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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종이책

[서평] 치팅컬처 - 데이비드 캘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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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치팅컬처, 거짓과 편법을 부추기는 문화
저자 - 데이비드 캘러헌

출판 - 서돌
분량 - 419P

ISBN- 
9788991819283

언젠가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런 주장을 했던 적이 있다. "세상은 사기로 가득 차 있다. 어떤 사건이든 이익을 보는 자가 존재하게 마련이고, 그 배경을 파악해봐야 한다." 는식의 매우 어둡고 부정적이고 차가운 주장을 펼친 바 있는데, 이 주장에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출판사 쪽에서 블로그를 보고 그냥 보내준 책이다. 작년에 받았는데, 우선 순위에 밀리다 보니, 이제서야 차분히 앉아서 읽어보게 되었다. 좋은 책을 보내주신 출판사 측에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물론 이 책의 주요 배경은, 최강대국인 미국이지만 우리나라 작금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우리가 믿고 있는 많은 것들이 얼마나 허울 뿐인지를 광범위한 사실자료들의 분석 결과에 따라 드러내고 있다. 그 치부를 드러낸다는 표현이 이렇게 잘 표현될 수 있는 책도 없지 않을까 싶다. 수백 페이지에 걸쳐서 이 책은, 우리가 선망하는 것들, 우리가 믿고 있던 것들이 어떻게 속여지고 있는지를 낱낱이 설명하고 있다. 솔직히 이 책을 읽고 나면 드는 생각이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는 점이다.

유명한 스포츠 선수들, 증권 애널리스트, 회계 컨설턴트, 대기업의 경영자들, 변호사들, 의사들, 심지어는 학생들까지 과연 얼마나 속여가고 있는 세상이고, 그런 사기와 속임수에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으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지, 이 세상/사회가 현재 어떤 수준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나 역시도, 아무도 없는 길거리 횡단보도에서 빨간불에 무단 횡단하기, 담배꽁초 버리기, 탈세하닌 절세(?)하기 등등 별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저지르는 일들이 없지 않은 바 심히 불편해지기도 한다. 현대 사회가 왜 이런 지경이 되었을까에 대해서는 승자에게 제공되는 보상의 규모가, 왜곡된 절차를 통해서라도 승자가 되도록 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책은 설파하고 있다.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무수히 많은 사례들을 통해서, 사기와 속임수가 판치는 사회를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나, 아쉬운 점은 그래서 어떻게 고쳐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없지 않은가 싶다. 즉, 그만큼 고쳐가기가 어렵다는 점도 인정하지만, 결국 이러한 사실들을 드러내는 것과 함께, 어떤 방법과 대안을 마련해내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한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책의 종결 부분에, 윤리에 대한 언급들이 많이 있기는 하나, 아직까지 이 책은 사실을 드러내는 것에만 집중되어 있지 않나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이 책은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들, 의심없이 믿었던 것들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킬 수 밖에 없는 결론으로 이어지기는 하나, 어쩔 수 있겠나 그게 사실인 걸..

과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다.


p33
이러한 변화들이 더 많은 속임수로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 크게 네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 새로운 압력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한 오늘날의 경제 환경에서 누구도 성공과 고용 보장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매일 아침 집을 나설 때마다 도덕은 뒤에 남겨놓고 나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중략)
둘째, 승자에게 더 큰 보상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승자에게 돌아가는 상이 대폭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이기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기꺼이 하려 들고 있다. (중략)
셋째, 유혹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규제 위반과 정부에 대한 공격 등 위법 행위에 대한 감시가 소홀해지면서 속임수에 기대려는 유혹이 꾸준히 증가해왔다. (중략)
넷째, 곳곳에 침투해있는 부패 때문이다. (중략) 체계가 자신 같은 사람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면서 규칙의 공정성을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 아마도 도덕 기준을 바꾸지 않을까 ?

p118
상황은 나아질 것이고, 자신의 삶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할 경우 타인을 신뢰하는 일이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신뢰를 잘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크며, 자기 운명의 주인은 자신이라고 믿는다.
- 에릭 우슬러너 (Eric Uslaner), [신뢰의 도덕적 기초. The Moral Foundation of Trust]

p123
처음 속임수에 대해 조사할 때, 나는 사기를 치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전제 아래에서 출발했다. 고환을 쪼그라들게 만드는 약물을 복용해가면서 근육을 불리거나, 일부러 피가 도는 속도를 늦추어 투르 드 프랑스 기간 내내 반죽음이나 다를 바 없는 상태로 지내고 싶어 하는 운동선수는 없다. CNBC에 출연해 내부자라면 모두 쓰레기인 줄 아는 주식을 과대 선전하고 싶어 하는 주식 분석가 또한 없다. 회사 수익 보고서를 조작하고 싶어 하는 CFO나 그러한 보고서에 승인 도장을 찍고 싶어 하는 회계사 또한 없다. 정보원을 조작하고 싶어 하는 기자 또한 없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불평등 정도를 고려하면, 사회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이런 일을 하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경제는 성공하는 계측에 진입하는 사람들에게 갈수록 큰 보상을 안겨주면서 그 외 나머지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불평등은 우리를 갈라놓으며 다른 사람도 우리가 따르는 규칙을 따르고 있다는 믿음을 약화시켰다.

p134
예일 대학교 법학 교수 스티븐 카터Stephen Carter는 [정직, Integrity]이라는 책에서 정직은 세 가지 단계를 필요로 한다고 주장한다. 일단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하고, 그러한 판단에 의거해 행동해야 하며, 자신이 세운 옳고 그름의 원칙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정직을 보여주려면 그 전에 옳고 그름의 차이를 식별해야 한다. 하지만 요즈음 정직을 입에 올리는 것은 쉽지만 실천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중략)
도덕 발달 이론으로 유명한 심리학자 로렌스 콜버그Lawrence Kohlberg는 '원칙에 입각한 양심'을 윤리적 판단의 가장 진일보한 상태로 꼽았다. 안타깝게도 그는 대다수 사람이 이러한 단계에 이르지 못한 채 옳고 그름을 판단하면서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고 곤란한 상황에서 빠져나오는 데 초첨을 맞춘다고 결론내렸다.

p209
사람들이 규칙을 준수하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규칙을 어길 경우 혜택보다 위험이 더 크기 때문이다. 둘째, 인간은 사회규범이나 동료 집단의 압력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따돌림 당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규칙을 지킨다. 셋째, 규칙이 우리의 윤리관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넷째, 규칙이 우리가 보기에 적법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법을 제정하고 집행하는 당국이 공정하며, 궁극적으로 우리의 장기 이익을 증진해준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p214
사회학자 로버트 머턴은 20세기 중반에 쓴 글에서 "미국인은 열심히만 일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고 배운다."고 말했다. 미국은 모든 구성원이 경제적인 풍요와 사회적 신분을 높이 평가하는 사회다. 하지만 머턴은 "이러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 밟게 되는 길의 적법성에 대해선 그렇게 크게 강조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인은 사람들이 어떻게 출세했는지는 뒷전이고 경제적인 성공에만 열광한다.
"성공해야 한다는 도덕적 명제는, 가능하다면 공정한 수단을 사용하겠지만, 필요할 경우 나쁜 수단을 사용해서라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압력을 행사한다."
머턴을 이러한 압력이 사실상 모두가 다 성공할 수는 없는 나라, 다시 말해 활용 가능한 경제적 기회가 한정되어 있는 나라에서 특히 유해하다고 말했다.

p254
흥미롭게도 미국의 명문 고등학교 학생들은 다른 분야에서는 규칙을 깨지 않고 있다. <인명사전>은 지난 25년간 실시해온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10대들은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문제와 관련해 더욱 책임감 있고 성숙해졌다. 요즘에는 술이나 담배, 마리화나에 손대는 10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성관계를 맺을 때 피임기구를 사용하는 10대가 점점 늘고 있다."
이러한 양면현상은 지난 20년간 미국에서 이루어진 도덕 관련 담론의 편파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약물, 섹스, 범죄에 거의 전적으로 초점을 맞춘 결과 이 분야에서의 청소년 행동은 개선되었다. 하지만 탐욕, 물질주의, 과도한 경쟁 같은 문제에서는 어느 누구도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젊은이들은 어떤 유혹에 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라'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가운데, 또 어떤 유혹에 대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 듯하다.

p324
속임수 문화와 맞서 싸우려면 이러한 유행병을 퍼뜨리는 사회의 힘과 맞서 싸워야 한다. 아울러 학교와 일터의 정직을 지키는 새로운 십자군도 필요하다. 우리 앞에 놓인 임무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새로운 사회계약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중요한 전문 직업의 세계를 개혁하고 직장에 새로운 행동규범을 확립해야 한다. 셋째, 미국을 이끌어나갈 새로운 세대의 윤리를 강화해야 한다.

p369
유명한 격언대로 정직은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에도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이다.



읽고나면 답답하지만, 그래도 읽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