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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Etc

소비...

아침 출근 길..

  • 스마트폰 알람에 맞춰 억지로 몸을 일으킨다. 간혹 몇분에서 몇십분 정도 다시 졸기도 하지만.. 다시 일어난다.
  • 일단 씻고 출근할 옷을 갖춰 입는다. 잠시 TV를 켜고 뉴스를 곁눈으로 시청하기도 한다.
  •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본다. 씻기 전에 보기도 하고, 씻은 후에 처리하기도 한다. 간혹, 간 밤 음주가 심하면 시간이 제법 소비된다.
  • 노트북과 가방을 챙긴다. 노트북을 출퇴근시 항시 동반하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꼭 그래야 하는지 의심이 든다. 하지만 예외없이 항상 갖고 다닌다.
  • 커피를 한잔 뽑는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하기 시작한 후부터는 항상 종이컵에 한 잔씩은 갖고 나선다.
  •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고, 문을 나선다. 아침은 잘 안먹고 다닌다. 그래서인가 늘 꼬르륵거리긴 한다.
  • 아이팟 터치 2세대를 켜고 이어폰을 꽂는다. 음악을 듣기 시작한다.
  •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하면서 담배를 한 대 핀다. 커피를 얼렁 다 마시고, 휴지통에 컵을 버린다.
  • 버스가 도착하면 얼렁 탑승하고, 잠시 멍하니 있는다.
  • 버스에서 내리고, 지하철역으로 이동한다.
  • 탑승할 위치를 잡으면, 책을 한 권 꺼내든다. 앉아서 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10번에 1번 꼴이나 될까? 가끔 앉아서 가는 경우에는 졸면서 책을 보기도 한다.
  • 지하철에서 하차하며 책을 넣는다. 음악은 계속 듣는다.
  • 지하철 역에서 회사까지 줄창 걷는다. 간혹 편의점에 잠시 들러 커피를 사거나, 담배를 산다.
  • 회사에 도착하면 노트북을 설치하고, 가방을 푼다.
  • 전원을 넣는다. (노트북, 핸드폰, 아이팟, 블루투스 이어폰...)
  • 로그인하고, 아웃룩과 브라우저를 연다.


제가 통상적으로 출근시 하는 일들을 쭈욱 정리해봤더니.. (거의 예외 없음)
짧은 시간이지만, 줄기차게 무언가를 소비하고 있더군요. 커피를 마시고, 음악을 소비하고, 텍스트를 소비하고..
음악과 책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고, 내 밥벌이는 다른 분야이니 생산적인 활동이라기 보다는 소비적인 활동으로 구분할 수 있겠네요. 직장생활을 하며 벌어들인 경제적인 수익을 통해, 가족을 부양하고 이와 같은 여러가지 형태로 소비를 수행하는 것이 현 시대를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는 패턴일 겁니다.

결국 사용자들에게 소비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다시 생산해내고, 이를 잘 소비할 수 있도록 상품화하고, 돈이라는 교환가치로 전환될 수 있도록 구성하고, 매우 손쉽게 소비될 수 있도록 인프라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가 바로 현재의 사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즉, 음악이던 텍스트던, 그 본연의 존재가치 보다는 어떻게 소비될 것인가에 포커싱되는 것이 현실인 듯 합니다. 본질과 내용을 충실하게 구성하는 것보다, 오히려 소비 구조와 소비될 수 있도록 하는 가능성을 높이는 식의 접근..

이는 결국, 철학보다 심리학이 인기있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며, 품성보다 외모가 우선되는 이유이기도 할 겁니다. 매일같이 여전히 음악과 텍스트를 소비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더 효과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수단이 제공된다면, 이를 거절할 이유가 없을 겁니다. 그렇기에 음악 시장이나, 텍스트 시장은 그런 관점에서 재편될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불현듯.. 잡생각을 하다가... 끄적거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