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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Etc

[나는 가수다]를 보면서 느끼는 점 2.....

이렇게 말이 많은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을까 ? 누리꾼들은 편집된 영상 전체를 감시하고, 참여 가수들의 다른 방송이나 글들이 섬세하게 모니터링되며, 경연이던 공연이던 끝나고 나면, 음원 차트를 싹쓸이 하고.. 다른 가수들이 참여할 것인지 안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기사회되고, 1박 2일 나PD 이후에 방송국 PD가 이렇게나 유명세를 타고... 프로그램의 잘잘못을 떠나, 이런 이슈를 터뜨린다는 것 자체는 분명 방송국에 큰 이익을 실현시켜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일전에도 슈퍼스타K나 위대한 탄생류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서 이런 얘기들을 한 적이 있습니다. 현 사회가 상대적인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키면서, 하위에서 상위 계층으로의 상승 수단이 원천적으로 제거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 - 고시 등도 기대하기 어려워지는 현재의 교육실태를 감안하면 이해가 갈 겁니다. - 하위 계층에서 이렇다 할 재능을 기반으로 바늘귀만한 구멍을 통해 상위계층으로 직속 상승할 수 있는 몇 안되는 통로가 개발된 것이지요. 물론, 프로 스포츠 등도 있겠으나, 김연아 선수만을 봐도 알다시피 온 가족이 올인해야 될랑 말랑 하는 것이지요.

그런 과정에서, 방송국이던 기획사던 그런 상승 과정과 절차까지도 상품화시켜 대중에게 팔아먹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최종 성과물로서의 상품이 아닌, 최종 성과물에 이르는 또는 최종 성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관여하고, 그 과정을 상품화한다는 측면에서는 대단히 우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수다를 통해서 느낄 수 있는 몇 가지 점들은.. 이미 일전에 언급한 실력있는 좋은 가수가 검증된 좋은 음악을 현재의 감성에 맞게 부르는 것을 거부할 대중은 없다는 것이고, 그 과정과 결과물을 감상하면서 제대로된 감흥을 가질 수 있다는 점.. <- 잘 살펴보면, 나는 가수다가 일으키고 있는 문제들은 대부분, 가수 섭외, 청중 평가, 영상 편집 등과 관련된 부분이 대부분인 반면, 음악 자체에 대한 이견이 별로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이는 결국 듣는 이의 취향의 문제이지요.

한 가지 덧붙이자면.. 예전 윤도현 밴드의 앨범에서도 그런 시도 - 한국 락 다시 부르기 - 가 있었고, 각종 컴필레이션 앨범이나 헌정 앨범에서도 보여지지만, 예전 음악에 대한 재검토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한류 등으로 인해, 우리 문화, 우리 뮤지션, 우리 음악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난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예전에는 뽕짝으로 또는 흘러간 옛 노래로 치부되었던 수많은 명곡들이 현재의 가수들을 통해 새롭게 편곡되고, 재해석되는 과정 자체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결국 이 과정을 통해서 한국가요(KPOP)을 다시 돌아보는 충분한 계기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예전에 불후의 명곡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원곡 자체에 접근했었던 시도가 있었다면, 이제는 그 잊혀져 가는 원곡들을 다시 들어내서 다시 해석하고, 다시 불러보고, 다시 대중에게 디미는 시도... 이 자체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잘 살펴보면, 나는 가수다를 통해서, 우리가 접하는 여러 음악들은 40-50대에게는 추억과 향수를, 20-30대에게는 신선함과 선입견 해소를 가져오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자신의 역사와 추억과 기억을 자랑스럽게 만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 음악 하나 하나에 지나간 개인들의 추억이 얽혀들어가면서 충분한 마케팅 파워를 발휘하고도 있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시도가 싫거나 듣기 싫지 않으니.. 저 역시도 어쩔 수 없이 이 과정을 통해 추억과 향수를 소비하고 있는 듯 합니다.

어떤 가수가 나오던, 어떤 곡이 선정되어 불려지던.. 또 다른 곡들에 대한 기대를 저버릴 수 없군요.. 다음 주를 기대해봅니다.