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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종이책

[서평]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 다치바나 다카시

제목 -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저자 - 다치바나 다카시
출판 - 청얼람미디어
분량 - 306쪽
ISBN-
9788989722007

일본에서는 매우 저명한 독서가이나 저자라고 합니다. 과연 얼마나 책을 많이 또는 잘 읽어야 이런 칭호를 들을 수 있을지가 궁금하기도 해서 함 읽어봤습니다. 취미로서의 독서가 아닌, 일로서의 독서를 구사하는 저자의 책읽기는 그야말로 무시무시 합니다. 좋은 책, 많은 책을 읽기 위해서 자신만의 매우 효율적인 독서공간을 구성한다던지 - 사과박스 등을 이용해서 - 읽은/소장한 책들을 잘 보관하기 위해서 집을 마련한다던지 등은, 사실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아 이런 분들도 있구나란 생각이 듭니다.

근래에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박원순 후보의 자택에 쌓여있는 책들이 회자되기도 했습니다만, 제 책꽂이를 보니 웬지 초라해보입니다. 물론, 책장이나 공간이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만서도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을 감추기는 어렵습니다. 저자는 많은 책들을 널리 읽어보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른 분들과는 조금 다른 의견일 수도 있겠으나, 몇몇은 분명 수긍이되는 점도 있습니다. 읽기 어려운 책들은 아무리 비싸고 좋더라도 과감하게 중간에 포기하라고 한다던지, 동일한 주제, 유사한 내용을 가진 다른 관련 서적들을 널리 읽어봐야 한다던지 등등..

물론, 저는 취미로 또는 약간은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좀더 잘하게 하기 위해서 책을 읽습니다. 약간은 습관으로 또 약간은 재미로 읽는 평범한 사람입니다만, 분명 책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이와 같이 책읽기 또는 책 자체와 관련된 책이 흥미를 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이곳 저곳에서 연재하거나 언급한 여러 글들을 한국판에 맞게 재구성한 부분인데.. 즉, 한 가지 주제로 연속되지는 않습니다. 사람을 뽑는 이야기라던지 또는 작업공간으로서의 개인 서재를 구성한 이야기라던지 등등. 이 가운데 가장 공감이 크게 이뤄졌던 것은.. 저자의 어릴 적 시절부터 읽어왔던 많은 책들을 총 망라하는 글에 있었습니다. 읽다 보면, 저 역이 어린 시절에 읽었던 것들이 기억이 나서 웃음짓게 만들더군요.

아래는 그 글에 언급된 책들만 쫘라락 모아봤습니다. 함 보시면 저랑 비슷한 느낌을 가지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일본인인지라, 일본도서들이 좀 있는데.. 이는 좀 낯섭니다. 일단, 일본 작품은 뺍니다.)


그림, 안데르센, 이솝우화, 아라비안 나이트,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핀의 모험, 로빈슨 크루소, 파랑새, 소공자, 쿠오레, 엉클 톰스 캐빈, 피노키오, 보물섬, 서유기, 집없는 아이, 엄마 찾아 삼만리, 플란더스의 개, 왕자와 거지,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 리어왕, 베니스의 상인, 맥베스, 템페스트, 삼국지, 런던탑, 퀴리부인전, 아이반호, 검은고양이, 황금벌레,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 걸리버 여행기, 로빈슨 크루소, 몽테크리스토 백작, 삼총사, 수전노, 미장트로프, 일리아스, 오딧세이아, 롤랑의 노래, 니벨룽겐의 노래, 마지막 수업, 풍차 방앗간 편지, 백마의 기수, 호수, 레미제라블, 두 도시 이야기, 올리버 트위스트, 크리스마스 캐롤, 영국사, 킴, 정글북, 타라스 불리바, 모히컨족의 최후, 립 밴 윙클,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작은 아씨들, 페스트, 수레바퀴 밑에서, 아기 사슴 플랙, 서부 전전 이상 없다, 즉흥시인, 수호지, 루팡, 셜롬 홈즈, 켄터베리 이야기, 보봐리 부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파우스트, 카르멘, 춘희, 폭풍의 언덕, 제인 에어, 죄와 벌, 인형의 집, 민중의 적, 좁은 문, 적과 흑, 오 헨리 단편, 장 크리스토프 ...


이외에도 책을 읽는 이이기에 공감할 수 있는 여러가지 이야기들, 예를 들면 [고전]의 가치나 정의에 대한 부분, 저자의 개인 작업빌딩인 고양이 빌딩에 대한 삽화와 이야기 등은 아주 흥미롭다. 특히, 고양이 빌딩 삽화는 일전에 읽은 바 있는 세노갓파의 그림인지라 재미있다.


책을 흝어볼 때는 머리말, 맺음말을 통해 저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그 책을 썼는지 알 수 있으며, 번역서의 경우에는 역자 서문을 통해 그 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엿볼 수 있다. 책에 실려 있는 머리말과 맺음말을 잘 읽어 보면, 대개 그 책이 과연 구입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다. 게다가 판권장을 펼쳐 보았을 때 그 책이 정평이 난 교과서라면 판을 거듭하여 발행되고 있다는 표시가 있을 것이므로 그 책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70쪽)

'실전'에 필요한 14가지 독서법
먼저, 아래의 내용은 어디까지나 일과 일반 교양을 위한 독서와 관련하여 쓴 것이므로, 취미를 위한 독서와는 무관함을 밝혀둔다.

1. 책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말라. 책이 많이 비싸졌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책 값은 싼 편이다. 책 한 권에 들어 있는 정보를 다른 방법을 통해 입수하려고 한다면 그 몇 십 배, 몇 백 배의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2. 하나의 테마에 대해 책 한 권으로 다 알려고 하지 말고, 반드시 비슷한 관련서를 몇 권이든 찾아 읽어라. 관련서들을 읽고 나야 비로소 그 책의 장점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 그 테마와 관련된 탄탄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3. 책 선택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실패 없이는 선택 능력을 익힐 수 없다. 선택의 실패도 선택 능력을 키우기 위한 수업료로 생각한다면 결코 비싼 것이 아니다.
4.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은 무리해서 읽지 말라. 수준이 너무 낮은 책이든, 너무 높은 책이든 그것을 읽는 것은 시간 낭비이다. 시간은 금이라고 생각하고 아무리 비싸게 주고 산 책이라도 읽다가 중단하는 것이 좋다.
5. 읽다가 중단하기로 결심한 책이라도 일단 마지막 쪽까지 한 장 한 장 넘겨 보라. 의외의 발견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6. 속독법을 몸에 익혀라. 가능한 한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한 한 많은 자료를 섭력하기 위해서는 속독법밖에 없다.
7. 책을 읽는 도중에 메모하지 말라. 꼭 메모를 하고 싶다면 책을 다 읽고 나서 메모를 위해 다시 한 번 읽는 편이 시간상 훨씬 경제적이다. 메모를 하면서 책 한 권을 읽는 사이에 다섯 권의 관련 서적으로 읽을 수가 있다. 대개 후자의 방법이 시간을 보다 유용하게 쓰는 방법이다.
8. 남의 의견이나 북 가이드 같은 것에 현혹되지 말라. 최근 북 가이드가 유행하고 있는데, 대부분 그 내용이 너무 부실하다.
9. 주석을 빠뜨리지 말고 읽어라. 주석에는 때때로 본문 이상의 정보가 실려 있기도 하다.
10. 책을 읽을 때는 끊임없이 의심하라. 활자로 된 것은 모두 그럴듯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좋은 평가를 받은 책이라도 거짓이나 엉터리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11. '아니, 어떻게?'라고 생각되는 부분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을 발견하게 되면 저자가 어떻게 그런 정보를 얻었는지, 또 저자의 판단 근거는 어디에 있는지 숙고해 보라. 이런 내용이 정확하지 않을 경우, 그 정보는 엉터리일 확률이 아주 높다.
12. 왠지 의심이 들면 언제나 원본 자료 혹은 사실로 확인될 때까지 의심을 풀지 말라.
13. 번역서는 오역이나 나쁜 번역이 생각 이상으로 많다. 번역서를 읽다가 이해가 잘 되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머리가 나쁘다고 자책하지 말고 우선 오역이 아닌지 의심해보라.
14. 대학에서 얻은 지식을 대단한 것이 아니다. 사회인이 되어서 축적한 지식의 양과 질, 특히 20,30대의 지식은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한 것이다. 젊은 시절에 다른 것은 몰라도 책 읽을 시간만은 꼭 만들어라. (81~83쪽)

이를 음악적인 책 읽기 방법에서 회화적인 책 읽기 방법으로의 전환이라고 바꿔 말해도 좋을 것이다. 음악은 시간 예술이기 때문에 신호를 연속적으로 들음으로써 비로소 의미 파악이 가능해진다.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연속적으로 문자 신호를 따라감으로써 비로소 의미를 파악하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이에 반해, 회화는 공간 예술이므로 신호를 연속적으로 쫓을 필요가 없다. 그림을 눈앞에 놓고 대략 전체상을 파악하는 것이 회화를 읽는 방법이다. 전체상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림에 너무 접근하지 않는 것이 좋다. 먼저,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그림 전체가 시야에 들어오게 한다. 다음에는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그림 전체가 시야에 들어오게 한다. 다음에는 조금씩 그림 가까이 다가가면서 세부적인 부분을 들여다본다. 너무 가까이 접근하게 되면 전체상을 볼 수 없으므로, 가까이 다가가기도 하고 멀리 떨어지기도 하면서 항상 전체적인 것을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니까 왠지 궁금하다고 느끼면 바짝 다가가, 때에 따라서는 확대경을 사용하여 세부적인 부분을 관찰해 보고, 그리고 나서는 바로 몸을 세워 그 세부적인 부분이 전체 속에서 어떤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228~229쪽)

종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좋은 책에는 사물로서의 매력이 있다는 점이다. 보는 것만으로 좋은 책이 있어서 그런 책은 읽기 전에 먼저 손에 들고 책장을 넘겨 보며, 그 내용과 함께 사물로서의 존재감을 느끼면서 요모조모 자세히 뜯어보거나 만져 보며 즐기는 기쁨에 젖게 된다. 그것은 책이 사물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기쁨으로, 모니터 속의 디지털 콘텐츠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책을 살 때는 사물로서 소유하는 기쁨도 함께 사는 것이므로, 바로 이것이 정보만 있는 디지털 콘텐츠와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275~2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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