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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종이책

[Book] 건투를 빈다 - 김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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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토리+알라딘에서 제공받은 책이다. 어떤 책이 올까 궁금했었는데, 이 책이었다. 사실 처음 받았을 때는 약간은 실망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일단, 공짜로 받은 책이고, 공짜인만큼 의무가 있는 만큼, 재빨리 읽기 시작했다.

책은 기본적으로 김어준 딴지총수가 카운셀러로서의 역할을 갖고 시작한다. 즉, 수많은 여성지들에 나타나는 가장 기본적인 포맷중의 하나인 독자고민에 대한 카운셀링 - 일종의 Q&A 형식 - 하는 글들의 형태로 되어 있다. 재미난 것은, 그 고민들이 매우 현실적이고, 우리 주변에서 직간접적으로 흔히 마주치게 되는 소재들이란 점이다. 직작생활, 가정생활, 연애생활 등등을 통해서 마주치게 되는 아주 자주 발생하지만, 뾰족한 해법은 그리 녹록치 않은 문제들에 대해 저자는 매우 공격적이고 솔직한 해법들을 제공하고 있다. <- 이게 해법인지 아닌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여하튼 제법 적나라하다.

아주 직설적으로, 아주 솔직하게 문제를 드러내고, 고민을 토로한 독자를 공격하기도 한다. 너나 잘하라는 식으로.. 하지만 저자는 각각의 문제들이 갖고 있는 표면보다는 궁극적인 본질에 접근하려는 시도를 통해서, 문제의 본질을 드러내서 해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어쩌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딴지일보를 통해서, 그의 글들을 제법 접해봤기에.. 저자의 문체가 어색하거나 낯설지는 않았지만, 웹페이지로 보는 느낌과 책으로 접하는 느낌은 제법 다르며, 나름대로 저자의 인생사 면면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또 하나의 재미이다. 저자가 살아온 시기가 나와 그리 다르지 않은 바, 공감되는 구석도 많고.. 나와 유사한 또는 동일한 관점을 곳곳에서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내가 갖지 못하고 있는  여러 경험과 저자의 사고의 깊이를 느낄 때면, 내가 생각하는 수준의 한계를 느끼게 될 경우도 있어서 조금 아프기도 했다.

전반적인 소재나 문체는 상당히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어, 읽는 이에게 - 딴지일보에 그닥 거부감이 없는 수준이라면 - 제법 기대할 만한 책이며, 이러저런 얘기들 가운데, 저자가 주장하고 있는 몇가지들은 매우 중요하고도 뼈저리게 다가오는 부분들이 있으므로,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고 있다보면, 지면에 나타나는 자극적인 단언들 덕분에 주변의 시선이 의식되기도 하는데 - 예를 들어, 섹스, 관계, 불륜, 물고 빨고, 자위 등등 - 아마도 저자는 이렇게 답변할 것 같다. "조까라, 읽던 거나 마저 읽어라.."

여하튼, 책 내용들 가운데 내 스스로 충분히 의미심장하다고 생각되는 몇가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p28
자존감이란 그런거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부족하고 결핍되고 미치지 못하는 것까지 모두 다 받아들인 후에도 여전히 스스로에 대한 온전한 신뢰를 굳건하게 유지하는 거. 그 지점에 도달한 후엔 더 이상 타인에게 날 입증하기 위해 쓸데없는 힘을 낭비하지 않게 된다. 누구의 승인도 기다리지 않고 그저 자신이 하고 싶고, 재밌어하는 것에만 집중하게 된다. 다른 사람 역시 왜곡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중략)
난 이제 자신이 온전히 자기 욕망의 주인이 된다는 게 얼마나 힘이 드는 것인지 안다. 그래서 이제 누구나 기대를 저버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대를 저버리는 연습 없이는, 평생을, 남의 기대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쓰고 만다. 단 한 번 밖에 없는 삶에 그만한 낭비도 없다.

p32
당신만 각별하지 않다는 말이다. 자신의 상황만이 각별하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자존감이 무르다는 방증이다. 자존감이 든든한 자는 자신이라고 해서 특별할 게 없다는 걸 인정한다. 특별하지 않다는 게 스스로 못나거나 하찮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에게 무심하다. 누가 나를 무시하지는 않는지 사주경계하느라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고

p54
모든 선택은 선택하지 않은 것들을 감당하는 거다. 사람들이 선택 앞에서 고민하는 진짜 이유는 답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 선택으로 말미암은 비용을 치르기 싫어서다.. (중략)
자기 선택과 그 결과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그로 인한 비용 감당하겠다면, 그렇다면, 그 지점부터, 세상 누구 말도 들을 필요 없다. 다 조까라 그래. 타인 규범이 당신 삶에 우선할 수 없다. 당신, 생겨먹은 대로 사시라. 그래도 된다.

p65
그러니 일단 꿈이란 단어를 목표라는 단어로 바꾸고 다음 몇가지를 확인해보자.
첫째, 경제적으로 더 좋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자신의 목표를 위해 그 기회를 포기해온 것인가. 이 질문 냉정하게 스스로에게 묻는 거,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자신의 무능과 태만과 불안을 '꿈'이란 단어로 포장해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말이다. 그 단아 그 자체가 그만큼 낭만적이다. 용서받기 수월해서 대충 기대고 비비기에 좋다는 말이다....
둘째, 목표와 현실이 얼마나 같이 놀고 있는가. 목표는 현실적일 때만 성취된다. 그러자면 일정이 구체적이며, 적극적이어야 한다. 그냥 그 업계에 있다고 시간이 알아서 당신을 그 목표 지점에 실어 나르는게 아니다. 당신의 목표는 얼마나 구체적인가. 그리고 그걸 이루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은 얼마나 꼼꼼하게 계산해봤나
셋째, 당신이 지불할 수 있는 비용은 어디까진가.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다고 ? 그럼 아무 것도 가질 수 없는 거다.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하는 건 삶에 대한 응석에 불과하다.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다가 아니라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p120
가족간 문제의 대부분은 그렇게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키지 않아 발생한다. 존재에 대한 예의란 게 친절하고 상냥하다고 지켜지는 게 아니다. 아무리 무뚝뚝하고 불친철해도 각자에겐 고유한 삶에 대한 배타적 권리가 있으며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스스로의 자유의지로 그 경로를 최종 선택하는 것이란 걸 온전히 존중하는 것, 그게 바로 인간에 대한 예의다. 그 어떤 자격도 그 선을 넘을 권리는 없다.

p213
나이 들어 가장 비참할 땐 결정이 잘못됐다는 걸 알았을 때가 아니라 그때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했단 걸 깨달았을 때다.

p224
지금 당신의 진짜 문제는 그 어떤 선택도 하지 못하는 데 있다. 그 결과를 감당하는게 두려워서, 많은 사람들이 선택으로 인한 결과를 감당하기 싫어 아예 선택 자체를 피해버린다. 그렇게 선택으로부터 도망가면 결국 다른 사람이나 시간이 당신을 대신해 선택을 한다. 결과라는 건 그렇게 당신이 선택을 하든 않든, 어떤 모양으로든 반드시 닥치기 마련이다. 그 경우 당신은 당신이 선택하지도 않은 결과를 감당해야 하는거다. 그러니 어느 쪽이 됐건 반드시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하시라. 선택해야 한다는 말은 고백을 하기로 결정하는 것에만 해당되는게 아니다. 고백을 하지 않는 것도, 망설이다 그냥 기회를 놓친 게 아니라 당신이 그 고백을 유보하기로 결심한 것이어야 한다.

p257
연인, 남이다. 연인이 남이라는 걸, 이 기본적인 걸,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 참 많다. 그들은 사랑의 이름으로 모든 것이 가능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것이 가능하지 않다면, 그건 사랑이 부족해서라고, 울부짖는다. 이런 자들과 놀면 안된다. 유아적이고 이기적인 이런 자들은, 사랑과 폭력을 구분할 줄 모른다. 사랑이란 모든 걸 내 뜻대로 할 수 있어 하는 게 아니라, 어떤 것도 내 뜻대로 되지 않건만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어서, 하는거다.

p321
연예인, 그들은 공공의 영역에서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공복이 아니라 공공연한 영역에서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직업인이다.  국민투표로 그들 선발해 성금 각출로 그들 무명 시절 자금 조달해주고 반상회에서 순번 정해 그들 출연하는 프로 의무 방청한 게 아니다. 그들의 영업 내용이 퍼블릭한 것이 아니라 그 영업 장소가 마침 퍼블릭할 뿐인게다.

제목 - 건투를 빈다
저자 - 김어준
출판 - 푸른숲
분량 - 332P
ISBN-
8971847980

!!! 기대 이상이다. 재미와 교훈을 같이 얻을 생각이라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본 도서 리뷰는 티스토리와 알라딘이 제공하는 '블로거 북 리뷰' 행사에 참여하는 블로그 포스트입니다."


건투를 빈다 - 10점
김어준 지음, 현태준 그림/푸른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