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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종이책

[서평] 지식경제학 미스터리 - 데이비드 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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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지식경제학 미스터리
저자 - 데이비드 워시

역자 - 김민주, 송희경
출판 - 김영사
분량 - 712P
ISBN- 9788934929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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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책을 사기는 거의 한 2년이 지난 것 같다.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아무래도 책 두께도 있고, 소재 자체가 읽기에 그리 녹록하지 않은 편이어서 그런지, 손이 팍 가는 류의 책은 아니었나 보다. 사놓고는 읽지 못하고 있는 목록에 자꾸 쌓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읽어보자는 마음을 먹고 책을 잡았다. 역시나 그리 술술 넘어가는 쉬운 책은 아니었다.

이 책은, 쉽게 정리하자면 경제학 역사를 쭈욱 언급하는 류의 책이다. 경제학이라는 분야에 대해서 전반적인 고찰을 했다기보다는 자본주의 경제학 - 이런 용어가 있는지는 모르지만서도 - 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나 문제점, 그리고 역사적 해법들을 정리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애덤 스미스에서 전년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까지 경제학이 어떻게 발전해왔는가를 폭넓게 조망하고 있다고나 할까 ? 그래서인가 등장하는 인물 - 경제학자들 - 도 엄청 많고, 언급되는 경제학 이론들도 숨막히게 많다. 경제학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부족한 독자에게는 사실 매우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책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이 책을 통해서 경제학이라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내용들을 고민하는 것이며, 현재 어떤 식으로 발전해왔는가를 수박 겉핥기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이 성과라면 성과라 하겠다. 또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입장에서 경재학자라는 사람들이 어떤 부분에 대해서 집중하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것은 결국 실세계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모델을 찾고 구성하는 것에 다름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실세계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모델이라는 것은 결국, 다가올 미래를 가장 효과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 하겠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모델을 찾고 구성하는 작업은 계속되어야만 하는 아직은 그리 완성도가 높지 않은 영역이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경제학이라는 것이, 수학이라는 영역과 직간접적으로 매우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도 매우 신선한데, 결국 경제학 모델의 상당 부분이 수학적으로 설명되고, 구성되어야 한다는 점에서였다. 실생활에서 거의 사용하기 어려운(?) 미적분이나 위상수학 같은 용어들이 난무하는데, 사실 대학 졸업 이후 이런 용어들을 접한 것이 거의 최초라는 점에서 매우 신선했다. - 제가 사실 전공이 그 바닥인지라.. - 그래서인가 괜히 수학 공부를 다시 뒤적거려보면 어떨까 하는 얄팍한 관심을 다시 갖게 된 것도 성과라면 성과다.

결국 이 책의 저자는 현재의 경제학은 과거 애덤 스미스 시절의 노동/자본/토지로 대표되던 생산요소들을 사람/아이디어/재료라는 요소에 의해 극복되어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즉, 현대 경제학은 국제무역과 국가경제의 성장, 국가간 격차의 원인 등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무수히 언급되는 경제학자들과 그 이론의 소개, 쟁점의 언급 등은 조금만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자면, 마치 중국역사의 춘추전국시대를 통해 발전한 각종 사상들의 난무를 엿보게 한다. 뚜렷한 결론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어떤 분야에 대한 이도를 조금 높였다는 점에서 괜한 뿌듯함을 느낀다.

매우 두껍고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지만, 몇몇 구절을 소개한다면 다음과 같다.

"투입요소로써 기술의 두드러진 특징은 그것이 전통재도 아니고, 공공재도 아니라는 것이다. 기술은 비경쟁재이며 부분적으로 배제성이 있는 재화이다."
- 로버트 솔로 (p11)

- 사실 이 책을 읽게된 계기는 '지식'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지식이라는 키워드를 자꾸 집중해서 읽게되었지만, 생각보다는 그리 명확해진 느낌은 없다. 기술, 지식... 흠..


1990년에 발표된 폴 로머의 이 논문은 경제 세계를 논문 발표 이전과 이후로 분리시켜 놓은 것이다. 이 논문 발표를 계기로 생산의 3대 요소로 분류되던 토지, 노동, 자본은 경제학의 기본 분석 분야에서 과거 300년 동안 누리던 특권을 내주게 되었다. 그리고 생산의 기본적인 3대 요소로 새롭게 사람, 아이디어, 재료가 등장했다. (p21)

- 저자는 경제학사의 주요 전환점의 하나로, 폴 로머의 논문을 들고 있다. 이 논문들을 통해서, 경제학을 연구하는 관점에 큰 변화가 도래했다고 접근하고 있다. 매우 최근의 일이므로, 아직까지는 충분히 발전/변화될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할 듯하다.

물질과 지시만 가지고 어떻게 경제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 간단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인간은 경쟁재 (냄비나 프라이팬, 기계 같은)를 비경쟁재인 지시를 이용해 다른 경쟁재로 변화시키는데, 경쟁재의 면모를 새롭게 바꿔 기존의 경쟁재보다 가치가 높은 경쟁재를 탄생시킨다. 예를 들어 인간은 강철봉을 볼 베어링으로 변화시키고 강철판을 볼 베어링을 만드는 그라인딩 머신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사람들은 보통 이러한 변화를 모색할 때 비경쟁재인 지시 사항을 다른 사람에게 한동안 비밀로 한다. 아예 특허 형태로 보호하기도 하는데 구성장 이론은 이러한 가능성을 공공재 부분에서 놓치고 말았다. 사람들은 새로운 발명품에서 상당한 소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때문에 계속 새로운 아이디어를 모방하고 개선하는 것을 억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 이러한 아이디어의 공유를 통해 경제는 계속 성장하게 된다." - 폴 로머 (P70)

- 물리적인 재료/원료와 함께 아이디어/지식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게 해준다. 근데, 이런 사실은 현재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화되어 있으니, 이해하기에 어렵지는 않다.

그런데 실제로 사람들의 눈이 번쩍 뜨이도록 한 것은 그 다음 해인 1957년에 발표된 후속 논문 <기술 변화와 총생산함수 Thechnical Change and the Aggreate Production Function> 였다. 이 논문에서 솔로는 1909~1949년 사이에 자본과 기술 변화가 각각 경제 성장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자신의 모델을 적용했고 결과적으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자본과 노동을 각자 한계생산물만큼 지급받았다고 가정할 경우, 자본 증가분과 노동 증가분은 전체 생산 증가분의 채 절반도 차지하지 않았던 것이다.
인구 증가분을 감안해서 다시 계산한 결과 자본 증가분은 경제 성장의 겨우 8분의 1 정도에만 기여한 것으로 남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성장의 85퍼센트가 설명할 수 없는 부분으로 남게 된 것이다. 이 모델이 설명하지 못한 성장의 나머지 부분은 잔여분이었다. (p277)

- 여기서 말하는 그 잔여분에 노동/자본/토지외의 생산요소들이 들어갈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는 듯 하다. 즉, 잔여분의 역할과 비중이 너무 낮게 이해되고 있었으나, 현대의 경제학은 바로 그 영역에 집중한다는 얘기일까..? 웬지 인간의 뇌 얘기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일단 우리 자신이 수학적 기계가 그것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나면,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 그 기계가 세상의 핵심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나는 내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을 그려 설명하곤 했는데, 이해 수준의 맨 위에는 최고로 높은 차원의 압축 수학공식이 존재한다. 그리고 맨 아래에는 우리가 직접 느끼는 세상이 있다. 이론가들은 늘 아래위를 왔다 갔다 한다. 위로 올라가 자세히 관찰하며 한참을 보낸 다음 아래로 내려와 다시 관찰을 하며 한참을 보내는 것이다." - 폴 로모 (p403)

"0에서 무한대까지 다양한 기술 수준 h를 지닌 노동자가 N명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들의 총 노동력은 N(h)로 표현될 수 있다. 그러면 N=N(h)dh 라는 공식이 나온다. 이때 h라는 기술 수준을 가진 노동자 한 명이 비여가 시간 중 일부인 u(h)라는 시간을 생산을 위해 할애하고, 나머지 1-u(h)는 인적 자본 축적을 위해 할애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렇게 하여 총노동력에 현재 생산을 위해 기술 인력이 투여되는 시간을 곱해 계산하면 다음과 같은 공식이 나올 수 있다.
Ne = Integral( h(h) N(h) h dh )
이렇게 해서 나온 생산 결과는 총자본(K)과 총노동력(Ne)의 함수인 F(K, Ne)가 되며, h 만큼의 기술을 지닌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은 FN(K, Ne)h 가 되고  그가 얻게 될 총수입은 FN(K, Ne)hu(h)가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 루커스 (p436~437)

- 수학이라... 흠.. 다시 공부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수리학이 경제학에 도입된 후부터는 경제학의 모든 분야가 차례로 모래시계의 모습을 닮은 사고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모래시계의 긴 세로 부분은 관심의 깊이와 즉각적인 대응 능력을, 가로 부분은 시간의 흐름을 나타낸다. 이를 통해 젊은 세대가 점점 수학을 경제학 도구로 선택함에 따라 모래시계처럼 관심의 폭이 서서히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좁아진 폭으로 들어간 이들은 한동안 새롭게 터득한 수학공식이 낯설어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어휘와 도구에 익숙해지고 그러다 보면 전문가로서 관심은 모래시계 아랫부분처럼 다시 넓어진다. 이에 따라 경제적 쟁점을 큰 폭으로 다룰 수 있게 되면서 과거보다 새로우면서도 정확한 이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p605)

- 저 모래시계 이론은 참 여러가지 형태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개인적인 이론에는 깔데기 이론이 있지만, 모래시계 이론이라.. 좀 적용해봐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