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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종이책

나와 책에 대한 이야기 하나..

내가 언제부터 책을 좀 가깝게 생활해왔을까라는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 한 가운데 어머님이 계신다.
우리네 세대가 다 그렇지만, 없이 살고 못배운 부모님들에게 아들자식 하나는 좀 제대로 키우시고 싶었던 게다. 그런데 그 구체적인 방법도 모르겠고 - 지금처럼 사교육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거나, 여러가지 경로의 교육 패턴이 존재했었던 것도 아니고 - 다만, 학교 공부 열심히 시키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있었겠는가 ?

그때만 해도, 어렵사리 셋방을 전전하던 시절인지라, 딱히 그리 여유롭지도 못했던 것도 사실이고.. 만만한 책들을 다 사줄 형편도 안되는 거 아니겠는가 ? 그런데 아들놈이 책이라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았나 보다. 울 어머님은 좀 터프하시고, 손도 큰 편이지라..

어느 날인가 사촌매형과 함께 동대문이던가 어디던가를 다녀오시더니.. 박스 하나를 가져오셨다. 아마도 싸게 책을 구입해오신게다. 어떤 책들이었는지 다 기억은 안나지만.. 그 이후로 좀더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더 읽게 되지 않았나 싶다. 그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개구장이 나일등'이라는 명랑소설이다. 지금도 검색을 해보니, 최요안 선생님의 작품으로 나온다. 줄거리가 기억나지는 않지만 디게 재밌게 읽었던 것 같다.

꼭 이런 사연때문에 책을 읽게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책과 관련된 즐거운 또는 아련한 기억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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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어머님과 함께 책을 사다 주셨던 사촌매형이 돌아가셨다. 이렇게 가실 줄 알았으면 맛나는 식사라도, 소주 한잔이라도 모셨어야 하는데 라는 후회가 남는다.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한다. 그리고 속으로 몇가지 다짐을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