하지만 이 책이 주는 묘미는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일어나게된 원인을 추적해보려는 노력에 근거합니다. 즉, 작금의 경제상황이 어떤 원인으로부터 어떻게 발전되어 일어나게 되었는지를 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설득력이 배가됩니다. 물론, 제가 갖고 있는 짧은 지식으로 그 분석과 해석이 진실인지 아닌지를 가늠할 방도는 없습니다.

저자는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경제현상의 원인으로 국경을 초월한 금융독점재벌들을 지목하고 있으며,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세계경제에 영향을 끼쳐왔는지를, 그리고 지금은 어떻게 끼치고 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이야기 전개가 다소간 음모론적인 측면이 없지는 않으나, 아예  근거없는 이야기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정치경제학 서적의 한 구석에서 자본주의 경제의 마지막 단계에 금융독과점에 대한 언급이 없지 않았음을 생각해보면,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다 싶습니다.

다만,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이 얻을 수 있는 점은, 현재 국제경제의 전반적인 흐름이나, 화폐/통화에 대한 잘못된 또는 모자란 인식에 대하 개선, 미국 국채와 달러화의 관계 등등 우리가 흔히 흔히 접하기 어려운 영역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책 뒷부분에는 지난 해부터 터진 경제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금융파생상품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도 하나의 재미라면 재미이다.

은행가의 입장에서 볼 때 전쟁은 큰 호재다. 평화 시기에는 감가상각이 느리게 진행되던 각종 고가의 시설과 물품이 전쟁 때는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화기 마련이다. 전쟁의 당사자들은 어떤 대가를 치르고라도 싸움에서 이기려고 하기 때문에, 전쟁이 끝난 후에는 이긴 쪽 정부든 진 쪽 정부든 은행 채무라는 함정에 빠져들고 만다. (p50~51)
- 전쟁이란 도구를 통해 이득을 얻는 이들은 누구일까 ? 누군가는 명분을 또 누군가는 실리를 얻겠지만, 궁극적으로 누가 이로운 것인지를 따라가보면 된다.

국제금융재벌이 큰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의 하나로 경제 불황의 조작이 있다. 그들은 먼저 신용대출을 확대함으로써 경제적 거품을 조장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투기에 집중하게 한다. 그런 다음 통화량을 갑자기 줄여 경제 불황과 재산 가치의 폭락을 유도한다. 그리고 우량 자산의 가격이 정상가의 10분의 1, 심지어 100분의 1까지 폭락하기를 기다렸다 갑자기 나서서 말도 안 되는 싼 가격에 사들이는 것이다. 이를 가리켜 국제 금융재벌들끼리 통하는 전문 용어로 '양털 깎기(fleecing of the flock)'라고 한다. 사유 중앙은행이 설립된 이후 양털 깎기는 규모 면에서 사상 최고에 달했다. 가장 최근의 양털 깎기 행위는 1997년에 아시아의 '네 마리 작은 용'을 상대로 일어났더. (p148)

IMF와 결탁한 국제 금융재벌들은 벌써부터 그물을 치고 고기가 모이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IMF는 가혹한 구제 조건을 내세우면서 얼떨결에 재수 없이 걸린 개발도상국들에 유명한 'IMF의 네 가지 명약'을 먹도록 몰아냈다. '네 가지 명약'이란 국가 핵심 자산의 사유화, 자본시장의 자유화, 기본 생활 요소의 시장화, 자유무역의 국제화였다. 이 약을 먹은 대부분의 나라는 죽지 않으면 치명상을 입고 쓰러졌다. 몇몇 저항력이 강한 나라도 큰 타격을 입고 국력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 (p305)
-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필요없겠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경험해보지 않았던가..?? 니미..

미국 달러가 가장 전형적인 예다. 달러는 채무가 발생함과 동시에 발행되고 채무 상환과 동시에 폐기된다. 시중에 유통되는 모든 달러는 일종의 차용 증서이며 모든 차용증은 날마다 이자가 붙는다. 게다가 그 이자는 복리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 천문학적 이자 수입은 과연 누구에게로 돌아갈까? 이자 수입은 다름 아닌 달러를 만들어내는 은행의 몫이다. 달러의 이자는 원래 화폐의 총량을 제외한 부분이며 현재의 화폐 유통량 외에 새로운 채무 달러의 발행이 뒤따른다. 바꿔 말해 사람들이 돈을 더 자주 빌릴수록 더 많은 돈을 빌리게 되는 것이다. 채무와 화폐는 연동되어 있으므로 채무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악순환은 무거운 이자 부담으로 말미암아 경제 발전을 가로막고, 결국에는 모든 체제가 붕괴할 때까지 계속된다. 채무의 화폐화야말고 현대 경제에 도사린 심각한 잠재적 불안이다. "인시(寅時)에 묘시(卯時)의 식량을 먿는다."라는 중국 속담처럼 사람들은 미래의 돈을 빌려 현재의 수요를 충족한다.
또 다른 화폐의 종류는 금은화폐로 대표되는 비채무화폐다. 이것은 채무가 따르지 않는 화폐로 인류가 이미 이룩한 노동의 성과를 반영한다. 비채무화폐는 인류가 수천년 동안 사회를 형성해오면서 자연적으로 진화해온 화폐이며, 역대 어떤 정부의 강제성을 동원할 필요도 없이 시대와 국경을 넘어 유통되는 최종 지급 수단이다.
금은화폐는 '실질적인 소유'를 나타내고 법정불환지폐는 '차용증 + 약속'을 의미한다. 이들 두 화폐 간에는 본질적인 가치의 차이가 있다.  (p352)
- 미래에 있을 소득과 세수에 대한 채무를 통해 화폐를 찍어낸다는 전무후무한 발상에 기반하여 작금의 경제가 돌아가고 있다는 것은 참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내가 지금 그은 카드는 결국 다음달 내 월급에서 빠져나가지 않던가..? 돌려막기하다 터지는 펑크에 사고터지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은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미국에서는 지폐든 은행 저축이든 상품과 같은 내재적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 달러는 그냥 종이일 뿐이며 은행 예금은 단지 장부에 기록하는 숫자에 불과하다. 금속화폐는 일정한 내재적 가치가 있으나 통상 액면 가치보다 낮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수표, 지폐, 금속화폐로 채무를 상환하거나 다른 용도로 쓰는 과정에서 액면 가치를 인정받는 요소는 무엇인가? 그것은 사람들의 믿음이다. 사람들은 원하기만 하면 이러한 화폐로 다른 금융 자산이나 실제 상품 및 서비스로 바꿀 수 있다. 특히 법정불환지폐는 정부가 반드시 받아주어야 한다는 규정도 중요한 힘을 발휘한다." (p358~359)
- 결국 지금 돌아다니는 $$는 그저 숫자뿐이라는 이야기이며, 실물적 가치 말고 단순한 교환가치만을 가진다는 의미로군... 허허..

은행가들은 채권이라는 전형적인 매개체를 자연히 생각해냈다. 이것이 곧 1970년에 지니메이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모기지 담보부 채권(Mortgage backed securities), MBS이다. 이들은 조건이 서로 접근하는 수많은 모기지 채무를 한데 묶어 표준 증빙 서류로 삼은 다음, 이렇게 모기지 채무를 담보로 하는 증빙서류를 투자자에게 판다. 채무 이자 수입과 채무 리스크도 동시에 투자자에게 넘긴다. 나중에 페니메이 역시 표준화된 MBS 채권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MBS는 중대한 발명이라고 해야 마땅하다. 금은화폐의 출현이 상품 교환을 크게 촉진했던 것처럼, MBS 역시 모기지 채권의 거래를 편리하게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투자자들은 표준화된 채권을 매매하기에 편리하고, 은행은 신속하게 유동이 어려운 거액의 장기 부동산 모기지 채권을 자신의 대차대조표에서 없애버리고 일정한 금리 차액을 챙긴 후 리스크와 수익을 함께 양도해버린다. 그 후에는 대출을 끼고 집을 사려는 다음 사람을 찾아나선다. (p454)
- 결국 숫자 싸움인데... 아니 숫자 놀음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