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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종이책

[서평] 누가 슬라보예 지젝을 미워하는가 - 토니 마이어스

제목 - 누가 슬라보예 지젝을 미워하는가
저자 - 토니 마이어스
출판 - 앨피
분량 - 278쪽
ISBN- 8995646217

앞서 읽었던 몇 권의 평론집에서 언급된 철학자 지젝.. (지젤과 비슷해서 ...) 소위 21세기형 철학자라는 칭호화 함께 근래에 가장 폭넓고 적극적인 활동과 엄청난 양의 저작을 쏟아낸다는 - 뮤지션이 앨범을 내는 것보다 많고 빠르다고 하니...

사실, 철학이라는 영역은.. 그저 입시를 위해 외워제꼈던 그리 관심이 없던 분야에서, 대학시절 세상을 이해하는 열쇠 - 다소 편협하기도 했었겠짐나 - 로 자리잡았다가, 생활에 밀려 그저 관념적인 또는 후순위인.. 아니 어쩌면 깊이 생각하기 귀찮은 영역으로 전락해버렸을지도 모른다. 다시금, 철학이라는 화두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여력도 동기도 부족하지만, 읽었던 책들에게 많이 언급되었기에 관심을 갖고 일종의 입문서로 한번 읽어보았다.

왠지 굉장히 현학적이고, 난해할 것으로만 여겨졌었고, 사실 읽어가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사용되는 단어들도 어렵고, 의미를 해석해내는 것도 낯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실천적 철학자이고, 현재의 상황에서 가장 회자되는 사람이기에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물론, 이 책은 그의 저작은 아니고, 지젝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되어 있는 책이다. (사실, 워낙 난해하다고들 하니, 사전 지식이 없는 읽는이 입장에서는 이런 책이 훨씬 적합하다.)

읽어가면서, 분명 난이하고 어려운 부분이 많았지만, 단어나 문장, 개념과 의미 전체를 모두 이해할 수는 없을 거라는 전제를 깔고 읽다보면, 결국 그가 라캉이던, 헤겔이던을 이용하면서 결국 의도하는 바는 세상을 보다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과 체계를 상세화하고 있는 측면이 있는데, 이는 결국 세상을 변혁시키기 위한 방법과 방안을 찾아내기 위함임을 알 수 있다. 아래에 발췌된 몇몇 문장에서도 보여지지만.. 결국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고민하는 철학자가 아닌. 활동하는 철학자로서의 지젝이기에..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선입관을 갖게 된다.

결국 입문서를 읽었으니, 본격적으로 그의 저작들을 살펴봐야 할텐데.. 과연 읽어낼 수 있을지 고민이다.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 아마도 읽는 양보다, 그가 출판하는 양이 많을 것 같다.



즉, 은유은 속성상의 유사성을 지시하며, 환유는 어떤 사태 전체를 그 사태의 일부분으로 대신 지시한다. 야콥슨에 따르면, 소설은 환유의 원리, 즉 단어들이 겨합하여 문장을 이루는 수평축에 의존하며, 시는 하나의 단어가 유사성에 의해 다른 단어로 대체되는 수직축에 의존하여 씌어진다. (27쪽)

그래서 정의상 모든 민주주의 시민들은 서로 평등하다. 민주주의는 개별적 인간의 인종, 젠더, 섹슈얼리티, 종교, 재산, 식사 예절, 수면 습관 따위에 무관심하다. 민주주의가 취급하는 것은 이 모든 개별적인 특질들이 제거되었을 때 남는 것, 지젝이 '주체'란 용어로 지시한, 모든 시민들이 평등하게 똑같이 공유하는 측면이다. 유추의 위험을 감수하고 말한다면, 주체는 세계에 대한 관점, 그로부터 세계가 보여지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세계가 보여지는 자리'라는 표현은, 주체가 오직 세계와 거리를 두고 있는 한에서만 존재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망막으로 봄으로써만 자신의 망막을 감지할 수 있듯, 세계의 일부인 우리 자신은 세계를 볼 수 없다. 주체는 세계에서 제 자신을 분리시켜온 세계의 한 조작이며, 그럼으로써 이제 세계가 보여지는 자리다. 이것이 주체를 객관에 대립된다는 의미에서 주관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주체는 세계에 대한 특수하고 개별적인 관점이다. (38쪽)

기 자신을 "일말의 주저함도 없는 마르크스주의자"라고 선언하는 지젝은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비판이 갖는 가치와 진실을 확신하며, 더 나은 방법으로 사회를 조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는다. 헤겔의 변증법이 지젝에게 이데올로기 비판에 필요한 분석도구를 제공했다면,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비판은 그런 분석과 비판의 이유를 설명해준다. 다시 말해서, 지젝은 자신의 작업을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법을 바꿈으로써 더 나은 세계를 원하도록 만드는" 마르크스주의적 비판의 일부로 간주한다. (49쪽)

실재와 상징계의 관계에서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만약 상징계가 실재에 대한 불완전하고 불충분한 재현이 아니라면, 다시 말해서 우리가 실재를 직접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 주체들은 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만약 모든 것이 정확히 이해된 그대로라면, 모든 것이 자체의 충만함 속에서 온전히 파악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이 세계를 보는 방식과 내가 보는 방식 사이에 어떤 불일치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모든 기표가 완벽하게 모든 기의와 부합된다면, 모든 기호가 모든 지시대상과 일치한다면, 결코 의미화 연쇄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 떄문이다. (63쪽)

우리는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없으며, 자신이 진실로 누구인지 발견할 수 없다. 우리가 자신을 볼 수 없고, 자신이 진실로 누구인지 알 수 없으며, 자신의 고갱이를 응시할 수 없는 것은, 우리의 진실이 언제나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고갱이는 다른 어딘가, 항상 우리보다 앞서 존재하는 상징적 구조와 그 상징계에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부정해야 하는 실재계 속에 있다. 라캉이 지젝의 사상에서 특권적인 지위를 차지하는 것은, 지젝의 중심 작업이 '자기동일성'의 불가능성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것의 동일성, 어떤 것의 특이성 혹은 '단일성'은 언제나 분열되어 있다. 달리 말해서 언제나 그것보다 너무 많은 것, 극미한 잔여물, 미세한 찌꺼기가 있게 마련이어서 결국 자기동일성을 불가능하게 한다. 가령 한 단어의 의미는 결코 그 단어 자체가 아니라 다른 단어들에서 찾아진다. '고양이'의 의미는 '고양이'라는 단어가 아니라, '길들여진 작은 고양이과 동물'에서 찾아진다. 따라서 '고양이'의 의미는 자기동일적이지 않다. (89쪽)

언급한 위험들의 치명적인 공통점은 그것들이 '제조된 위험'이라는 점이다. 즉, 인간이 자연세계에 개립함으로써 만들어진 결과들이다. 이런 개입은 너무나 심대하여 이젠 더 이상 자연 스스로 치유하고 해법을 찾기를 바랄 수도 없게 됐다. 왜냐하면 이런 위험들은 자연 자체의 탈선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런 위험의 발생 확률을 낮추기 위해 우리는 또다시 과학기술의 개입을 늘릴 수밖에 없으며, 그것은 또 다른 예측 불허의 결과들을 양산한다. 한 마디로, 우리는 한 가지 위험의 감소가 또 다른 위험의 발생으로 이어지는, 환경을 통제하려는 새로운 시도가 또다시 새로운 불확실성을 양산하는 '자기재귀적인' 올가미에 사로잡혀 있다. (101쪽)

'세계화globalization'란 자본주의가 전지구적으로 확장되면서 토착 자본이 다국적 기업의 이익에 따라 재편되는 과정을 가리킨다. 이 과정의 효과는 단지 경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토착 산업에 의해 지탱되던 민족 문화와 정치체제이다. 일례로 맥도날드 같은 다국적 기업이 인도 뭄바이에 진입하는 것은 단지 경제적인 사업의 일환일 뿐 아니라, 미국적 음식과 문화, 사회 구조의 침입을 의미한다. 자본주의가 점점 확장될수록 민족적 경제의 효력은 사라지고, 지역적 전통과 가치는 세계적인 표준에 따라 파괴된다. (196~197쪽)

또한 지젝은 마르크스주의와 정신분석학 사이의 방법론적 유사성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킨다. 지젝이 주장하듯이, 두 분야의 토대는 물질적 세계를 변화시키기 위한 이론을 공식화하려는 데 있다. 마르크스주의는 사회를 개선시키고자 하며, 정신분석학은 환자의 상태를 개선시키고자 한다. 달리 말해, 두 분야는 물리학이 대상을 취급하는 방법으로 자기대상(사회와 무의식)을 연구하는 이론이 아니다. 마르크스주의와 정신분석학은 자기 대상을 변형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두 분야의 근저에는 실천적 의지가 있다. 지젝은 다른 어떤 이론가들보다 정치적 라캉을 발굴하여 자신의 사고를 혁명적 정치학에 결합시키고자 노력한다. (2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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