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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종이책

[서평] 마크 트웨인 자서전 - 마크 트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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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마크 트웨인 자서전
저자 - 마크 트웨인

출판 - 고즈윈
분량 - 512P
ISBN- 9788991319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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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어렸을 적 읽었던 책들 가운데, 가장 많이 기억에 남는 책들을 쓴 작가가 아닐까 싶다. 어찌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을 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 악동들의 이미지는 명확한 반면, 소설의 줄거리 줄거리가 생각나지 않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페인트칠하는 부분 정도가 생각날까 ? 만화던 소설이던 한번 다시 읽어보고 싶단 욕구가 치밀어 오른다.. 하하..

그런 유쾌한 소설 아니 이야기의 작가 마크 트웨인의 매우 긴 자서전을 읽었다. 사실 자서전이라는 류의 책을 통해서 무언가 얻고자 하는 것은 결국, 그 유명인 또는 위인이 갖고 있는 생각과 사상의 배경과 그 실체에 대해 보다 깊게 이해하고 싶어함일텐데, 이 책을 통해서는 그런 기회나 느낌을 받을 수는 없었다. 그저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을 차근 차근 읽은 정도의 느낌이다. 전체적인 구성이 짜임새가 있기 보다는 마크 트웨인이 직접 써두었거나 구술한 내용들을 이리 저리 엮어두었다는 정도이다. 즉, 결과적으로는 자서전이라기보다는 마크 트웨인과 관련된 이야기들이다라고 판단할 수 있겠다.

다만 놀라운 점은 마크트웨인이 겪은 수많은 경험에 대한 놀라움, 등장하고 있는 매우 유명한 이들, 매우 어린 시절 이야기들에 대한 놀라운 기억 등이다. 이 책에서 압권은 결국, 유년시절의 기억들이지 않을까 싶다. 이 이야기들이 결국 톰 소여를  그리고 허클베리핀을 만들어냈다고 판단된다.

글이 매우 많고, 어떤 전체적인 흐름을 갖고 있지는 않기에 읽기에 제법 부담이 되기는 한다. 제법 두껍기도 하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란 것은 사람의 삶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가 ? 또 그런 다양한 삶과 이야기들이 어떻게 유쾌하기 풀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 사실 모든 일들이 유쾌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 하지만 마크 트웨인은 그런 하나 하나의 스토리들을 상당히 유쾌하게 풀어가고 있다. 아마도 이것 역시 일련의 여유가 아닐까 싶다.

덩굴 사이로 오동통하게 살오른 수박이 햇빛을 받을 때의 모습이 떠오른다. '두드려 보지' 않아도 수박이 언제 익었는지 알 수 있었다. 침대 밑 찬 물통에 담가 놓고 시원해지기를 기다리면서 바라보던 수박 때문에 얼마나 입맛을 다셨는지, 집과 부엌 사이의 천정이 가려진 곳 테이블에 놓인 수박의 모양이 어떠했는지 생각나고, 수박을 맛보기 위해 모여들어 군침을 꿀꺽꿀꺽 삼키던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수박 끝으로 칼이 들어갔을 때 쩍 하고 갈라지던 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고, 반대편 끝까지 칼날이 들어가서 수박을 가를 때면 두 동강난 수박이 칼날 아래 뚝 떨어지던 장면도 기억난다. 수박은 탐스러운 붉은 살과 검은 씨를 드러내면서 선택받은 사람을 위한 완벽한 자태를 자랑했다. 기다란 수박 조각 뒤에 가려진 아이의 모습과 그때의 아이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p70~71)
- 이건 미국 뿐만 아닐,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서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유년시절의 이야기들이 이만 Detail 하게 이야기되고 있다.

나는 이렇듯 낭비되는 그들의 시간을 절약해 줄 요량으로 미시시피 강에서 측심수가 사용하는 구령인 '마크 트웨인(증기선의 안전 항행 수역으로 수심 두 길, 약 3.7미터)을 필명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p205)
- 아하 이런 뜻이었구나란 생각이 든다. 근데 저런 명칭을 이름에 붙일 수 있다는 점도 놀랍다.

정말 형편없었다! 최소한 처음에는 그랬다. 낭독할 책을 제대로 선택하기는 했지만 연구를 하지는 않았다. 단지 디킨스처럼 연단에 나가서 책을 읽으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렇게 했고 보기 좋게 망쳐버렸다. 글로 적힌 것은 말로 표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형태가 문학적이고, 경직되어 있고 고정되어 있다. 교훈을 줄 목적이 아니라 즐거움을 줄 목적으로 사용되는 말로는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옮겨지지 않는다. 글을 유연하게 만들고, 작은 단위로 쪼개고, 구어체로 만들고, 즉흥적인 형태의 보통 말로 바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청중들은 전혀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따분해한다. 책을 가지고 일주일 동안 실험을 해보고 나서 다시는 연단에 책을 가져가지 않았다. 대신 작품을 모두 암기하고 연단에서 의미를 전달하는 데 방해가 되는 정확한 표현과 형식을 버리고 유연성 있는 얘기로 바꾸어 전달했다. (p287)
- 우리가 업무를 하는 행위도 위에 언급된 방식으로 해야 한다. 아주 당연하면서 충분한 연습과 청중, 관련자들에 대한 이해를 동반하지 않고서야 일을 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

나는 11세를 넘어선 1847년 3월 24일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부터 1856년 말까지, 남들이 보지 않을 때는 부지런을 떨지 않고 투덜거리고 진저리치며 마지못해 일을 했다. 기록을 보면 이렇게 한 10년 동안 일했다. 나는 지금 73세가 되어가고 있는데 그때 그 10년 이후로는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고 믿고 있다. 위대하고 명예로운 이름으로 태평양 연안 도시에서 기자로 게으르게 일했던 2-3년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50년 전에 인쇄소를 뛰쳐나왔을 때 영원히 노동자이기를 그만두었다고 말하는 편이 실질적으로 옳은 말일 것이다.
미시시피 강에서 수로 안내인으로 일했던 것은 내게는 일이 아니었다. 아주 유쾌하고 활기차고 모험으로 가득찬 놀이였고, 나는 이 놀이를 무척 즐겼다. 홈볼트 산맥의 은광에서의 일은 실제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히 놀이에 불과했다. 에스메랄다의 은광에서의 작업도 일이 아니기는 마찬가지였다. 일을 한 사람은 히그비와 로버트 하우랜드였고 나는 그저 옆에서 감탄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 석영 공장에서 삽질하는 일을 하긴 했는데 그것은 정말 스스로 해야 하는 노동이었지만 2주 후에 나의 의지뿐만 아니라 내게 임금을 지불하는 사람들의 의지에 따라 그만두었다. 광산에서의 경험은 이렇게 해서 10개월 동안 지속되다가 1862년 9월 말경에 끝이 났다.
그러고는 네바다 주 버지니아에서, 그 후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나태한 월급쟁이 생활을 2년 넘게 하고 나서 간청에 따라 <모닝콜>을 사직했다. 소유주의 간청에 따라 말이다. 그 후 버지니아 소재 <엔터프라이즈>에서 2-3개월 동안 샌프란시스코 특파원으로 일했고, 길리스 가족 아들들과 함께 잭애스 굴치의 광산에서 3개월을 보냈고, 샌드위치 군도로 가서 새크라멘토 <유니온>의 통신원으로 5-6개월을 일했고, 1866년 10월부터는 강연자로서의 경력을 시작했다.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나는 아무 노동도 하지 않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책과 잡지를 쓰는 일은 언제나 놀이였고 노동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일을 마치 당구인 것처럼 즐겼다. (p410-411)
- 이 두페이지는 결국, 자서전을 요약한 것이다. 500여페이지에 이르는 이야기들의 상당 부분을 약 2페이지를 요약하는 것도 그렇지만, 너무 의미없어 보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