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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종이책

[Book] 딜리셔스 샌드위치 - 유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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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 경제학이란 책의 저자로 유명한 유병률씨의 다른 책이다. 서른살 경제학을 아직 읽지는 않았기에 저자에 대해서 머라 평할 수 있지는 않지만, 이 책을 미루어 볼 때, 서른살 경제학이란 책도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목 역시 읽는이를 충분히 꼬실 수 있는 키워드를 사용하고 있어, 어딘가 모르게 감각적인 저자이겠다 싶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컬쳐라는 얘기들을 계속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궁극적으로 경제에 대한 얘기를 하는 책이다. 경제학이라고 할 정도의 학문적 소재나 구성은 아니기에 그저 경제이야기를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미국, 뉴욕, 컬쳐, 웹2,0, 비즈니스, 경제 등과 같은 키워드다. 특히나, 이 책의 주제는 결과적으로 현재의 경제를 이끄는 원동력 가운데, 가장 성장성있는 요인으로 문화, 즉 컬쳐를 이야기 하고 있다. 대량생산이 중심이 되던 시대, 신기술/첨단기술 집약을 부르짖던 시대를 넘어 이제는 문화를 통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또한 그래야 한다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이는 매우 중요한 화두이고, 또 우리가 잘 못하고 있는 영역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여러가지 재미난 예시나 인용을 통해서, 세계 경제를 리딩하는 미국 그리고 그 심장부의 뉴욕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즈니스들을 아주 현실적으로 그리고, 재미있게 서술하고 있다.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우리가 보다 성장하기 위해서 개인이나, 기업이나, 조직이나, 국가나 모두 문화에 대한 열린 마인드와 감각, 그리고 유연함, 다양성 들을 인정하고 수용해야 한다는 점이 저자가 하고 싶은 얘기인 것 같다.

여담으로 이 책을 읽다가 괜히 차두리를 좋아하게 될 것같다. 예전에는 분명 그런 것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또,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 저자의 주장들은 정말 괜찮았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컬쳐가 현재 시점의 비즈니스에 매우 중요한 소재라는 것은, 저자의 다양한 설명과 주장, 그리고 사례 전달과정을 통해서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지금 컬쳐가 비즈니스인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는지를 얘기해줄 수 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과연 무엇이, 어떤 환경이 문화라는 요소가 현재 시점의 비즈니스에 이만큼 큰 화두가 되었으며, 앞으로도 상당시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부분을 알 수 있었다면 정말 괜찮았을 것 같다. 즉, 사실은 전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다면, 훨씬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저자가 인용하거나 제시하고 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아주 마음에 와 닿는 부분들이 많다. 아래는 그런 이야기들 가운데, 일부이다.

뉴욕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대중문화는 크리에이션은 잘 못해도 참 크리에이티브합니다.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전혀 새로운 장르나 문화형태를 개척하는 데는 더딥니다. 그래도 미국 대중문화는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문화입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지는 못해도 아이디어를 달리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창조는 부족해도, 변형은 무궁무진합니다. 이 변형이 바로 뉴욕 대중문화의 연쇄적인 부가가치를 만들어냅니다. (p42)

이렇게 미국의 대중문화는 이미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것을 조금 바꾸고 새롭게 리바이벌하고, 또 비틀고 뒤집으면서 문화 브랜드를 관리하고 명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데서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먹고사는 게 결코 아닙니다. (p48)

우리는 크리에이티브와 이노베이션이라는 게 번득이는 재기에서 나온다고 믿고 싶어한다. 뉴턴이 자기 머리에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영감을 얻고, 아르키메데스가 벌거벗은 채 목욕탕을 뛰쳐나온 것처럼 '아하!'라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벼락처럼 순식간에 떠오르는 것이라고 말이다. 우리는 또 혁신적인 사람, 창의적인 사람은 보통사람들로부터 늘 한반 비켜서 있고, 보통사람들의 능력을 뛰어넘는 마법적인 능력과 비밀을 사용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순간적이고 번득이는 영감은 크리에이티브나 이노베이션과 상관이 없다. 이노베이션은 진부한 일상 안에 들어 있는 흥미로움에 대해 아주 작지만 서서히 영감을 쌓아가고 축적하는 과정이다. 이것은 마치 진주조개가 자신의 속살을 상처내는 모래를 겹겹이 에워싸는 과정에서 마침내 진주를 탄생시키는 것과 같다. 혁신은 이렇게 오랜 시간을 거쳐 열심히 일하는 과정에 서서히 스며드는 것이다.
'아하!'의 순간은 기나긴 시간의 생각과 연구에서 나온다. 성공하는 기업가는 뮤즈가 그들에게 다가와 키스하며 명철한 아이디어를 줄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일을 하러 간다. - 쟈냇 래 더프리, 뉴욕타임스 컬럼니스트, '유레카! 그것은 오랜 기간 피나는 노력의 산물이다. (p82)


하멜 교수는 "경영자가 터득해야 할 지식과 아이디어의 80퍼센트는 경영이라는 테두리 밖에서 온다."고 강조합니다. 어차피 경제.경영과 예술.사회.과학.스포츠 등의 모든 개념이 '통합'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CEO도 '경영전문가'가 아니라 오히려 '경영편집자'인 시대입니다. (p94)

대표적인 문화기업 이미지를 가진 몇몇 기업을 보면서, 시작도 끝도 결국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문화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에서 문화적인 마인드를 가진 직원들이 만들어내는 아이디어와 제품과 서비스가 결국 회사를 문화적인 기업으로 만들어간다는 얘기지요. 기업 이미지나 제품을 문화적으로 포장하는 노력과 탁월한 문화마케팅이 비결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p107)

성장력을 높이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마지막 보루는 생산성이라고 했습니다. 생산성은 노동과 자본을 어떤 방식으로 조합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노동과 자본 투입량이 같아도 산출량이 크다면 생산성이 높은 것입니다. 얼마 전만 해도 이 생산성은 얼마나 좋은 기술을 가졌느냐에 의해 좌우됐습니다. 그러나 문화적 언어로 소통되는 문화제국에서 생산성은 얼마나 유연한 문화 환경과 콘텐츠를 가졌는냐에 의해 좌우됩니다. (p121)

문화를 알아야 한다는 것은 마인드를 배우자는 것이지, 모르던 지식을 공부하자는 뜻이 아닙니다. 경영에 응용할 무슨 심오한 원리를 예술에서 찾자는 의미도 아닙니다. 비즈니스맨과 CEO들이 문화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것은 '이질적인 것' '자신이 경험하거나 생각하지 못한 것'에 대해 포용력과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문화는 살아가고, 생각하고, 느끼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문화에는 각양각색의 스토리와 스타일, 다양한 주장과 주의, 그리고 형형색색의 상상과 감성이 있습니다. 예술은 문화를 압축한 것이지, 살냄새 물씬 풍기는 디테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표 끊고 들어가 직접 보면 더 좋겠지만, 꼭 그래야만 문화적인 마인드가 키워지는 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때로는 '백지'가 되어 다른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력입니다. (p147)

슈워츠는 스트로스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역할이다. 열린 대화를 하겠다는 CEO가 블로그를 하지 않는 걸 나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다." 그의 말대로 이제 리더의 역할은 커뮤니케이터입니다. 지휘하고 통제하는 역할이 아닙니다. 정보를 원활하게 소통시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CEO가 글을 써야 하는 것입니다. (p175)

한국에서 우리 부자의 얘기가 화제라고 한다. 도대체 뭐가 재밌다는 건지 나로서는 이해가 잘 안 갈 뿐이다.

젊은 세대, 그들의 생각과 감각을 이렇게 이해하지 못하면서 내가 그들과 함께 몸을 섞고 일을 하고 있는 게 맞는 일인지 걱정스러울 정도다.

요즘 TV에 나와 정신없이 떠드는 녀석이 하나 있다. 노홍철이라고. 몇 년 전, 우리 가족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이 친구가 왔다. 큰딸(하나) 대학 동기의 남자친구라고 하면서. 쓸데없는 얘기지만, 딸의 대학 동기는 유로 상공회의소를 거쳐 G그룹의 경영전략실에 근무하는 멀쩡한 재원이다.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이 남자친구를 보자 기가 막혔다. 그런데 아이들은 재미있어 좋다고 했다. 같은 시대를 살면서도 이해하기 힘든 세대차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상황이 노홍철이를 처음 봤을 때만큼이나 곤혹스럽고 불편하다.

나는 10년간의 독일 분데스리가 생활 중 선발로 못 나온 게 딱 두 번 있었고, 중간에 교체돼 나온 게 한 번 있었다. 그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줄 알았다. 내가 얼마나 심하게 낙담을 했으면 감독이 그 다음 경기 전에 나를 불러 이렇게 말할 정도였다.

"다음부터 너를 빼려면 미리 말해줄 테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고 뛰어라!"

그 당시 나에게 축구는 생활이 아니라 '밀리면 끝나는 전투'였던 것 같다. 그런데 아들 두리는 확실히 다르다.  축구는 '자신을 행복하게 해 주는 생활'인 것 같다. 축구를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좋은.

그러니 TV 해설을 하면서 이놈은 "전 그때 후보라서 잘 몰라요"라고 멀쩡하게 얘기하는데 옆에 있는 내가 진땀이 났다.

내가 두리에게 배우는 게 하나 있다. 언젠가 자전적인 글에도 썼던 적이 있지만 '남의 행복이 커진다고 내 행복이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선지 이 녀석은 항상 여유가 있다. 늘 최고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남을 인정하는 여유가 없는 나에 비해 두리는 동료를 인정하는 여유가 있다. 그래서 두리의 삶이 나보다 더 즐거운 모양이다.

'행복이'.

두리의 e-메일 닉네임이다. 굳이 그런 이름을 쓰는 걸 보면 천성이라기보다는 행복하고 싶어 스스로 하는 노력인지도 모르겠다.

마치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연예인들을 얘기하듯, 외국 축구선수들의 사생활까지 줄줄 꿰는 두리가 옆에 있으니 든든하다. 스페인의 황태자비가 화면에 잡히자 '예쁘죠?'하는 말이 하고 싶어서 혼났다며, 중계를 마치자마자 황태자비의 전력에서부터 사생활까지 쫙 얘기해 준다.

두리와 함께 해설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정한 이유가 여러 가지 있지만 한때 '기자'를 꿈꿀 정도로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두리에게 도움을 받고 싶었던 것도 그중 하나였다.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이전처럼 유럽축구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없었다. 축구의 흐름을 읽는 거야 자신이 있지만, 선수들의 현재 상황을 팬들에게 현실감 있게 설명해 줄 경험과 정보가 부족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두리는 훨씬 더 많이 알고 있었다. 또 나와 다른 요즘 아이들의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친구들의 얘기를 하는 것이니 내가 하는 것보다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본인도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축구선수이면서 베컴의 자서전을 머리맡에 놓고 잠들거나 지단에게 가서 공에 사인을 받고는 즐거워하는 것은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나는 그러지 않았다. 상대가 아무리 대단한 선수였어도 나에게는 한번 붙어 보고 싶은 경쟁자일 뿐이었다.

우리 시대의 삶은 '성공'에 모든 것을 두었다. 그러나 두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행복과 즐거움'이 그들의 중심에 있는 것 같다.

부럽다. 그리고 이런 세상을 그들에게 물려준 우리 세대가 자랑스럽다.
(p185~187)

'광고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데이비드 오길비는 [어느 광고인의 고백]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좋은 광고는 광고 자체에 주의를 끌지 않으면서 제품을 파는 광고하고 생각한다. 광고는 독자의 주의를 '제품'에 집중시켜야 한다. 좋은 광고를 보면 독자는 '정말 훌륭한 광고군요'하지 않고, '이런 제품이 있는지 몰랐네요. 이걸 한번 써봐야겠습니다'라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좋은 글은 글 자체에 주의를 끌지 않으면서 사람을 움직이는 글입니다. 좋은 글은 "절말 훌륭한 글이군요"하지 않고 "정말 훌륭한 생각입니다" "정말 재미있는 내용입니다"라고 말하게 만드는 글입니다. 말 그대로의 문학적 감성, 어휘력, 문장력, 표현력으로 글쓰기를 하는 시대는 지나간 것 같습니다. (p192)

물리학자이자 발명가인 미첼 윌슨도 비슷한 얘기를 했습니다. "위대한 과학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을 말해보자면, 우선 매우 복잡한 것들을 이해하는 능력은 필요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 반대다. 가장 복잡한 것처럼 보이는 무엇을 간파해서 한 순간에 그 저변에 깔려 있는 단순성을 파악해내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제목 - 딜리셔스 샌드위치
저자 - 유병률
출판 - 웅진윙스
분량 - 212P
ISBN-
8901082160

!!! 재미있는 책이다. 그래서 저자의 다른 책도 읽어보려고 한다. 저자의 재미난 글쓰기가 부러울 뿐이다.


딜리셔스 샌드위치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유병률 (웅진윙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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