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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종이책

[서평] 100년의 난제 푸앵카레 추측은 어떻게 풀렸을까 - 가스가 마사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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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00년의 난제 푸앵카레 추측은 어떻게 풀렸을까
저자 - 가스가 마사히토

출판 - 살림Math
분량 - 227P
ISBN- 9788952212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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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람되지만, 본인의 전공이 수학인지라.. 나름 없지않아 이런 류의 책들에 대한 일종의 관심이나 동경같은 것들이 있다. 수학을 전공했으나, 본격적으로 수학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고, 그마저도 잊어가며 사회생활에 급급한 직장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책은 가끔 매우 신선한 자극과 반성을 가져오게 되는 것 같다.

수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는 있지만, 그리 수학적이지는 않은 책이다. 수학과 관련된 이야기, 수학자에 관련된 이야기 같은 내용이라 수학을 전공하지 않은 이더라도 어렵지 않게 읽어볼 수 있다. 다만, 전공자가 아닌 이들에게는 나름 낯설은 용어들이 제법 등장하기는 한다. Topology, Manifold 등등등..

수학 문제를 풀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대부분은 매우 논리적인 과정과 절차를 거쳐 정확한 정답이 나오게 된다. 또 이런 명확성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다. 이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전 수학사에 걸쳐서 풀려지지 않은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다. 아마도 가장 유명한 문제는 페르마의 정리일텐데 이는 이미 지난 세기에 풀린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와 관련한 도서도 이미 출판되어 있어서 한번 읽어볼까 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그런 수많은 난제들 가운데 하나인 '푸앵카레 추측'이란 문제를 풀어낸 러시아의 페렐만이라는 수학자에 대한 이야기이며, 이 수학자가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나, 그 문제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견해, 그리고 4년마다 최고의 수학자에게 부여되는 필즈상을 거부한 수학자로서의 이야기들을 언급하고 있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이 책을 기획한 사람들은 일본인이고, 이 책을 펴내기 위해 수많은 관련 수학자들을 찾아다니고, 인터뷰하고 있다는 점이다. (참 부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이 서평을 통해서, 푸앵카레 추측이 어떤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논하는 것은 별로 적합치 않다고 보여지고, 본인 역시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판단되기에 이는 언급할 수 없겠다.

다만, 한때 수학을 전공했던 사람으로서, 다시 한번 수학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과, 어떤 목적으로 위해서가 아니라 좋아하는 책의 하나로서 수학 서적들을 한번쯤 다시 보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어렵고 난해한 것들이 아닌 정도 수준에서 말이다.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도 많고, 좋아하는 사람도 많겠으나, 결국 어떤 학문을 함에 있어, 그 분야에 대한 천재적인 능력과 더불어, 꾸준함을 갖추지 않는다면 그리 좋은 성과를 거둘 수는 없다라는 정도의 소소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참고로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수학 난제들 (상금이 걸려있는-100만불) 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한번쯤 내용을 살펴보면 흥미롭지 않을까 싶다.

  • P-NP 문제 (P versus NP)
  • 호지 추측 (The Hodge Conjecture)
  • 푸앵카레 추측 (The Poincare Conjecture)
  • 리만 가설 (The Riemann Hypothesis)
  • 양-밀스 질량 간극 가설 (Yang-Mills Existence and Mass Gap)
  • 내비어-스톡스 방정식 (Navier-Stokes Existence and Smoothness)
  • 버츠와 스위너톤-다이어 추측 (The Birch and Swinnerton-Dyer Conjecture)

"결국 페렐만은 자신이 원한 행동원칙을 철저히 지킨 것뿐입니다. 이 일은 내가 아는 한 많은 수학자에게 공통된 특징입니다. 그들은 대부분 자신이 정한 원칙에 충실하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그 원칙을 깨는 일은 드뭅니다. 그러므로 페렐만의 행동을 사회 일반의 기준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 뜻에서 나는 페렐만이 취한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P28)
내가 하는 한에서 수학을 하는 사람들은 상당히 원칙이나 기준에 집착(?)하는 경향을 가진다. 사실 그런 측면에서는 유연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기도 하겠다. 물론 모든 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푸앵카레가 자주 그림을 그려서 설명하는 것은 그 때문이라고 한다. 확실히 푸앵카레는 세밀함에 무관심하고 논리를 싫어하는 면이 있었다. 논리는 발명의 원천이 아니라 착상을 질서에 맞추는 수법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논리가 착상을 방해한다고 믿었다. (P41)
사실 어쩌면 어떤 사실을 아는 것은 논리적인 추론으로부터 비롯된다기 보다, 직관에 의해 드러나고 다만 논리적인 절차와 기법에 따라서 증명되는 것이리라 보여진다. 나 역시도 그런 식으로의 의사결정이나 접근에 보다 무게감을 두기도 한다.

"당연히 아닙니다. 이 질문에는 수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대답하겠습니다. 수학자가 문제에 도전하는 동기, 그것은 미지의 것을 동경하는 마음입니다. 수학자는 어린아이와 똑같습니다. 단지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생물입니다. 선천적인 과학자입니다. 우리 수학자는 이를테면 어른이 되어서도 그 호기심을 잃지 않은 사람일 뿐입니다. 수학자의 호기심은 남극과 북극, 아마존을 발견한 탐험가들과도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 이 지구상에서 미개척지라고 생각할 만한 곳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머릿속 지적 세계에는 어떤 제한도 없습니다. 미지인 것이 무한히 있습니다." (P182)
맞다. 수학자들은 어쩌면 위에서 언급된 바처럼 호기심이 충만한 이들이며, 그 호기심에 접근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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