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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종이책

[서평] 링크 - A.L.바라바시

제목 - 링크
저자 - A.L.바라바시
출판 - 동아시아
분량 - 423쪽
ISBN-
8988165233

한 마디로 훌륭한 책이다. 네트워크라는 영역애 대해 탁월한 식견을 보여주는 책이다. 물론, 상당 부분 학술적이고, 이론적인 접근이고, 용어 역시 낯설기는 하지만, 생태계, 정치경제, 인터넷 등으로 표현되는 '네트워크'라는 구조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다.

책 앞 부분에 언급되어 있는 것과 같은 문제제기 - 인간은 세상을 분해해왔지만, 어떻게 세상을 다시 구성해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못하다. - 는 이미 다른 여러 책에서도 언급되어 있는 당연한 현실이지만, 저자는 이 부분을 네트워크라는 구조로 해법을 찾아보려 한다. 즉, 인간은 과학기술이라는 도구를 통해, 세상을 잘게 잘게 쪼개고, 그 쪼개진 구성요소들이 무엇인지를 밝히려 노력해왔다. 하지만, 각각의 구성요소들이 상호간에 어떤 관계를 갖고, 그 관계가 전체를 어떻게 구성해내고, 작동시키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른다는 점이다.

저자는, 각각의 구성요소들은 결국 다양한 네트워크(그물망)을 형성하고, 그 네트워크가 생명체, 사회, 인터넷을 떠받치는 기반이라는 점이고, 그런 네트워크들은 어떻게 형성되고,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와 이론을 통해서 풀어가고 있다.

이미 세상은, 사람들은 네트워크에 친숙하다. Wifi, 3G, LTE 등의 용어에 친숙하고 - 그게 도대체 무엇인지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 그 네트워크를 사용하고, 그 네트워크 안에 불편함없이 소속되어 있는, 아주 자연스러운 상황.. 여기서 네트워크는 IT적 용어이기는 하지만, 신진대사 네트워크가, 생태계나 경제나 모두 범용적인 네트워크의 특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그런 범용적인 특성들을 찾아내고 이를 다시 현장에 검증하는 작업을 통해, 저자는 보편적 특성과 원칙들을 찾아내고 있다.

물론, 이론적인 접근과 검증이지만, 약간만 신중하게 읽어간다면.. 우리를 둘러싼 네트워크가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 과연 이런 내용이 나를 둘러싼 생활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런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세상을 좀 더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충분하 가치가 있는 책이다.


좋혹시 아이가 장난감을 분해하는 것을 지켜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는 조각들을 다시 원래대로 결합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우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실은 여기에 우리가 흔히 간과하고 지나치는 중요한 비밀이 숨어 있다. 우리는 세계를 분해해 놓고 그것을 어떻게 결합해야 할지 모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세기 동안 우리는 수조 달러의 연구비를 들여 자연을 분해해왔지만 이제 우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조그마한 단서조차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물론 자연을 더더욱 잘게 분해해 가는 방법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18~19쪽)

바로 이와 비슷한 불균등성(unevenness)이 멱함수 분포를 가진 네트워크의 특징이다. 멱함수 법칙은 대개의 현실 네트워크에서 대다수의 노드들은 소수의 링크만을 갖고 있고, 이러한 다수의 작은 노드들이 이례적으로 많은 링크들을 갖고 있는 소소의 큰 허브들과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수학적 공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작은 노드들 상호 간을 연결하는 소수의 링크로는 네트워크 전체를 연결시키기에 역부족이다. 전체 네트워크가 분절화되는 것을 막는 기능은 몇몇 허브들의 몫이다.
무작위 네트워크에서의 분포의 정점이 있어서 대부분의 노드들이 같은 수의 링크를 갖고 있고 그것보다 크거나 작은 링크를 갖는 노드는 매우 희귀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무작위 네트워크는 노드의 연결 정도(connectvity) 측면에서 평균적 노드와 분포의 정점으로 구체화되는 고유한 척도(scale)를 갖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멱함수 연결선 수 분포에서는 정점이 없기 때문에 거기에는 전체를 특징짓는 노드(characteristic node) 같은 것은 없다. 희소한 허브에서부터 많은 작은 노드들에 이르기까지의 연속적인 위계가 있을 뿐이다. (118쪽)

따라서 멱함수 분포는 척도 곧 특징적 노드라는 개념을 버리도록 강요한다. 연속적 위계에서는 어떤 하나의 노드를 끄집어내서 그것이 모든 노드들을 특징짓는 노드라고 내세울 만한 그런 노드는 없다. 이들 네트워크에서는 내재적인 척도(intrinsic scale)란 없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우리 연구팀이 노드의 연결선 수가 멱함수 법칙적 분포를 따르는 네트워크를 척도 없는(scale-free) 네트워크라고 부르기 시작한 이유이다. 그리고 자연 속의 대부분의 복합한 네트워크들에 있어서 연결선 수가 멱함수 법칙 분포에 따른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척도 없는 네트워크(scale-free network)라는 용어는 복합한 그물망을 다루는 대부분의 분야에 급속히 통용되기 시작했다. (120쪽)

장애에 대한 저항력이 높은 시스템들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고도의 상호연결성을 가진 복잡한 네트워크에 의해 시스템 기능이 유지된다는 점이다. 세포의 견고성을 유지시키는 비결은 내부의 복잡한 조절 및 신진대사 네트워크이다. 사회적 일탈을 치유하고 정상적으로 복구시키는 힘은 그물처럼 얽혀있는 사회적 그물망이며, 경제안정은 각종 금융 및 규제기관들로 이루어진 미묘한 네트워크에 의해 달성된다. 또한 다양한 종의 생물들이 적절한 관계를 맺으면서 균형을 이루고, 바로 그것에 의해 생태계의 생존가능성이 확보된다. 즉, 자연은 상호연결성을 통해서 견고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전개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처럼 상호연결된 네트워크가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데는 결코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 없는 그 이상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182쪽)

인터넷 지도를 만들고 있는 사람은 체스윅만이 아니다. 아르파(ARPA)를 계승한 다르파(DARPA)에서는 현재 미국 전역에 걸쳐 그같은 작업을 하고 있는 여러 연구팀에게 수백만 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것은 'CAIDA(Corporate Association for Internet Data Analysis)'라고 불리는 대형 연구 프로젝트이다. 캘리포니아 대한(UCSD)에서 공동 연구를 주관하고 있으며, 트래픽에서 위상구조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의 모든 특징들을 포착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한편 대서양 건너 런던대학(University College London)의 공간분석센터(CASA, Center for Advanced Spatial Analysis) 연구원인 마틴 닷지(Martin Dodge)는 사이버맵스닷컴(Cybermaps.com)이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 웹사이트에서도 인터넷을 보기 좋게 지도로 표현하여 가시화 한 풍부한 사례들을 발견할 수 있다. (244쪽)

포드의 조립 공장 체계는 너무 통합적이고 최적화되어 있어, 자동차에 아주 조그만 변화를 주려고 해도, 1주나 1개월 동안 모든 공장의 라인을 멈춰야 하는 결과를 낳는다. 최적화는 이른바 비잔틴 암체(Byzantine monoliths)라 불리는 형상을 초래한다. 측, 최적의 조직화는 기업을 비탄력적으로 만들어 기업 환경의 사소한 변화에도 적응 능력을 떨어뜨리게 된다는 것이다. (326쪽)

월터 W 포웰은 [시장도 위계도 아니다: 조직 형태의 네트워크]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시장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전략은 가장 어려운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이다. 네트워크에서 가장 선호하는 선택은 오랜 기간 동안 서로 간에 채무 없이 상호 협력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수요자와 공급자를 경쟁자적인 입장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파트너라는 입장에서 본다. 종종 그들간의 관계는 매우 오래 지속되는 안정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337~338쪽)

그러면 우리는 여기서 어디로 가야하는가? 대답은 간단한다. 내면을 가린 장막을 걷어내야 한다. 우리 앞에 있는 복잡계를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것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의 구조와 위상적 성질 연구에 매달리지 말고, 네트워크의 링크를 따라 전개되는 동역학적 성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네트워크는 복잡성의 골격, 즉 우리 세상의 이곳저곳에서 들리는 여러 가지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고속도로와 같다. 사회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실제의 동역학적 상호작용에 걸맞는 링크의 옷을 입혀야 한다. 생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진대사 네트워크의 링크에 따라 일어나는 화학 반응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고, 생태계에서 사라져가는 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종이 왜 다른 종에 비하여 잘 잡히는가에 대하여 연구해야 하는 것이다. (3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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