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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종이책

[서평] 서구 정치사상 고전읽기 - 강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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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서구 정치사상 고전읽기
저자 - 강유원

출판 - 라티오
분량 - 188P
ISBN- 9788996056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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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읽었던 [밑줄긋는 여자] 라는 책 내용상에 언급된 많은 책들 가운데 몇권을 읽어보려 마음을 먹었고, 그 가운데 한 권이다. 이 책은 저자가 진행한 인문학 강의 내용을 기초로 다듬어 출판한 책이라고 한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서양 고전은 익히 널리 알려진 책들이지만, 사실 그 책들의 상세 내용은 잘은 모르는 그런 책들이다. 사실, 일반인들이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거나, 대학때 관련 전공을 수행한 자가 아니라면 100이면 100 모두 읽지 않았을 그런 책들이다. 즉, 제목은 알지만 내용은 접한 바 없는 류의 책들...

언급된 책들을 잠시 소개하자면..

  • 플라톤의 [국가]와 [정치가]
  •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 로크의 [통치론]


일단, 저자들을 널리 알려져 있고, 매우 유명한 사람들이되, 책들은 약간 덜 알려져 있다고 해야 할까 ? 왜 이 책들을 선정했을까에 대해서는 그리 충분히 설명되어 있지는 않은 듯하다.

개인적인 소견으로, 보통 고전이라 하면 - 서양이던, 동양이던 - 매우 오랜시간 동안 많은 이들에게 널리 읽혀졌으며, 아직도 내용상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를 유지하고 있는 책이라 하겠다. 즉, 현재를 살아가는 이에게 있어서 연구용 목적이 아닌 경우에 일반인들에게 여전히 읽힐 수 있는 소재와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내 의견이다. 물론,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같은 문장과 내용이 서로 다르게 해석될 수 있고, 다르게 이해될 수 밖에 없을 거라는 전제를 깔고 말이다. 막말로 매우 오랜시간 검증된 책이라는 점이고, 충분히 검증된 내용이기에 사실 아직까지도 그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 일고의 가치도 없어 허무맹랑하고, 사회적으로 의미가 없는 책들은 그 생명력이 길지 않을테니 말이다. <- 사실 이런 정도의 추상적인 견해를 보유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각 고전들의 일부 내용들이나 구성에 대해서 알아가면서, 감히 내가 고전에 대해 언급할만한 정도의 자격을 갖고 있는가 또는 그런 고전을 과연 얼마나 읽어봤는가라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기원전에 쓰여진 책들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풍부하고, 충분히 깊이있게 고민되고, 정제된 내용들이 아닌가 말이다. 책 몇권 읽는다고 깝죽거리는 나 자신을 정말 초라하게 만들고야 말았다. 수박 겉핥기 마냥 몇몇 아는 문장과 용어들로 전체를 아우르는 듯한 허세를 부리지 말 것이며, 수천년전 글쓴이의 고민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함부로 평가하거난 제단하지 말 것이며, 앞으로 더더욱 기회를 만들어 짬나는 대로 읽어봐야 겠다는 반성과 다짐을 앞세우게 된다.

이 책은 고전을 어떻게 대하고 읽어야 하는 가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만, 이런 내용들은 충분히 고전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책읽기에도 적용될 수 있을 거라 판단되며, 중간 중간 그런 내용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 어떻게 책을 읽을 것이며, 또 글을 쓸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견해들을 몇몇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을 통해 한 권의 고전 전체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 고전읽기를 하는 독자의 기본적인 물음이다. 아래는 몇가지 대답이다.
첫째, 저자와 그의 시대를 철저하게 이해하기. 저자가 그 책을 쓰던 순간을 상상하기.
둘째, 전체를 통독하고 저자가 주장하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해보기.
셋째, 구조를 파악하기.
넷째, 독특한 표현과 비유들을 찾아내기.
다섯째, 소리내어 읽기.
여섯째, 문장 다시 써보기.
일곱째, 핵심만 추려내어 써보기. (p11-p13)
-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한번쯤은 언젠가 해보고 싶다. 특히, 소리내어 읽기랑 문장 다시 써보기 같은 부분

대화는 각자가 자신의 사적인 영역에 자리잡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게 만들어서 공적인 영역에 내놓으면 그것을 상대방이 취사선택해서 가져갈 때 이뤄지는 것이다. (p37)

글을 쓰는 것은 읽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단 공적인 영역에 내놓으면 그건 내 손을 떠난 것이다. 상대방이 그걸 취사선택해서 가져가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 시장에서 장사하는데 사람들이 내 물건 사가지 않는다고 욕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이해받지 못한다고 해서 상처 받으면 안된다. 내 글에 대해 상대방이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이건 공적인 차원으로 넘겨진 그 글에 대한 비판이지 글쓴이가 문제있다는 것은 아니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만든 의미와 구조를 상대가 받아들이지 못했거나 내가 의미와 구조를 잘못 만들었거나 둘 중 하나다. 글쓴이와 글을 일치시킬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 책을 읽을 때나, 글을 쓸 때나 이러한 행위가 사적 영역에 있는 것을 공적 영역으로 내놓는 행위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p38)
- 공적인 영역으로 말이던 글이던 내보낸다는 것은 내보낸 것에 대한 책임을 발생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충분히 고민되고, 정제된 것이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 내 견해다. 저자와는 약간 다르기도 한 것 같지만...

자신이 생각하기에 이 한 권의 책의 주제를 가장 뚜렷하고 집약적으로 드러내는 구절을 뽑는 것이다. 이런 일에는 정답이 있을 수 없으니 부담없이 뽑으면 된다. 어떤 구절을 뽑느냐는 자신이 이 책을 어떤 측면에서 읽었느냐를 드러내는 것이 될 것이다. 또 2년 정도 후에 이 책을 다시 읽었을 때에는 지금 뽑은 구절과는 다른 것을 뽑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책을 읽는 실력이 향상되었음을 의미할 수도 있고, 그 기간 동안 세상을 보는 자신의 눈이 바뀌었음을 뜻할 수도 있을 것이다. (p83)
- 수시로 겪는 일이다. 결국 책읽기는 읽는 시점에 읽는 이의 상황에 상태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 있다는 것이고, 그렇기에 1번 읽었다고 책을 읽었다고 얘기하기에는 부끄러워질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일상에서 느끼게 되는데, 어쩌다 민주주의의 고전을 읽으려고 들추다 보면, 옛날 민주화 이전 어느 시점에선가 읽었던 흔적이 있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1970년대 유학시절 민주주의와 관련된 서적도 많이 읽었다...... 민주주의나 자본주의 시장경제처럼 큰 사회적 현상들의 경우,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그 내용을 자신의 문제로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때가 많다...... '경험된 민주주의의 현실'이라는 기초 없이 민주주의를 책을 통해 상상으로만 이해하기는 어려웠다는 것이다...... 민주화 이전의 민주주의... 당시까지만 해도 민주주의는 권위주의하는 현실에 대한 낭만적 안티테제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막상 민주화가 되고, 민주주의가 정말로 우리가 대면하는 현실이 되고 나니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문제인지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제야말로 현실의 경험의 기초 위에서 우리는 어떤 제도를 선택하고 어떤 내용의 정치적 실천을 할 것인지 고민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이론적.철학적 논의를 풍부히 해 나가야 할 때라고 본다."
- 최장집, [어떤 민주주의인가] 중에서... (p103)
- 요즈음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막연히 기대하고 바라보는 것과 당면해서 누리고 지키는 것과...

보고서 쓰면서 나름대로 의미있는 메시지를 담고자 하는 야망을 갖지 마라. 딱 잘라 말하지만, 읽는 이에게는 전혀 감동을 주지 못한다. 다른 사람이 읽으면 역겨울 수도 있다. 논술시험 볼 때 느낀점 쓰면 감점이다. 100명이 논술을 보면 90명은 느낀점을 쓴다고 한다. 객관적 사실만 있는 그대로 서술해서 전제와 결론의 균형을 맞추는 사람만 점수를 받는다. 보고서는 100퍼센트 서술로 이루어져 있다. (p114-115)
- 너무 자극적이지만, 이해가 되는 메시지다. 글 역시 목적에 부합하게 그리고 충실하게 쓰여져야 한다는 점.. 필요에 따라서는 저자의 견해 아니 저자 자체도 의미가 없다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