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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종이책

[문학 및 만화] [서평] 완득이 - 김려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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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완득이
저자 - 김려령

출판 - 창비
분량 - 237P

ISBN-
9788936433635

2009년 처음으로 읽은 책은 완득이였다. 이미 다른 책을 읽고는 있었지만, 조금이나마 2009년을 가볍게 시작하고자 하는 마음에 완득이를 냉큼 집어들었다. 장편소설이라고 써있기는 하지만, 그리 많은 분량이 아닌지라, 반나절 정도만 투자하면 읽을 수 있는 수준이며, 내용의 전개나 글의 난이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쉼없이 차분히 읽으면 2시간 내에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역시 출근하는 길에 집어들어서 책을 다 읽을때까지 놓지 않고 그냥 쭈욱 읽어버렸다.

한마디로 매우 경쾌한 책이다. 유쾌하다는 말보다는 경쾌하다는 말이 어울릴 것 같다. 고1 남학생 도완득 군을 주인공으로 그와 그의 담탱, 같은 반 친구 몇명, 부모, 삼촌, 동네 아저씨 등이 주요 인물이다. 책을 읽다보면, 이 소설에서 언급하고 있는 주제들이 결코 가벼운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장애인 아버지와 삼촌, 베트남 어머니, 어머니와 아버지의 별거, 다문화 가정 문제, 외국인 근로자 문제, 사회 빈곤층 문제 등이 주요 소재이자 주변 환경인 것이다. 다만 저자는 그 문제 속을 파헤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훑어내는 수준에서 언급하는 정도랄까 ?

하지만, 완득이는 한마디로 아주아주 경쾌하다. 여러가지 문제들이 복합적이게 표현되어 있지만, 고1 남학생 완득이는 그리 고민스럽지 않게 문제들과 어울려지낸다.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또한 모든 문제의 결말이 해피엔딩인 것도 아니다. 킥복싱을 하는 완득이는 여전히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으며, 댄스 교습소를 차린 아버지의 경제적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멘트도 없다.) 그래도 글에서 완득이가 보여주는 몇몇 장면에서는 매우 감동적이고, 긍정적인 표현들이 있는 바 전체적으로 글을 매우 밝은 편이다.

다소 어두운 소재들로 둘러싸여 있지만, 결코 어둡지않다는 점이 이 소설이 주는 매력이지 않나 싶다. 또한, 스토리의 전개가 매우 빠르고 저자가 기술하는 특정 장면들은 너무 현실적이라, 입가에 웃음을 가져온다. 바로 아래 같은 구절들..

p102~103
토요일과 일요일은 돼지갈비 먹는 날로 선포된 게 분명하다. 이날 돼지갈비를 먹지 않으면 과태료라도 부과되는 모양이다. 그은지 않고서야 이 많은 사람들이 번호표를 받고 배고픔을 인내하며 대기하는 고통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식사하는 스피드도 장난 아니다. 자리에 앉고, 밑반찬이 차려지고, 숯불이 들어가고, 철판이 올려지고, 고기가 구워지고, 먹기 시작한다. 모든 게 순식간이다. 알맞게 구워진 고기 ...... 기대하지 않는다. 익혀 먹는다기보다 태워 먹는 고기. 서비스 냉면은 두어 젖가락으로 해결하고 계산. 문 앞에 놓인 아이스크림 냉장고 앞에는 아이들이 즐비하고, 커피 자판기 앞에는 어른들이 즐비하다. 아이들은 떠지지 않는 아이스크림 때문에 짜증 내고, 어른들은 먼저 나온 커피를 빼지 않고 버튼을 또 눌러 커피 위에 커피가 떨어지게 만든다. 그리고 넘쳐버린 커피에 짜증 낸다.


완득이와 완득이를 둘러싼 사람들이 벌이는 대화 역시 아주 현실적이고 또한 매우 빠르다. 마치 만화를 보는 듯하다고나 할까 ? 이런 측면에서 보면, 조만간 영화로 만들겠다는 얘기가 금방 나올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할 수 있다.

p94
"학원 그만둬."
"그만뒀어."
"1등 못하겠네."
"죽도록 공부해서 1등 안 놓칠 거야. 나 씹으면 씹을수록 더 할 거야."
"좀 재수 없다."
"누가?"
"너."
"왜?"
"몰라."

2009년을 경쾌하게 시작하는 데에 딱 맞춤형 소설이라고 생각된다. 사서 읽기 좀 아까우면 빌려서라도 읽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