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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종이책

[서평] 수학의 언어 - 케이스 데블린

제목 - 수학의 언어
저자 - 케이스 데블린

출판 - 해나무
분량 - 526
ISBN- 9788989799122


대학에서의 제 전공이 사실 수학입니다. 수학이라는 과목에 대해서 사람들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므로, 뭐라 하기 어렵습니다만, 매우 매력적인 학문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수학을 배우거나 공부하다 보면, 과연 이걸 어디에 써먹을려고, 이렇게까지 하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줄 수 있는 책입니다. 제가 찾던 류의 책이기도 합니다. (이론을 설명하거나 풀어주는 참고서가 아니라, 왜 이 이론이 나오게 되었는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를 알게 해주는 류의...)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수학의 전체적인 역사를 조망하기도 하며, 각각의 이론들이 어떤 식으로 발전해왔고, 또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지, 이 난해한 이론이 실용적으로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 등을 알고 싶다면 바로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다만, 수학에 대한 책이므로, 수학에 대한 이론이나 내용이 제법 많이 나옵니다. 고등학교 수준의 수학 상식만으로는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만, 한번쯤 충분히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왜 수학자들은 소수(Prime Number)에 열광하는가? 과연 소수라는 것이 실용적으로 의미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암복호화에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아하~ 라는 느낌을 갖게 하기도 하며, 왜 미분방정식(Differential Equation)이 그리 중요한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갖는 의미, 페르마의 정리가 갖는 의미, 확률론이 갖는 의미 등등.. 수학의 이론으로만 배워왔거나 접해왔던 수많은 이야기들을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과, 또 그 이유를 적절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의미가 있는 책이구나 싶습니다.

만일, 수학/응용수학/통계학 등을 전공하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꼭 읽어보셨으면 좋은 책이라고 생각되며, 개인적으로 수학이라는 분야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역시나 접해볼 만한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 한번쯤 다시 수학을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Calculus 라도 사러 가야 할까 봅니다.


어떤 특정한 연구를 수학으로 분류하는 기준은 연구 대상에 있다기보다 연구 방법에 있었다. 오늘날 대부분의 수학자들이 동의하는 수학의 정의가 등장한 것은 불과 최근 30년 사이이다. 그 정의에 따르며, 수학은 패턴(pattern)의 과학이다. 수학자들이 하는 일은 추상적인 '패턴'을 탐구하는 것이다. 수의 패턴, 모앙의 패턴, 운동의 패턴, 행동의 패턴, 유권자의 투표 패턴, 반복되는 우연적 사건의 패턴 등을 탐구하는 것이다. 패턴들은 실재일 수도 있고 가상일 수도 있다. 시작적일 수도 있고 정신적일 수도 있다. 정적일 수도 동적일 수도 있고, 질적일 수도 양적일 수도 있으며, 순수한 실용적 관심사일 수도 흥밋거리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패턴은 우리 주변의 세계에서 등장할 수도 있고, 시간과 공간의 심층부에서 혹은 인간 정신의 내적인 작동 과정에서 등장할 수도 있다. 패턴의 다양한 종류에 따라 다양한 수학 분야들이 생겨난다. (12쪽)
탈레스 이래로 증명은 수학의 중심이다. 수학에서 진리는 실험이나 다수결이나 독재로 결정되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존경받는 수학자가 독재자의 지위에 있다 해도 마찬가지다. 수학적 진리는 증명으로 결정된다.
그렇다고 증명이 수학의 전부라는 것은 아니다. 수학은 패턴의 과학이므로, 수학의 많은 부분은 세계에서 새로운 패턴을 발견하고 분석하고 이를 기술하면서 발전된 연구를 가능케 하는 규칙들을 제시하고, 다른 곳에서 발견된 패턴 속에서 문제의 패턴이 어떻게 재등장하는지 탐색하고, 일상적인 세계 속의 현상들에 이론과 결론을 적용하는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118-119쪽)
미적분학은 운동과 변화를 기술하고 분석하는 수단을 제공한다. 하지만 미적분학은 임의의 운동과 변화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패턴을 나타내는 운동과 변화를 다룬다. 미적분학을 이용하려면 먼저 해당 운동이나 변화를 기술하는 패턴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구체적으로 말해서 미적분학은 패턴들을 조작하는 기술들의 총체이기 때문이다. (172쪽)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얽힌 이야기는 지식과 이해를 향한 인류의 끊임없는 노력을 보여주는 멋진 실화이다. 또한 그 이상이다. 17세기에 명확하게 제기된 전문적인 문제가, 또한 고대 그리스에 연원을 두고 있는 문제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분야는 과학 분야들 중에서 수학이 유일하다. 새로운 발전이 과거 이론을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이미 지나간 것들 위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도 수학은 다른 과학 분야들과 구분되는 유일한 분야이다. 길고 긴 여정은, 피타고라스 정리와 디오판투스의 [산술학]에서 출발하여 페르마의 여백 노트를 지나 오늘날 우리가 가지고 있는 풍부하고 효율적인 이론에까지 이르고, 와일스의 최종적인 증명에서 정점을 이루며 마감된다. 무수히 많은 수학자들이 그 여정에 기여했다. 그들은 세계 전역에 살고 있었다(또한 살고 있다). 그들은 여러 다양한 언어를 사용했다(또한 사용한다). 그들 대부분은 서로를 만나지 못했다. 그들을 묶은 힘은 수학에 대한 사랑이었다. 여러 해 동안 서로가 서로를 도왔고, 다음 세대 수학자들은 전 세대의 생각을 수용하고 응용했다.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문화적으로 분리되어 있었지만 그들은 모두 단일한 기회에 참여했다. 이런 면에서 수학은 어쩌면 인류 전체에게 모범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4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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