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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종이책

[서평] 쇼크 독트린 - 나오미 클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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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쇼크 독트린
저자 - 나오미 클라인

출판 - 살림BIZ
분량 - 700P
ISBN-
978895221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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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는 후배(http://blog.naver.com/bluejames77)가 전년도에 선물로 준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책을 잡았다는 점에 조금 미안스럽다. 이 책을 받았던 시점이 08년도 말경이니, 경제 위기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가장 심했던(?) 시기에 때 맞추어 나온 책이고, 또 선물받은 책이다. 물론, 그 경제 위기가 과연 현재 시점에서 얼마나 극복되었는가에 대해서는 각각 이해하거나 주장하는 바가 다르니 무어라 논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사실 이 책의 주된 논지는 그 경제 위기와는 약간 거리감이 있다. 하지만 아예 관련없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만, 가장 고민스럽던 시기를 지나 지금은 약간 소강상태인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 시점에 과연 그 위기가 어떤 원인에 근거하는 것이고,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것인지를 차분히 돌아볼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되는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충분히 여러가지 관점이나 시사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어떤 사회적 사실, 현상, 사건 등을 바라볼 때, 과연 그 이면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의문과, 그 의문에 접근하는 가장 효과적인(?) 접근법으로서 "이 상황을 통해서 과연 어떤 이해 관계자가 이익을 얻는 것인가 ?"를 생각해보고는 한다. 일면 매우 치졸하거나, 너무 비관적이거나 냉정하다는 비판의 소지가 분명 없지는 않으나, 이런 접근법이 충분히 유용한 것임은 부인하기는 어렵다.

이 책에서 저자는 매우 광범위한 분석 과정을 통해, 현재의 글로벌 경제가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전개되어 왔는가를 매우 치열하게 보여주고 있다. 저자의 주장이 정말 맞는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반론은 없는 것인지에 관해서는 분명 내 역량을 통해서 밝혀낼 수는 없는 바이기에 그냥 넘어가자. 다만, 현대 글로벌 경제는 분명 시카고학파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에 다름 아니며, 그 본질은 결국 미국식 경제구조 또는 이해관계의 글로벌한 적용에 있음은 분명한 사실인 듯하다. 그럼 과연 그런 적용 과정은 얼마나 정당하게 집행되어 왔는가라는 점에서는 매우 부정적일 수 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저자는 칠레, 브라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폴란드, 러시아, 아시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쓰나미, 카트리나 등의 사례들을 통해, 미국으로 또는 다국적기업으로 대표되는 이해관계자들의 목적이 시카고 학파, 신자유주의라는 학문적 틀을 이용하여 폭압적으로 - 쇼크라는 표현을 어찌 해석해야 할지..?? - 적용해 왔으며, 그 구체적인 실행 항목으로서, 규제철폐, 민영화, 예산감축 등으로 대표되는 소위 구조조정이란 패키지가 활용되어 왔음을 밝히고 있다. 심지어 저자는 이와 같이 특정 국가/사회에 강한 위기 또는 위기감을 조성하고, 대중이 이 위기를 매우 심각하게 이해/인식하도록 함으로써, 신자유주의의 주된 정책을 주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 이를 쇼크 또는 재난이라고 칭한다. - 대중의 생활 및 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니 아예 무시하고..) 강력한 경제정책들을 전개한다. 허나, 이 경제정책은 대상 국가 또는 사회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위 순수 자본주의 - 순수라는 표현이 어색하지만, 자본주의의 본질에 가장 적합한 - 패턴을 주입한다.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대중들이 그 피해와 손실을 끌어안게 되어버리는 것이었고, 서구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의 다국적기업들의 배를 불리는 것에 다름아님을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는 위기를 만들고, 위기에 기대어 정책을 펼치고, 그 위기를 이용한 산업체의 등장을 설명하고 있으며, 이를 저자는 아예 재난복합체라고 설명하고 있다. 911 테러 이후, 미국 부시정권이 수행한 주요 정책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와의 전쟁/점령 등은 결국 순수한 테러와의 전쟁이라기 보다는 결과적으로 재난복합체의 이해관계의 반영이었음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런 재난복한체.. 국토안보 산업 등이 소리없이 엄청난 규모로 성장했음을 설명하고 있다.

좀더 간략히 요약하자면, 공산주의의 몰락 이후, 경쟁상대가 사라진 자본주의는, 보다 순수한(?) 형태로 강화되고 있으며, 이는 밀턴 프리드먼의 시카고학파로 대표된다. 즉,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가장 중요한 속성인 무제한의 이윤추구, 무제한의 시장경쟁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하였으며, 사회복지나 국가의 계획경제, 시장개입 등의 역할이 축소되는 결과를 낳았다. 시카고학파의 극단적 이론은, 남미나 동유럽의 정권/국가에 실험적으로 적용되어왔으며, 실상과는 달리 성공적인 결과를 초래한 것처럼 포장되어 왔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의도적으로 위기를 조장하고, 그 위기를 처리하는 과정을 통해, 재난복합체 기업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정부의 주된 핵심 영역의 기능들까지도 민영화하는 작업을 통해, 재난복합체, 네오콘, 다국적기업과 정치인들의 배를 불리고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책 중반을 넘어가면, 상당 부분 한국의 IMF 위기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다. 저자가 언급한 한국사례 설명 내용을 통해서, 다른 항목들의 사실성 여부를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 ?)

사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내용을 읽다보면, 참 무섭고 허탈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나와 우리, 그리고 기업 자체를 바라보는 미시적 관점에서, 보다 큰 눈으로 거시적인 정치경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해야 하겠다는 반성도 든다. 이 책의 내용이 얼마나 들어맞는 것인지 여부를 떠나서, 거시적인 관점에서 역사/경제/문화/정치를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내 일을 둘러싼 좁은 영역만을 전전한 것은 아닌지, 그럼으로 인해 아주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쫀쫀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 물론 사소한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님.. 다만, 거시든 미시든 적절한 균형감을 가져야 되는 것은 아니겠느냐는 개인적인 느낌일 뿐이다....

저자는 마지막 부분에서, 다시 남미의 현재 상황을 통해, 쇼크 독트린으로 표현한 위기가 대중들에 의해, 서서히 극복되어가고 있는 희망을 엿본다.  다만, 전체 책 분량에 비해 - 쇼크를 이야기한 분량에 비해 - 희망과 대안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너무 적어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아마도 현실 그 자체가 그런 것은 아닌가 싶다.

저자의 글들을 통해, 한국사회를 바라봐도 그리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IMF, 환란, 경제위기 등의 이야기들을 통해, 모든 정책의 목표에 "경제를 살리자"로 도배되어 있고, 모든 집행이 용서되는 현 한국사회의 위기 역시 쇼크에 다름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과연 경제가 죽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아니면 어떻게 죽어가는지.. 경제가 산다는 것에 대한 기준은 무엇인지..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위기 역시 그 누군가에 의해 의도된 것은 아닌지..

책을 읽고,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문장이나 문단들을 요약하다가, 아래와 같이 내 견해와는 다른 오히려 책 내용의 본질을 가늠하는 내용들을 함께 요약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가 조금 낯설다. 괜히 내가 저 주장을 하는 것 같고... 무언가 좀 다르게 포장해야 겠다. 극과 극은 통한다라고 했던가 ?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무언가가 가져올 수 있는 위험과 폐해를 극명하게 알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