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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종이책

[서평] 방황의 시절 - 다치아 마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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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방황의 시절
저자 - 다치와 마라이니

출판 - 문학과 지성사
분량 - 310P

ISBN- 
9788932019338

티스토리+알라딘 서평단 자격으로 받은 책인데, 좀 늦게 읽게 되었다. 워낙 밀려있는 책들이 많다보니, 서평단 자격으로 받은 책들을 냉큼 읽지 못하고, 더불어 서평을 재빨리 올리지도 못하는 상황이 연속되고 있다. 이제 좀 재깍재깍 읽어야 겠다.

이탈리아 소설이다. 나는 잘은 모르지만, 널리 알려진 여성작가라고 한다. 이탈리아는 오로지 움베르토 에코와, 시오노 나나미로 머리 속에 기억되고 있는 듯 하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참 내가 편협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관점에서는 또 다른 이탈리아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은 어쩜 행운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매우 어둡다. 청소년기의 소녀를 다루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관점에서는 사뭇 낯설은 소재들이다. 우리 말로 상고를 다니고 있는 가난한 소녀 엔리카,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 체사레, 그녀를 사랑한다는 동급생 카를로, 카를로를 좋아하는 가브리엘라, 보험회사에 다니지만 새장을 만드는 데 집착하는 아버지, 가난을 어깨에 짊어지고, 가정을 부양하다가 돌아가신 어머니, 엔리카의 성을 산 변호사, 소년을 사랑하는 중년 백작부인, 엔리카를 탐하는 체사레의 아버지 이들이 결국 등장인물의 전부이며.. 가난한 소녀가 성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성장하는 과정(?)을 매우 건조하게 그려내고 있다. 가난하기에 어찌 어찌했다는 식의 이야기는 아니며, 그저 가난한 소녀를 둘러싼 삶을 이야기한다. 마지막에 이 소녀는 모든 기존의 구속을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과연 이 소녀는 어떤 시도를 하게될런지 매우 궁금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가난은 일상이다. 물론, 부유한 자들의 이야기가 없지는 않으나, 가난한 소년과 소녀가 어두운 시대를 살아가는 건조한 스토리가 전부이다. 이 책의 말미에 저자의 글들이 보여주는 주된 방향이 여성과 성, 삶 등이라고 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가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꾸준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 등이 언급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통해서는 그다지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다. 오히려, 글 마지막에 언급된 엔리카의 미래가 궁금해지는 정도랄까 ? 하지만, 저자의 다른 책들도 한번쯤은 읽어보면 좋겠다라는 적정 수준의 호기심이 유발되기는 한다.

책 내용에서 그리 언급하거나 요약할 내용은 없으나.. 서문과 역자의 글을 몇 군데 요약하자면..

p310
이탈리아 문학자들은 마라이니의 작품 활동의 업적을 크게 세가지로 나누기도 한다. 첫째는 여인들의 삶의 묘사와 분석을 통한 정신적 극복, 둘째는 무엇이든 한 번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그것을 정치적.사회적 변화와 연관지어 자신의 관념에 비추어 표현한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까지도 작가는 '현실을 통한 이념적 확신'이라는 주제를 놓고 싸우고 있다는 점이다.

p8
과거의 내 책들은 때때로 나 자신에게 그 문체에서의 감동을 떠올리게 한다. 언어의 탐구, 비유에 대한 연구, 주위 인물들의 탐색, 경치나 집에 대한 느낌, 사건을 만들어내는 일 등등. 어떻게 병렬로 이어지는 문장의 흐름을 짧고 간결하게, 때로는 거의 중략하다시피 하면서 나누었는지 기억하며, 생각의 느린 방랑과 긴 묘사를 얼마나 조심스럽게 함축시키려는 노력을 했는지 기억한다.
나는 항상 정확하고 구체적인 문장을 수축시킨 빠른 리듬과, 또 한편으로는 관능적이고 바로크적인 서술의 확장되고 느린 리듬, 이 두 방식 사이에서 갈등하곤 했다. 떄로는 실망스러운 절제에 단호하게 항변하기도 했고, 또 때로는 풍부한 상상조차 포기하기도 했다.


"본 도서 리뷰는 티스토리와 알라딘이 제공하는 '블로거 북 리뷰' 행사에 참여하는 블로그 포스트입니다."

읽으려면 서문과 역자의 글을 먼저 읽고 책을 집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