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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Etc

율곡 이이 선생의 자경문(自警文) - 스스로 경계하여 조심하는 글


제1조 - 입지(立志)
먼저 마땅히 그 뜻을 크게 가져 성인을 표준으로 삼아야 한다. 털 한 오라기라도 성인에 미치지 못한다면 나의 일은 아직 완성되지 못한 것이다.
 
제2조 - 과언(寡言)
마음이 안정된 자는 말이 적으니 마음을 안정시키는 일은 말을 줄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제때가 된 뒤에 말을 한다면 말이 간략하지 않을 수 없다.
 
제3조 - 정심(定心)
오랫동안 놓아둔 마음을 하루아침에 거두어들여 힘을 얻는 일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마음은 살아있는 물건이다. 마음을 정하는 힘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마음이 요동하여 편한하기 어렵다. 만일 생각이 어지러워질 때에 나의 의지로서 악을 싫어하여 이것을 끊어버리려 한다면, 그럴수록 마음이 어지러워지고 흔들리며, 갑자기 일어났다가 홀연히 없어지기도 하는 것이 꼭 내 마음이 아닌 것처럼 여겨진다. 가령 이렇게 하여 단절한다고 하더라도 이 단절하고자 하는 생각이 가슴속에 가로막혀 있으리니, 이 또한 망령된 생각일 뿐이다. 마음이 어지러워지고 혼란할 때는 마땅히 정신을 가다듬어 슬쩍 비추어 보고 따라가지 말 것이니, 이렇게 공부를 오래 하면 마음이 엉키어 정해질 때가 있을 것이다. 일을 처리할 때에 한결같이 하는 것이, 이 또한 정심(定心) 공부이다.
 
제4조 - 근독(謹獨)
늘 경계하고 두려워하며 홀로 있을 때도 삼가는 생각을 가슴 속에 담고서 유념하여 게을리 함이 없다면 일체의 나쁜 생각이 자연히 일어나지 않게 될 것이다. 모든 악은 모두 '홀로 있을 때를 삼가지 않음'에서 비롯된다. 홀로 있을 때를 삼간 후라야 '기수에서 목욕하고 시를 읇으면서 돌아온다'는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제5조 - 독서(讀書)
새벽에 일어나서는 아침나절에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밥을 먹은 뒤에는 낮에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잠자리에 들었을 때에는 내일 해야 할 일을 생각해야 한다. 일이 없으면 그냥 가지만, 일이 있으면 반드시 생각을 하여, 합당하게 처리할 방도를 찾아야 하고, 그런 뒤에 글을 읽는다. 글을 읽는 까닭은, 옳고 그름을 분간해서 일을 할 때에 적용하기 위한 것이다. 만약에 일을 살피지 아니하고, 오똑히 앉아서 글만 읽는다면, 그것은 쓸모없는 학문을 하는 것이 된다.
 
제6조 - 소제욕심(掃除慾心)
제물을 이롭게 여기는 마음과 영화로움을 이롭게 여기는 마음은 비록 그에 대한 생각을 쓸어 없앨 수 있더라도, 만약 일을 처리할 때에는 조금이라도 편리하게 처리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이것도 또한 이로움을 탐하는 마음이다. 더욱 살펴야 할 일이다.
 
제7조 - 진성(盡誠)
무릇 일이 나에게 이르렀을 때, 만약 해야 할 일이라면 정성을 다해서 그 일을 하고 싫어하거나 게으름 피울 생각을 해서는 안되며, 만약 해서는 안 될 일이라면 일체 끊어버려서 내 가슴속에서 옳으니 그르니 하는 마음이 서로 다투게 해서는 안된다.
 
제8조 - 정의지심(正義之心)
항상 '한 가지의 불의를 행하고 한 사람의 무고한 사람을 죽여서 천하를 얻더라도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 는 생각을 가슴속에 담고 있어야 한다.
 
제9조 - 감화(感化)
어떤 사람이 나에게 이치레 맞지 않는 악행을 가해오면, 나는 스스로 돌이켜 자신을 깊이 반성해야 하며 그를 감화시키려 해야 한다. 한집안 사람들이 변화하지 아니함은 단지 나의 성의가 미진하기 때문이다.
 
제10조 - 수면(睡眠)
밤에 잠을 자거나 몸에 질병이 있는 경우가 아니하면 눕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며 비스듬히 기대서도 안된다. 한밤중이더라도 졸리지 않으면 누워서는 안된다. 다만 밤에는 억지로 잠을 막으려해서는 안된다. 낮에 졸음이 오면 마땅히 이 마음을 불러 깨워 십분 노력하여 깨어 있도록 해야 한다. 눈꺼풀이 무겁게 내리누르거든 일어나 두루 걸어다녀서 마음을 깨어있게 해야 한다.
 
제11조 - 용공지효(用功之效)
공부를 하는 일은 늦추어서는 안되고 급하게 해서도 안되며, 죽은 뒤에야 끝나는 것이다. 만약 그 효과를 빨리 얻고자 한다면 이 또한 이익을 탐하는 마음이다. 만약 이와같이 하지 않는다면 부모께서 물려주신 이 몸을 형벌을 받게 하고 치욕을 당하게 하는 일이니, 사람의 아들이 아니다.


- 최인호, [유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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