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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종이책

[서평] 협상의 10계명 - 전성철, 최철규


본 게시물은 도서를 읽고, 개인적인 소감과 비평을 기록하고자 하는 비영리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해당 글이 저자 또는 관련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고자 하는 의사는 없으며, 만일 그런 부분이 존재한다면 자체적으로 수정, 블라인드, 삭제 처리하겠으니 상세히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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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협상의 10계명
저자 - 전성철, 최철규

출판 - 웅진윙스
분량 - 224P
ISBN- 9788901094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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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위드블로그(http://withblog.net)을 통해 리뷰용으로 신청해서 받은 책입니다. 리뷰용 책을 신청하기 전부터, 꽤나 여러 블로그에 서평이 올라온 것을 본 적이 있기도 합니다. 앞에 앉아 있는 후배직원이 읽어보셨냐고 물어보기에 리뷰 신청해두었다고 했을 정도로 생각보다는 많은 분들에게 회자되고 있나 봅니다.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아마도 느끼시겠지만 그 주제가 무엇이든지 간에 협상과 의사결정의 연속임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조그마한 업무 하나를 수행하더라도, 과연 어떻게 보고서를 만들어야 할 것이며, 누구에게 물어보고, 무엇을 파악할지를 순간 순간 판단하고, 결정하는 과정의 연속이라는 것이지요. 세상 일이란게 독불장군처럼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보다는 누군가와 항상 상의하고, 협의하고, 조절하고, 판단하고, 검토하고 그리고 결론을 내리는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협상과 의사결정 과정이 어떻게 잘 진행되느냐에 따라서, 해당 업무가 잘 처리되었는지, 좋은 성과를 냈는지 등을 판단받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책들이 갖는 기본적인 한계는 한 가지 짚고 가야 하겠습니다. 협상 잘하기, 의사결정 잘하기의 가장 중요한 전제사항은 그 내용에 관한 것입니다. 즉, 밀고 당기기의 핵심은 무엇을 밀고 당기고 있는 것이냐는 하는 것입니다. 줄다리기 줄을 밀고 당기는 것인지, 아니면 내 생존권을 밀고 당기는 것인지.. 명분과 당위성은 협상의 절차나 기법이 아닌 바로 그 내용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쌍용 자동차의 경우 노조원과 비노조원 모두 어쩌면 자신과 부양가족의 생존권을 담보로 한다는 점에서, 그 협상의 중요성과 긴장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이런 류의 협상은 누군가의 의도하지 않은 희생을 요구할 수 밖에 없고, 희생되지 않은 이들 또는 덜 희생된 이들이 과연 어떻게 얼마나 그 희생자들을 돕기 위해 노력할 것이냐 등의 문제에 어쩔 수 없는 해결방안이 있는 것은 아닌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그런 무엇을 협상하느냐에 대한 내용을 다루지는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협상에 임해야 하는지, 어떻게 진행해야 하며, 어떻게 결론에 접근해야 하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무조건 자신에게 유리한 협상결과를 가져오기 위한 기술서적으로 이해한다면, 좋은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무엇을 왜 협상을 해야 하는지를 충분히 판단하고 인지할 수 있는 분들에게는, 충분히 좋은 책입니다.

저자는 협상을 진행하는 데에 중요한 10가지 요소를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으며, 이 책 전체를 통해서 항목별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1. 요구에 얽매이지 말고 욕구를 찾아라.
2.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는 창조적 대안을 개발하라.
3. 상대방의 숨겨진 욕구를 자극하라.
4. 윈윈 협상을 만들도록 노력하라.
5. 숫자를 논하기 전에 객관적 기준부터 정하라.
6. 합리적 논거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라.
7. 배트나를 최대한 개선하고 활용하라.
8. 좋은 인간관계를 협상의 토대로 삼아라.
9. 질문하라, 질문하라, 질문하라.
10. NPT를 활용해 준비하고 또 준비하라.


이 책이 상당히 독자들을 자극하는 이유는 이 책에 언급되어 있는 재미있는 사례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까르프 인수, 미국산 소고기 협상, 청계전 복원 공사, 석유공사 유전 사업권 등과 같이, 아직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은 최근의 사례들을 이용함으로써, 독자들과 매우 유리한 관계에서 협상을 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 내용을 읽어보면, 아 이랬었구나라고 무릎을 치게 될 정도입니다.

또한, 이 책이 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어떤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 이 책에서는 그게 협상이지요. -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준비했는가가 성패를 가늠짓는다고 이야기합니다. 협상을 위한 몇가지 테크닉이나 관점을 제공하고 있지만, 그것은 잘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이고 방법일 뿐이며 결국, 그 협상을 위해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준비했는가가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결국 미래(?)는 준비하는 또는 준비된 자의 몫이다 라는 매우 도덕적인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아래는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인상깊었던 부분들입니다. 몇 마디 인용으로 책 전체를 아우룰 수야 없겠으나, 맛을 볼 수는 있겠지요.

첫 제안을 먼저 할 것이냐, 상대의 제안을 받을 것이냐 하는 문제는 협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 아주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내가 얼마만큼 알고 있느냐'를 파악하는 것이다. 정보가 없다면 상대의 제안을 통해 정보를 얻을 필요가 있고,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면 적극적인 제안을 통해 나의 입장으로 상대를 끌어와야 한다.
정보의 양이야말로 첫 제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잊지말자. (p37)

필자는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협상에 참여하거나 관전했다. 이러한 경험에 비추어볼 때 협상 당사자들이 타결에 대해 진지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한, 욕구와 창조적 대안으로 접근할 경우 협상의 타결 가능성이 지극히 높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는 것은 대부분 이 창조적 대안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그것은 양쪽이 모두 서로의 욕구가 아니라 요구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협상은 두 빙산의 만남에 비유할 수 있다. 둘 다 요구라는 빙산의 일각을 내세우며 치고받고 부딪치지만 사실 물밑에는 훨씬 더 거대한 욕구가 자리하고 있다. 양쪽의 욕구를 파악하여 모두를 만족시키는 창조적 대안을 발견하는 것이 성공적인 협상의 지름길이다. (p47)

나의 목표를 높게 정하고 상대에게 요구할 때 협상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단 목표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논리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이를 통해 성공적인 협상을 할 수 있다. '앵커링 이펙트'와 '에임 하이', 그리고 명확한 근거를 기억하라. (p49)

이것이 협상에서 '배트나 Best Alternative To Nagotiated Agreement' 가 중요한 이유다. '협상이 결렬되었을 때 대신 취할 수 있는 최상의 대안'을 말한다. (p106)

유능한 협상가는 항상 협상 전에 회담장에 나가서, 도착하는 상대방과 단 1-2분이라도 인간적인 대화를 나눈다. 또 회담이 끝났을 때 역시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휙 나가지도 않고 천천히 꾸물대며 혹시 한두 사람과 더 인간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 기회를 엿본다. 유능한 협상가란 무엇보다 좋은 인간관계의 의미와 가치를 인식하는 사람들이다. (p136)

링컨은 "내게 만약 나무를 베어 쓰러뜨릴 시간으로 여덟 시간이 주어진다면, 여섯 시간을 도끼날을 가는 데 쓰겠다."라고 말했다. 무슨 일이든 시작하기 전에 준비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p159)

협상에서 라포르 Rapport 가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세상의 모든 협상은 두 가지를 만들어낸다. 하나는 협상의 결과다. 성공이든 실패든 모든 협상에는 결과가 있다. 다른 하나는 협상과정에서 형성된 협상 당사자들 간의 인간관계다. 문제는 이 인간관계가 협상의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데 있다. 좋은 인간관계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가능하면 더 많은 것을 주고 싶게 만든다. (p203-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