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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종이책

[서평] 밑줄 긋는 여자 - 성수선

본 게시물은 도서를 읽고, 개인적인 소감과 비평을 기록하고자 하는 비영리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해당 글이 저자 또는 관련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고자 하는 의사는 없으며, 만일 그런 부분이 존재한다면 자체적으로 수정, 블라인드, 삭제 처리하겠으니 상세히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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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밑줄 긋는 여자
저자 - 성수선

출판 - 웅진윙스
분량 - 291P
ISBN- 9788901097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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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위드블로그(http://withblog.net) 을 통해서 리뷰용으로 제공받은 책이다. 가끔식 리뷰 싸이트를 통해서, 책을 신청하고 제공받기도 하는데, 맨날 보는 류의 책에서 약간씩 벗어난다는 느낌이 제법 나쁘지 않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써, 다른 분들은 과연 책을 어떻게 접하고, 선택하고, 읽고, 느끼는가에 대해서 간혹 궁금하기도 한 참에, [밑줄 긋는 여자]라는 제목이 주는 자극은 제법 신선했다. 책을 좋아하는 한 여성 직장인의 책읽기를 엿볼 수 있다는 점과, 책의 내용 자체가 한국 사회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회인으로서 공감할 있는 부분이 많은 내용들인지라, 가볍지만 제법 재미있게 읽었다고 생각된다.

전반적인 내용이, 에세이류이기 때문에 어떤 강력한 주장이나 원칙을 담고 있지는 않아서, 너무 고민하지 않으며 읽어갈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 장거리 여행을 가는 분이나, 출퇴근 시간에 살짝 살짝 읽을 수 있는 소재가 아닐까 싶다. 다만, 여기서 가볍다는 것이 모든 주제가 신변잡기이며, 개인적인 내용이라는 점은 아니다. 글쓴이의 주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에 큰 노력이 들지 않는다는 점과, 어떤 해박한 이론적 체계를 동반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일 뿐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글쓴이가 독서라는 과정을 통해 어떤 교훈을 얻는가라는 부분과, 과연 저 밑줄 긋는 여자는 어떤 책들을 읽는가였다. 짬 나는 대로, 책안에 언급된 책들을 정리해봤더니 제법 두둑하다. 작가가 읽는 책들과 내가 읽는 책들에는 분명 차이가 있겠으나, 그래도 언급된 책들 가운데 한번쯤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한 책들은 이미 몇권 구매를 하였고, 좀 다르게 표시해 두었다.

[책 속에 언급된 책들]

나는 오늘도 유럽 출장 간다 - 성수선
장정일의 독서일기 - 장정일**
돈가스의 탄생
키친 - 요시모토 바나나
러브레터 - 아사다 지로
철도원 - 아사다 지로
당하고만 있을쏘냐 - 아사다 지로
장미도둑 - 아사다 지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MTB 정비가이드
Body for Life
삼국지 - 장정일
팀장 리더쉽
팀장 재무학
안토니 가우디 - 손세관
타인에게 말걸기 - 은희경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박민규
가정을 버려야 직장에서 살아남는다
괜찮다, 다 괜찮다 - 지승호**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 공지영
로마인 이야기 - 시오노 나나미
삼국지 - 이문열
마피아 경영학**
군주론 - 마키아벨리, 강정인
상실의 시대 - 무라카미 하루키
중국에서 온 편지 - 장정일**
황금의 가지 - 프레이저
서구 정치사상 고전 읽기 - 강유원***
나의 이력서 - 피터 드러커**
Dreams from My Father - 오바마
딜리셔스 샌드위치 - 유병률
남한산성 - 김훈
무소유 - 법정
달인 - 조지 레오나르드
선의 마음, 초심자의 마음 - 스즈키
비판적 지성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 지승호
희망을 심다 - 지승호
금지를 금지하라 - 지승호
7인 7색 - 지승호
감독, 열정을 말하다 - 지승호**
영화, 감독을 말하다 - 지승호
괜찮다, 다 괜찮다 - 지승호**
2008 글로벌 금융위기 - 최혁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 김영하
밤이여, 나뉘어라 - 정미경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아침형 인간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 호어스트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자궁 - 이유명호
내 이름은 빨강 - 오르한 파묵
독서가 어떻게 나의 인생을 바꾸었나? - 애너 퀸들런**
불안 - 앨랭 드 보통**
일식 - 히라노 게이치로
책을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
마담 보바리
위대한 개츠비
노인과 바다 - 헤밍웨이
소설의 이론 - 루카치
데미안 -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 헤르만 헤세
마술사 - 헤르만 헤세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 - 아사다 지로
밥벌이의 지겨움 - 김훈**
청춘의 문장들 - 김연수**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 성석제**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 대니언 길버트
두려움과 떨림 - 아멜리 노통브
시마 부장 - 히로카네 겐시
한손에 잡히는 와인 - 히로카네 겐시**
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 - 이원복
와인스캔들 - 박찬일
소박한 밥상 - 헬렌 니어링**
육식의 종말 - 제레미 리프킨**
100만번 산 고양이 - 사노 요코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 에쿠니 가오리
눈물의 편지 - 고인을 기리는 사람들**
그리운 메이 아줌마 - 신시아 라일런트
사랑이라니, 선영아 - 김연수
5가지 사랑의 언어 - 게리 채프먼
아직도 가야 할 길 - 스캇 펙
GIRL - 오쿠다 히데오
모모 - 미하엘 엔데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 에크하르트 톨레

책 내용들 가운데, 공감이 되는 몇 구절과 개인적인 소견을 간략히 정리해 보았다.



내가 어디에서 뭘 하건, 잘못한 것도 없이 바보처럼 맞고 다녀도, 어이없는 실수를 해도, 성질을 못 참고 회사를 때려치워도, 백수로 세월을 탕진해도, 주식을 하다 돈을 다 날려도, 쳐다만 봐도 숨이 막힐 것처럼 뚱뚱해져도, 평생 결혼을 못하고 혼자 살거나 너무하다 싶은 허접스러운 남자랑 결혼을 해도 무조건 나를 믿어주는, 일단은 내 편을 들고 보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p50)

- 맞는 말이다. 내 편을 들어주는 누군가에 대한 간절함, 아마도 모든 이들이 원하는 것 중의 하나일 것이다. 나는 이 말에 100배 공감하며, 배우자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고까지 생각한다...


삶은 공중에 다섯 개의 공을 돌리는 저글링게임과 같습니다. 다섯 개의 공에 일, 가족, 건강, 친구, 영혼(자기 자신)이라고 이름 붙이고 공중에 돌려보십시오.
당신은 곧 '일'이라는 공은 고무공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떨어뜨려도 바로 튀어올라옵니다. 그러나 다른 네 개의 공은 모두 유리로 만들어졌습니다. 하나라도 떨어뜨리면 손상되고, 흠집이 나고, 산산이 부셔져 다시는 예전처럼 돌이킬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이 다섯 개의 공의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
더글라스 태프트, 코카콜라 회장 2000년 신년사 중에서 (p74~75)

- 과연 나는 일과 직장, 그리고 가정을 어떻게 배치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고민을 하게 해준 구절이다. 어쨌든 정답은 없는 거겠지만, 충분히 자극받아야 하며, 많이 개선하고, 반성해야 한다는 느낌을 갖도록 해주었다. 근데 중요한 것은 실행이고 집행인데.. 흑흑..

달인이 되는 길은 길 위에 머무르는 거다. 하고 하고 또 하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하는 거다. 개그의 달인 김병만처럼, 생활의 달인 봉투아줌마처럼,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처럼 포기하지 않고 길 위에 머무르는 거다. '10년이면 일가를 이룬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니 일단은 계속 하자, 포기하고 싶을 때 한 걸음만 더! (p97)

- 성실이라는 덕목보다 앞서는 것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어디를 향하고 있어야 하는 것인지는 늘상 고민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이 글을 통해, 지승호씨의 글들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모든 '먹는다'는 동작에는 비애가 있다. 모든 포유류는 어금니로 음식물을 으깨서 먹게 되어 있다. 지하철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서 자장면을 먹는 걸인의 동작과 고급 레스토랑에서 에이프런을 두르고 거위간을 먹는 귀부인의 동작은 같다. 그래서 밥의 질감은 운명과도 같은 정서를 형성한다.
전기밥통 속에서 밥이 익어가는 그 평화롭고 비린 향기에 나는 한평생 목이 메었다. 이 비애가 가족들을 한 울타리 안으로 불러모으고 사람들을 거리고 내몰아 밥을 벌게한다. 밥에는 대책이 없다. 한두 끼를 먹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때가 되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 이것이 밥이다. 이것이 진저리 나는 것이다.
밥벌이도 힘들지만, 벌어놓은 밥을 넘기기도 그에 못지않게 힘들다. 술이 덜 깬 아침에, 골을 깨어지고 속은 뒤집히는데, 다시 거리로 나아가기 위해 김나는 밥을 마주하고 있으면 밥의 슬픔은 절정을 이룬다. 이것을 넘겨야 다시 이것을 벌 수가 있는데, 속이 쓰려서 이것을 넘길 수가 없다. 이것을 벌기 위하여 이것을 넘길 수가 없도록 몸을 부려야 한다면 대체 나는 왜 이것을 필사적으로 벌어야 하는가. 그러니 이것을 어찌하면 좋은가. 대책이 없는 것이다.
김훈, 밥벌이의 지겨움 중에서 (p159~160)

- 밥을 이렇게 절묘하게 표현한 글이 있을까, 오늘도 삼시 세끼를 챙기는 나 자신을 뒤돌아보며, 새삼 밥의 중요성과 그 위력을 절절히 느끼게 된다. 또 배고파진다.

숨쉬기도 힘든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에 사람들이 더 타려고 할 때 버스기사는 다음 차를 타라고 말하는 대신 안으로 더 들어가라고 소리를 지른다. 그 안에서 승객들은 온몸이 밀착된 채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가 된다. 운 좋게 자리를 차지했거나 키가 큰 사람들만이 차창 밖을 볼 수 있다. 나같이 키 작은 사람들에게 보이는 건 앞에 선 사람 등에 붙은 머리카락 또는 비듬이다. (p243)

- 직장인의 비애.. 그래도 나는 출퇴근 시간이 소중하다. 빡빡한 자리에서 듣는 음악과 가벼운 책 몇장이 하루를 견디게 하는 마약인 것을..

"누나, 정신 차려! 여유는 무슨 여유야? 우리가 사는 데는 한국이야. 늦게까지 술 마시고 속 쓰려 죽을 것 같아도 아침이면 붐비는 버스 타고 정시에 출근해서 쌩쌩한 척 열심히 일하는 거, 하루종일 겨우 버티다가 퇴근하려는데 상사가 한잔 하자고 하면 신나는 척 따라나가서 또 마시는 거, 주말에 그냥 쉬는 게 불안해서 중국어학원을 다니거나 하다못해 골프연습장에라도 나가는 거, 그게 우리 삶이고 정체성이야. 출장 가서 바람들어 오지 마, 괜히 전투력만 떨어진다고!" (p246)

- 대한민국 직장인 화이팅!! 이란 말 밖에 생각 안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